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행정관이 “선택해서 갔다”는 금융기관 임원 자리는?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⑧]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진짜 저널리즘 실천)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 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올해 총선 공천에 개입했고, 보수 시민단체에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 등을 고백했다. 자신의 발언이 공개되자 김 전 비서관은 “전화통화 녹취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전해 들은 소문을 말했을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모두 41개에 이르는 통화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김 전 행정관의 발언 중 일부는 실제로 실현됐다. 그 중 하나가 김 전 행정관의 SGI서울보증보험(이하 서울보증보험) 임원 채용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올해 4월 총선에서 낙천했다. 2023년 10월20일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내고 일찌감치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024년 2월26일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당시 인사비서관)을 이 지역에 우선 추천(전략공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후 이원모 비서관 지지 선언을 하고 선거를 지원했다.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김대남 전 비서관은 이원모 비서관 전략공천이 결정된 당일 “끝났다”며 공공기관 취업을 언급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 : 여보세요.
이명수 기자 : 네 선배님 이명수입니다.
김대남 전 행정관 : 끝났다 내가. 여사님이 세긴 세다, 세긴 세지. 끽소리도 못하고 그냥.
이명수 기자 : 형님 비례 좀 바라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김대남 전 행정관 : 비례? 누가 비례 주나?
이명수 기자 :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그럴 거 아닙니까?
김대남 전 행정관 : 공기업이나 이런 데 보내주겠지 뭐.
이명수 기자 : 그래요. 그 얘기는 좀 나눴으니까 형님 어떻게 이원모하고 얘기 좀 해.
김대남 전 행정관 : 만나서 좀 얘기해 봐야겠어.
-2024년 2월26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명수 기자 전화통화
김대남 전 행정관의 ‘공기업 지망’ 언급은 당시가 처음이 아니었다. 녹취파일을 종합하면 경기 용인갑 지역 전략공천이 확정되기 전부터 낙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원모 비서관을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날 전화 통화에서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을 밀어낸 이원모 비서관을 돕는 이유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험’이라고 말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 : 얘(이원모)를 갖다가 도움 주고 내가 (김건희) 여사 하나 저쪽에다가 보험 들어서 내가 하나 받아 가야 돼.
이명수 기자 : 그렇지 다른 데로 오케이 그렇지.
김대남 전 행정관 : 어디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다시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보험을 들어야 될 거 아니야.
-2024년 2월20일 전화통화
김대남 전 행정관 : 그래서 이제 난 여기서 저기 뭐야, 여기서 눈치 봐가면서 여기서 지금 저거 하고 있어. 어떻게든 어디 공기업이라도 들어가려고 잘 보이고 있지.
이명수 기자 : 그래요. 이 업무하고는 괜찮아요? 형님.
김대남 전 행정관 : 이원모하고는 어쨌든 내 연대 후배이기도 하고, 또 개인적으로 이제 저기 뭐야 대선 때부터 같이 했으니까. 그냥 같이 이렇게 저거 하는 거지.
-2024년 4월3일 전화통화
총선이 끝난 뒤에도 김 전 행정관은 수시로 공기업행을 계속 언급했다. 왜 공기업에 가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 : 거기서 휘말려 가지고 이런다고 저런다 해서 실속 없이 해봐야 뭔 의미있냐.
이명수 기자 : 그렇죠.
김대남 전 행정관 : 그러니까 나도 그래서 뭐, 여러가지 피해를 봤지만 참고 기다리면서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이라도 잘 받으면서, 어쨌든 다음 대권에 누가 나을 건지 예의주시해서, 거기서 다시 또 올라탄다든지 그런 이제 방법 찾아야지.
-2024년 5월1일 전화통화
김대남 전 행정관의 반복된 공기업 지망 발언은 단순한 바람이나 희망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올해 8월 초, 준정부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의 상근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 : 저기 뭐야 월요일부터 내가 저기 출근하기로 돼 가지고.
이명수 기자 : 그래요? 어디 공사?
김대남 전 행정관 : 종로에 있는 서울보증보험이라고 들어봤지? 서울보증보험에 감사로 내가 출근해.
이명수 기자 : 감사위원 되게 높은 자리인데 그 자리.
김대남 전 행정관 : 높지. 감사는 2인자지. 2인자라도 사장이 뭐라 못하는 자리지. 왜냐하면 상임감사는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땡이야. 사실 감사가 사장보다 편하다. (운전)기사 나오고, 차 주고, 기사 나오고.
이명수 기자 : 차도 나와요 형님?
김대남 전 행정관 : 그럼. 제네시스 G80 이런 거 나오고 운전기사 하나 붙여주고 그다음에 비서 하나 생기고 그다음에 뭐 그냥.
-2024년 8월3일 전화통화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다. 개인과 기업에 각종 보증을 제공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빠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했다. 서울보증보험을 지원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10조2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93.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보증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올해 8월13일 한국거래소에 기업상장(IPO)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698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다. 서울보증보험 IPO는 지난해 10월 추진됐다가 증시 부진을 이유로 철회된 바 있다.
녹음 파일에서 김대남 전 행정관은 스스로를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고, 자리도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하산 채용 정황을 암시한 것이다.
이명수 기자 : 그래요 선배님이 선택하신 거예요? 아니면.
김대남 전 행정관 :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이명수 기자 : 찍어가지고요? 그러니까.
김대남 전 행정관 : 거기가 좋다는 소식을 내가 딱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왜냐하면 다른 데는 2년인데 일단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윤석열) 정부 있을 때까지 다 있는 거지.
-2024년 8월3일 전화통화
서울보증보험의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올해 7월15일 서울보증보험 본사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다. 참석한 위원은 모두 4명이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의사록을 보면, 김대남 전 행정관을 서울보증보험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은 기타비상무이사 A씨였다. 공동취재팀은 A씨에게 김대남 전 행정관을 추천한 사유를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20분간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나온 김 전 행정관과 관련한 질문은 하나였다. B이사의 “김대남 전 행정관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 확인 심사를 통과하였는지”에 대한 질의였다. 자리에 함께 참석한 간사가 “현재 취업심사 자료가 제출되어 있는 상태”라고 답했고 “취업 제한 확인을 받지 못하면 의결 효력이 실효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대남 전 행정관의 감사위원 후보 추천 안건은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김 전 행정관은 7월 말 취업 제한 심사를 통과했다.
서울보증보험은 8월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사회에서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된 김대남 전 행정관은 주주총회에서도 이사로 선임됐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날 사내이사에도 동시 선임됐다. 서울보증보험의 사내이사는 ‘지배구조내부규범’ 제2절 ‘임원의 선임과 퇴임’에 따라 이사회가 직위를 부여할 수 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총 41개 전화통화 녹음파일 곳곳에서, 자신의 취업을 도와준다는 취지로 현직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이름이 언급된 인사 중 현재도 대통령실에 소속된 2명은 김건희 여사와 매우 가까운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공동취재팀의 ‘비판 언론 고발사주 의혹’ 보도 이전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꺼두고 있다. 이번에도 입장을 듣지 못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 선임에 대한 공동취재팀의 질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선임됐다. 서울보증보험은 전업 보증이라고 해서 다양한 업종을 보증한다. 김대남 감사위원이 행정, 건설 등 다방면에 역량이 있어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0월1일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9월30일 서울의소리가 추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국민의힘 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명수 기자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문상현(시사IN)·박종화·봉지욱·연다혜(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최성진(한겨레) 기자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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