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깐죽’ 비난받지만…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죠

배준용 기자 2024. 4.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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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희망 살리는 프로 3년차 황성빈

“당연히 우연이죠. 성빈이 스타일에 그게 노려서 되겠어요? 하하하!”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에게 지난 21일 KT와 더블헤더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친 황성빈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이내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뭔가 좋은 흐름이 성빈이에게 온 거 같아요.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쭉 지켜봤는데, 뒤에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롯데 황성빈이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 1회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야구판을 뒤흔뒤는 마성의 남자. ‘마황’ 황성빈(27)을 23일 경기 전에 만났다. 하루에 홈런 3개를 몰아친 기쁨과, 동시에 이른바 ‘깐죽’ 플레이로 불거진 자신을 향한 비판에 조금은 침울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루 홈런 3개의 비결을 묻자 “감독이 우연이라고 하면 우연이 맞다”며 수줍게 웃었다. “세상이 절 속이는 거 같았어요 하하. 이제 지나간 경기는 잊으려고요.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다음 걸 또 해야죠.”

황성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6일 KIA전에서 처음 불거졌다. KIA 선발 양현종에게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 황성빈은 도루를 할듯 말듯 하는 페이크 동작을 취해 일부 팬들로부터 ‘비매너’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도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황성빈은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다는 거를 상대 팀에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지나고 보니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플레이에만 너무 집중한 거 같다”고 했다. 팬들 사이에선 논란과 비난이 계속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양현종은 “황성빈 같은 선수는 투수를 괴롭히고 흔드는 게 할 일이고 임무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황성빈은 “양현종 선배님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생각보다 더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고, 더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롯데의 9연패를 끊어낸 지난 18일 LG전에서도 비매너 논란이 있었다. LG 선발 켈리의 공을 쳤는데 파울이 됐고, 전력 질주로 달려 나간 황성빈이 천천히 타석에 돌아온 것에 켈리가 분노하면서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졌다. 황성빈은 “그런 타구를 치면 전력 질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돌아올 때 오래 걸린 걸 불편하다고 하신 분들이 있어서 오해사지 않게 조심하려고 한다”고 했다. 당시 켈리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냐고 묻자 “영어를 몰라서 욕하는 것만 알아들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김태형 감독이 작심한 듯 “(황성빈 보고) 밉상, 밉상 하는데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은 몰라도 황성빈한테는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정말 간절하다”고 말했다. “백업 선수들은 어쩌다 한 번씩 나가서 그 기회 하나로 2군에 가느냐 마느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절실한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자극하는 플레이가) 나온다”고 했다.

172cm 단신인 황성빈은 야구가 간절한 순간이 잦았다. 중3 때 야구로 진학할 고등학교가 없어 반강제로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유급해서 1년 후에 후배들이랑 진학할까 고민했는데, 기적같이 소래고등학교에서 야구부가 새로 생겼죠.” 고교 졸업 때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 경남대로 진학했고, 202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극적으로 지명을 받고 아버지와 끌어안은 채 펑펑 울었던 모습이 팬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프로 입단 후 또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시즌이 연기됐고, 구단 수뇌부의 권유로 곧장 군에 입대하며 다시 그라운드와 한동안 떨어져야 했다. 지난 시즌에도 페이스가 올라오던 중 부상을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2군 리그에서 묵묵히 노력해 1군까지 온 그에게 “지금 주어진 기회들이 간절할 거 같다”고 하자, 황성빈은 담담하게 말했다. “솔직히 저도 간절하지만 간절하지 않은 선수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지금으로선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발이 빠른 그를 ‘황보르기니’라고 불렀던 야구 팬들은, 이제 황성빈을 ‘황대포’, ‘마황’이라고 부른다. 9연패를 끊은 지난 18일 LG전부터 2승 1무를 기록한 지난 21일까지 4경기에서 황성빈은 17타수 9안타 3홈런 7득점 2도루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 사이 시즌 타율도 0.176에서 0.345로 급등했다. 황성빈은 “다 코치님, 선배님들이 도와주고 가르쳐주신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제가 지금 주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가을 야구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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