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면을 보라.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서 쓰는 젓가락은 왜 이렇게 특이하게 생겼냐며 올린 질문들이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인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도 한국의 납작한 쇠젓가락은 미끄러운 재질과 집기 어려운 모양 때문에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평소 쓰는 납작한 스테인리스 젓가락, 외국 나가선 본 적 없는 거 같긴 하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 못한다고 혼난 왱구들도 많을텐데 우리는 왜 이런 모양의 젓가락을 쓰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젓가락은 왜 다른 나라 젓가락과 다르게 생겼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납작한 스텐 젓가락은 만들기 쉽고, 제작이 편리해 1960년대부터 대량 생산을 거쳐 지금까지 두루 사용되고 있다.
[이병식 코스틱 대표]
"예전에는 원가를 좀 줄이려고, 프레스 금형을 한 번만 이렇게 꽝 때리거든요. 열처리 같은 걸 좀 빼먹으니까, 그냥 대량 생산을 위해서요. 그래서 몇십년 동안 일반 우리가 보던 (납작한) 젓가락밖에 안 만들었던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테인레스 소재의 제작 공정상 이유로, 또 최선의 효율을 위해 젓가락의 모양을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하고 시장도 다양해 여러 형태의 젓가락이 나오지만, 불과 60여년 전만해도 이런 환경이 아니었던 셈이다.
사실 한국의 젓가락은 원료부터 외국과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주로 쇠젓가락을 써왔다. 하지만 이때의 젓가락은 주로 제사도구였다. 매우 극소수의 왕족·귀족만 밥이나 반찬을 떠먹는 용도로 젓가락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서민들은 젓가락 자체가 필요 없었다. 이들은 당시 고급재료였던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자주 먹을 수 없었고, 여러 반찬을 밥상에 올릴 여력도 부족했다.
원래 쓰던 숟가락으로 밥과 한두가지 종류의 반찬을 퍼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부터 인구가 폭증하고, 전반적인 경제력이 올라가면서젓가락이 급격히 대중화 된 걸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왜 하필 쇠젓가락을 썼을까. 이건 숟가락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강하다. 젓가락이 등장하기 전부터 조상들은 쇠로 숟가락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이에 뒤늦게 밥상머리에 나타난 젓가락도 숟가락과 짝을 맞춰 쇠로 제작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 숟가락은 왜 쇠로 만들었을까. 이는 국물 문화 전통이 강했던 한국의 식문화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워낙 국물을 좋아하다보니 나무보다 상대적으로 물기에 강한 쇠를 수저의 원료로 정했다는 분석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뒤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청동, 즉 놋으로 만든 젓가락을 주로 썼다. 쇠젓가락이 진화했다고 할수 있는데, 이때만해도 젓가락은 잡작하지 않고 네모난 형태였다.
실제 북한은 아직도 각진 젓가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북한 옥류관에서 일하다 남한으로 넘어온 윤종철 셰프도 남북 간 다른 젓가락 모양 탓에 적응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윤종철 셰프]
"옛날에는 (북한도) 놋젓가락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은 스텐으로도 쓰고 있는데 우리(북한)는 네모난 형태고 여긴(남한은) 납작한 형태 처음(남한에 왔을 때)엔 납작한 거니까 적응 안 돼서 젓가락질을 하기가 좀 힘들더라고."
사실 만들기 쉬운 스텐 젓가락이 대중화 된 데에는 환경보호를 내건 박정희 정권의 입김도 작용했다. 당시 각 가정집과 달리 음식점에선 나무젓가락을 주로 썼는데, 집권 직후인 1961년 군사정권은 식당·가정에서 소독저, 즉 나무젓가락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다.
사실 정부가 권장한 건 플라스틱 젓가락인데, 이게 쓰기 불편했는지 스텐 젓가락이 대박을 치는 바람에 ‘플라스틱 업체들이 한몫 잡아보려다 스텐 젓가락 때문에 망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정의도 한국문물연구원장]
"스탠으로 만드는 숟가락 젓가락이 이렇게 되게 많이 (쓰이게) 된 거는 박정희 시대 때부터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기 뭡니까, 나무젓가락을 많이 썼는데 우리가 말하는 이때 할저(割箸)를, 소독저(나무젓가락)를 많이 썼는데 그게 환경보호하고 자원보호에 도움이 안 된다고 그걸 다 바꾸라 해가지고"
어쨌거나 이렇게 납작한 쇠젓가락은 손 활용도를 높여서 두뇌 계발에 도움을 주는 뜻밖의 순기능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한국 사람들이 잘 나가는 이유로 이 납작한 쇠젓가락을 지목하기도 한다. 이 영상을 보는 왱구님들도 오늘 저녁 식사 때 젓가락으로 맛있는 반찬을 잘 집어서 꼭꼭 씹어 드시는걸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