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벼랑끝 농촌에 손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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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어느 따뜻한 봄날 주말 오전.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성태씨(47)가 스마트폰을 켜고 '고향사랑기부 공식 누리집'에 접속한다.
"아빠! 10만원을 기부하면 13만원이 되돌아오는 셈이니 완전 이득이네요. 지금 당장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좋은 일 하면 혜택이 쏟아지는 고향세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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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활성화 마중물 ‘고향사랑기부제’…미래 모습은
지자체마다 기부금 쏟아지고
농민은 답례품 준비에 웃음꽃
귀농하는 청년들도 크게 늘어
2023년 어느 따뜻한 봄날 주말 오전.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성태씨(47)가 스마트폰을 켜고 ‘고향사랑기부 공식 누리집’에 접속한다. 옆에 있던 아들 영찬군(13)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빠가 농촌에 사시는 할아버지 동네에 기부했거든. 그래서 군청에서 고맙다고 선물을 준대요. 보이는 것 중에 영찬이가 좋아하는 것 있으면 골라봐.”
“와, 정말요? 전 그럼 블루베리하고 유기농 요구르트 사서 아침마다 먹을래요. 주문해주세요. 아빠!”
김씨는 기부금 10만원을 냈다. 10만원까지는 전부 세액공제 되니 나중에 전부 돌려받는다. 기부금의 30%인 3만원어치 답례품은 덤이다. 기부금 한도는 500만원까지다.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비율로 세금을 공제해준다.
김씨가 제도 전반을 설명해주자 영찬군이 손뼉을 탁 치며 말한다.
“아빠! 10만원을 기부하면 13만원이 되돌아오는 셈이니 완전 이득이네요. 지금 당장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좋은 일 하면 혜택이 쏟아지는 고향세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각 지방자치단체는 제도 도입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은 고향세로 모인 기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여러 지자체 가운데 경북의 ㄱ군이 눈에 띈다. 지난해 특임조직으로 만들었던 고향사랑기부제준비단이 올해 기획예산국 아래 정식 부서로 재탄생했다. 군은 기부금 목표액을 20억원으로 잡았다. 1분기가 갓 지났는데 벌써 목표액의 30%를 넘어섰다.
부서 일정표에는 연말까지 각종 행사와 추진전략 등으로 꽉 채워져 있다. ▲신문·TV 광고전략 수립 ▲답례품에 들어갈 브랜드·캐릭터 개발 ▲농특산물 생산업체·농민 고향세 협의회 발족 ▲고향사랑기금을 활용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연내 추진해야 할 것들이다.
농촌 지자체에 도시민의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것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광경이다. 인기 있는 답례품이 무엇인지, 답례품으로 관광상품은 없는지 물어보거나 기부금을 자신이 태어난 마을 도로를 까는 데 써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있다.
무엇보다 농민들이 바빠졌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민이 받고 싶은 답례품으로 쌀을 제외한 지역농축산물(44.3%)이 가장 많이 꼽혔다. 그래서일까. 고향세 시행 후 현장에선 농민들이 전에 없던 판로가 열렸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전북 김제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김태엽씨(40)의 가공품 매출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사포닌 함량을 한층 높인 홍삼즙이 답례품으로 특히 사랑받는다. 김씨는 “우리 홍삼 제품을 답례품으로 받은 후 다른 지인에게 추천해주면서 직거래 주문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고향세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 출신 기업인들이 자신의 고향을 돕겠다며 향우회 모임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전남 여수를 고향으로 둔 금융그룹 대표 A씨는 시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농산물 상품화에 사활을 건 농민을 위한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대학에서 통합 브랜드 전략을 가르치는 B교수와,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C씨는 지자체 후원 아래 한달에 한번 강원 홍천으로 내려가 고향세에 관심 있는 농민에게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다.
고향세 도입 이후 농촌을 기회의 땅으로 삼는 청년들도 부쩍 늘었다. D씨는 고향 경남 하동으로 내려와 유기농 이유식 공장 건립을 계획 중이다.
“도시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먹일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부모가 꽤 있더라고요. 하동에서 나는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을 선보일 겁니다. 고향세가 잘 안착되면 저처럼 농촌에서 도전하는 청년이 셀 수 없이 많아지리라 확신합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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