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터스의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 에미라가 한국 시장에 자리 잡은 1억 원대 경쟁 스포츠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랜드 최후의 내연기관 스포츠카라는 중요성 때문일까. 그동안 경량화를 위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배제했던 로터스인데, 이번에는 엔지니어들이 고심 끝에 출시한 만큼 외관과 실내 설계 모두에 신경 쓴 듯하다.

외관을 먼저 살펴보자. 에미라는 로터스가 그 동안 노하우를 쌓아 왔던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 형태를 기반으로 전기 하이퍼카인 에바이야의 디자인 특징을 계승해 더욱 날렵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면부는 앞 범퍼부터 시작해 보닛과 A필러를 거쳐 트렁크 리드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라인과 입체적인 도어 캐릭터, 엔진 열을 식혀줄 리어 펜더의 숨구멍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측면부는 과거에 타 보았던 로터스치곤 조금 차체가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길이도 4.4m에 달해 2인승 스포츠카치곤 덩치가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2인승 로드스터 특유의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덕분에 분위기는 공기를 베어낼 듯 여전히 날카롭다.

볼륨을 키운 전륜과 후륜 휠하우스 패널은 웅크린 맹수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역동적인 자세를 연출한다. 그 아래 네 바퀴에는 20인치 V형 스포크 단조 알로이 휠이 적용됐으며, 안에는 옐로우 색상의 캘리퍼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후면부는 엔진이 선명하게 보이는 투명한 커버와 스포츠카 특유의 힙업된 패널 디자인 조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단 디퓨저에는 고성능 모델에 장착되는 트위 타입 머플러 팁이 적용 됐으며, 패널 중앙에는 은빛의 로터스 레터링 마감과 함께 날카로운 인상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실내는 로터스의 'For the drivers' 슬로건에 걸맞은 운전자 중심의 직관적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경주차와 유사한 낮은 시트 포지션, 남다른 그립감을 선사하는 D컷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가 운전 욕구를 자극한다.

여기에 뛰어난 해상도를 자랑하는 12.3인치 디지털 콕핏과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으로 탑재해 최신 트렌드 또한 놓치지 않았다.

나파 가죽 소재로 마감된 시트는 스포츠카임에도 세단 못지않은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실용적인 공간 설계도 눈에 띈다. 4.4m에 달하는 차체 크기 덕분일까. 스포츠카임에도 꽤 많은 수납공간이 제공된다.

시트 사이에 마련된 두 개의 컵홀더와 함께 도어 트림엔 500ml 생수병을 담을 수 있는 홀더를 마련했으며,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는 지갑이나 문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콘솔 네트가 배치됐다. 글러브 박스의 여유 공간도 생각보다 넉넉하다.

적재공간은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임에도 프렁크가 아닌 트렁크로 제공된다. 앞쪽에 여유 공간이 있음에도 프렁크를 만들지 않은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로터스 브랜드의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프렁크 사용이 가능하면 더 좋았겠지만, 트렁크를 사용할 때마다 후석의 엔진과 마주할 수 있으니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다.
파워트레인은 터보 엔진을 주로 사용하는 경쟁 모델들과 달리 토요타의 V6 3.5L 가솔린 슈퍼차지 엔진을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405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으로 1억 중반대 스포츠카고 힘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 역시 로터스가 이어온 V6 엔진의 역사를 이어나가고자 한 엔지니어들의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접 운전석에 앉아 액셀 페달을 밟아보면 엔지니어들의 고집에 이유가 있었음을 금방 알게 된다. 출발에 앞서 센터콘솔에 배치된 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켠다. 그러자 날카로운 엔진음과 함께 로터스 특유의 감성이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타고 몸으로 전해져온다.
페달을 밟아 가속하니 저속에서부터 가볍게 속도를 치고 나아간다. 엔진과 조합된 6단 자동 변속기가 1단에서부터 RPM을 높게 쓰며 경쾌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RPM이 1500 이상으로 올라가니 엔진음과 함께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터빈을 돌려 출력을 높이는 터보 엔진이 아닌 슈퍼차저 방식어서일까. 가속감이 꽤나 부드럽다.

승차감도 과거의 로터스와 비교하면 리무진 수준이라 생각될 정도로 좋아졌다. 차체가 커져 실내가 넓어져서일까. 시트 에 앉으니 스포츠카가 아닌 세단에 탄 듯 안락하다. 차음 설계도 잘 되어 있어 후석 엔진에서 울리는 듣기 싫은 노이즈를 잘 걸러내 정돈된 엔진 소리만 실내로 유입시킨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잘 걸러준다.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 중속 구간대에 들어서니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슈퍼차저와 함께 짜릿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고속구간에 도달할 때까지도 출력이 부족한 구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코너링 성능도 수준급이다. 미드십 엔진 스포츠카답게 곡선주로를 스무스하게 통과한다. 높은 속도로 진입해 핸들을 틀어도 바깥쪽으로 몸이 쏠리지 않는다. 오히려 민첩하게 코너 안쪽을 파고든다. 차체 중량이 1.4t 정도로 가볍지 않음에도 브레이크 반응은 민첩하다. 겨울철이라 제동이 민감한 탓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량을 시승해보니 장점과 단점이 확실했던 과거의 로터스와 달리 에미라는 모난 곳 없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스포츠카임에도 데일리카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이란 상징성만으로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데, 양질의 상품성까지 갖췄으니 충분히 구매가치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에미라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만 찾으면 된다.
SPECIFICATION_LOTUS EMIRA V6 FIRST EDITION
길이×너비×높이 4413×2092×1226mm | 휠베이스 2575mm | 공차중량 1485kg
엔진형식 | V6S/G | 배기량 3456cc
최고출력 405ps | 최대토크 42.8kg·m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RWD
0→시속 100km 4.2초 | 최고속도 288km
연비 8.1km/ℓ | 가격 1억 522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