기아가 현대차를 뒤집었다
7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 7월 국내 판매량은 4만8,113대. 전년 같은 달보다 14.4%가 줄었다. 수치만 보면 단순 부진이지만, 같은 날 기아 실적을 보면 이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보인다.
기아는 7월 국내에서 5만4,604대를 팔았다. 현대차보다 6,491대 더 팔면서 내수 1위 자리를 3개월 만에 다시 가져갔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데, 한쪽은 추락하고 한쪽은 달렸다.

이 차이를 만든 건 하나다. 파업이다.
파업이 만든 14.4% 구멍
현대차 노조는 7월 한 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벌였다.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근무조별 2시간, 20일부터 22일과 29일부터 31일까지 각각 4시간씩 라인을 세웠다.
그 결과 4만 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가 공식으로 인정한 숫자다.

공장이 멈추면 출고가 늦어진다. 출고가 늦어지면 계약자는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치면 취소한다. 7월 내수 14.4% 감소는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공급이 막힌 결과다. 사고 싶었던 사람들이 차를 받지 못한 것이다.
전체 5개 완성차 업체의 7월 국내 판매도 총 10만7,797대로, 전월보다 10.8%, 전년 같은 달보다 2.8% 감소했다. 시장 전체가 위축된 가운데 현대차만 유독 크게 빠진 셈이다.
기아는 반대로 치고 나갔다
기아는 파업 없이 라인을 돌렸다. 7월 중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어졌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꾸준히 공급됐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내수 1위를 처음 탈환한 것은 올해 4월이었다. 그룹 편입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5~6월엔 현대차에 다시 밀렸지만, 7월에 또 역전됐다.
파업이 없는 쪽과 있는 쪽의 차이가 이렇게 월간 실적으로 찍힌다. 기아 입장에서는 두 달치 타결이 쌓인 결과이고, 현대차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스란히 빠진 결과다.
4만 대 차질, 내 계약은 어떻게 되나
생산 차질 4만 대는 공중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대기열 뒤로 고스란히 밀린다.

먼저 계약한 사람이 먼저 밀리고, 뒤쪽 계약자는 더 오래 기다린다. 파업 이전에 '납기 2개월'이라고 들었다면, 지금은 3~4개월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딜러에게 현재 납기를 다시 확인하는 게 맞다. 파업 전에 받은 예상 납기는 이미 달라진 상태일 수 있다. 특히 추석 전 출고를 기대하고 계약했다면, 지금 당장 딜러에게 연락해봐야 한다.
8월 중순 현재 노사 협상은 재개됐지만 타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추석이 9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결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현대차 파업, 언제 끝나나
8월 11일, 여름 휴가를 마친 현대차 노사가 41일 만에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고 알려진다.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직원들에게 책자까지 만들어 배포하면서 '파업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내부에서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추석 전 타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협상이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배제하지 않는다. '추석 전 타결될까'라는 질문에 아직 아무도 확신을 못 하는 상황이다.
파업이 길어지면 내 차에 생기는 일
파업이 추석을 넘기면, 계약자에게 현실적으로 세 가지 상황이 전개된다.
하나, 납기가 추가로 늘어난다. 이미 밀린 물량 위에 추가 차질이 더해지면서 출고 시점이 더 뒤로 밀린다.

둘, 중고차 시세에도 영향이 온다. 신차 공급이 줄어드는 동안 현대차 중고 매물도 함께 줄어든다. 단기적으로 현행 모델 중고값이 버텨지는 흐름이 나올 수 있다. 지금 팔까 고민 중이라면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셋, 파업이 끝나는 시점이 온다. 그 직후 밀렸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딜러 협상력이 달라진다. 그 타이밍이 실구매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렇게 될 것 같다
현대차와 기아의 7월 내수 역전, 이 숫자가 단순 통계라고 보기엔 배경이 너무 선명하다.
파업이 끝나는 날, 공장에서 차가 한꺼번에 쏟아질 것이다. 밀린 계약자 수만 명이 그 차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이 물량을 빨리 소화해야 한다.
지금 현대차 계약자라면, 납기를 다시 확인하고 추석 전 타결 여부를 주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고, 취소하는 것도 선택이다.
현대차가 기아에 밀리는 동안, 공장 앞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직도 대기 중이다. 타결 소식이 들려오는 날, 그 의미가 뭔지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