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록 부활 꿈꾼다… '더씬 2024' 피날레 무대 주인공 '아웃사이더스'
1992년 제1회 록콘테스트 준우승 전성기 맞아
30여 년만에 다시 뭉쳐도 히트곡 생생히 연주
관교동 등 인천에 20~30개 밴드 몰려 씬 형성
4차례 공연 매진…“씬 되살릴 활동 이어 갈 것”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1990년대 대중문화의 상징인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가 마지막 경기 때 말한 가장 유명한 대사다. 이 만화는 생명력을 잃지 않고 2022년 말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다시금 ‘슬랭덩크 열풍’을 일으켰다.
인천에서 대중음악, 더 구체적으로 록 음악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을까. 많은 이가 인천 록 음악 씬(Scene)이 살아 있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 동안을 두말없이 꼽는다.
슬램덩크가 부활한 것처럼 그 시절 동인천, 제물포역과 주안역, 관교동(인천문화예술회관 인근 지역)을 누비던 록 밴드들이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돌아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4차례의 조인트 콘서트 ‘더씬 2024’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더씬 2024’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록 밴드 ‘아웃사이더스’의 드러머 이민우와 기타리스트 박창곤을 최근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 내에 있는 인천음악창작소에서 만났다. 이들은 전업 뮤지션이다. 전업이 아닌 보컬 임동균과 베이스 박기택은 직장 업무 등으로 함께 만나지 못했다.
아웃사이더스는 1980년대부터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이민우, 박창곤 등이 합류한 1992년부터 전성기를 맞았다. 아웃사이더스는 그해 10월 서울 롯데월드에서 열린 ‘제1회 한국록콘테스트대회’에서 우수상(2위)을 받았다. 대상(1위) 또한 인천 밴드 ‘사하라’였다.
이민우 씨는 “LA메탈이 유행할 때 우린 레드 제플린을 연주했던 팀”이라고 했다. 박창곤 씨는 “10여년 전 이벤트성으로 공연한 적이 있는데, 정식 공연은 1990년대 이후로 거의 30년 만”이라며 “얼마 전 멤버들과 오랜만에 합주를 했는데, 신기하게 다 기억하며 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더스가 제1회 한국록콘테스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곡 ‘Ronnies Song’(로니의 노래)이다. 건즈 앤 로지즈나 레너드 스키너드를 연상케 하는 서던록풍의 이 곡은 한국록콘테스트 컨필레이션 음반 ‘93 ROCK WAVE’에도 수록된 밴드의 최대 히트곡이다. 이번 공연에서 30년 만에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관교동 지하실이 다 밴드 연습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서울·인천 등지 20~30개 팀이 관교동에 있었던 것 같네요.” 박창곤 씨는 이같이 회고하며 연습실뿐 아니라 공연장, 악기점, 음악감상실 등이 가득했던 인천의 풍경을 이야기했다.
아웃사이더스 멤버들은 군 입대와 취업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흩어졌고, 이후 ‘서울 홍대’로 씬이 이동하면서 인천 록 씬은 서서히 옅어졌다. 이민우 씨는 로다운30, 산울림 세션과 김창완밴드 등으로 드러머 경력을 이어 갔고 현재 인천음악창작소에서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박창곤 씨는 김경호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이어 25년 넘게 이승철의 기타리스트로,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이민우 씨는 “인천 여성 록밴드 ‘화이트’는 이번 공연에서 30년 만에 다시 뭉쳤고, 다른 밴드들도 오랜만에 모여 인천에서 공연한다”며 “인천 씬에서 활동하던 많은 뮤지션이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당시 서울에서 인천 씬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옛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활동하는 록 밴드와 옛 인천 밴드들이 짝을 이뤄 오는 18일(블랙홀·화이트)과 19일(크래쉬·PNS), 25일(제로지·KOP)과 26일(블랙신드롬·아웃사이더스) 각각 나서는 이번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현장 판매 티켓만 일부 남았다.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뜨겁자 인천문화예술회관은 공연장 문을 열어 시민들이 발코니와 야외에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 기획에 참여하기도 한 이민우 씨는 “처음엔 ‘이게 될까’ 우려했지만, 반응이 뜨거워 용기를 얻었다”며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씬을 되살릴 수 있는 활동을 이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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