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첫판부터 왕옌청 만나겠네".. 류지현호, 이번에는 대만 넘을 수 있을까?

조편성 뚜껑이 열렸는데, 하필 첫 상대가 가장 껄끄러운 팀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10일 발표한 야구 조편성에서 류지현호는 대만, 홍콩, 태국과 함께 B조에 묶였다.

개최국 일본(A조)을 조별리그에서 피한 건 다행이지만, 9월 21일 오카자키에서 열리는 대회 첫 경기 상대가 바로 대만이다. 그리고 그 마운드에는 KBO 타자들을 한 시즌 내내 상대해 온 낯익은 얼굴이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 에이스급 좌완이 태극마크의 적으로

대만야구협회는 이미 한화에 왕옌청 차출을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보냈고, 협회 사무총장은 합류를 낙관한다고 밝힌 상태다. 한화는 대만 최종 명단 발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라 확정은 아니지만, 항저우 대회 때도 해외파 신분으로 발탁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왕옌청이 그냥 잘하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아시아쿼터로 한화에 합류해 전반기 17경기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7승 3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 중인 좌완. 김도영, 노시환, 문현빈 등 대표팀 타자 대부분을 실전에서 상대해 본, 한국 야구를 가장 잘 아는 대만 투수다. 성사된다면 한화 동료인 노시환·문현빈과 국제무대에서 적으로 만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이제 대만은 '한 수 아래'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불안은 최근 전적이다. 대만은 2024 프리미어12와 올해 3월 WBC 조별리그에서 연달아 한국을 꺾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4-0으로 완파했고, 한국은 결승에서 2-0으로 설욕하며 가까스로 금메달을 지켰다. 아시아 3위라는 옛 이미지는 이미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 대만의 각오도 남다르다. 일본이 사회인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는 것과 달리, 대만은 마이너리그 유망주 등 해외파까지 대거 소집해 최정예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목표는 2006년 도하 이후 20년 만의 금메달. 공교롭게도 그 도하 대회가 한국이 최근 7번의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놓친 대회였고, 그때 정상에 오른 팀이 대만이었다.

만 25세 이하 젊은 대표팀, 5연패 짊어졌다

한국은 광저우부터 항저우까지 4연패 중이며 이번 대회 5연패에 도전한다. 다만 전력 구성은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이하가 기본이고, 와일드카드 3장(곽빈, 문보경, 노시환)을 더한 젊은 팀이다. 김도영, 이재현, 김주원 등 재능은 확실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은 상대적으로 얇다.

류지현 감독도 명단 발표 당시 전력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같은 마음으로 임하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이미 미국과 일본, 대만을 오가며 상대 전력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판 대만전이 부담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조별리그는 순위 결정전 성격이라 설령 지더라도 슈퍼라운드와 결승에서 만회할 길이 있고, 항저우 때도 조별리그 0-4 완패 후 결승에서 이겼다. 오히려 초반에 대만의 에이스 카드를 미리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21일, 20년의 자존심이 걸렸다

일정은 이렇다. 21일 대만전을 시작으로 22일 홍콩, 23일 태국과 조별리그를 치르고, 슈퍼라운드를 거쳐 27일 도요하시에서 결승이 열린다.

금메달에는 병역 특례가 걸려 있어 미필 선수들에게는 커리어가 걸린 대회이기도 하다. 프리미어12와 WBC에서 두 번 연속 무너진 한국이 이번에는 대만을 넘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