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승엽의 소년. 지금은?

조회수 2023. 4. 13. 0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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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퀴즈였네요. 아래는 제가 2014년 10월 5일에 페이스북에 작성했던 글인데요. 이 글에 2014년 이승엽의 소년이 등장합니다. 짧은 글이니 한 번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필자 페이스북 2014년 10월 5일자 캡쳐

2014년 광주에서는 그 지역 중학생들이 볼보이 역할을 했는데, 이 날은 광주동성중학교 학생들이 볼보이를 했습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은 한 좌타자 학생에게 타격폼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선수마다 배트를 들고 있는 자세가 다르고 스윙을 마치고 나서의 피니시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가는 임팩트 구간의 스윙은 모두 유사하다.'

스윙의 기본을 잘 갖춰야한다는 지론을 이승엽 감독은 저와 함께 해설을 하면서도 항상 강조했습니다.

자! 그럼 이 포스트에 등장하고 있는 이 좌타자 야구소년!

2014년 10월, 야구소년과 이승엽 선수.

이 까까머리 소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지금이 2023년이니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 소년이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하고 있다면 프로 선수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요. 과연 이 소년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요?

바로 정답을 공개하겠습니다. 이 소년은 이렇게 컸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한 이승엽의 야구소년, 두산 베어스 최지강. 사진 SBS스포츠 안진호 PD.

어린 시절의 얼굴이 남아있나요? 제가 바로 옆에서 사진을 예전 사진을 들이대고

"안 닮은 것 같은데..."

했더니

"헤어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렇죠."

라며 쑥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2014년 이승엽의 소년은 바로 두산 베어스의 투수 최지강 선수입니다. 그냥 두산의 선수가 된 정도였다면 '아. 그 아이가 거기서 뛰고 있어? 신기하네.' 정도로 끝났겠죠.

아직 더 남았습니다. 이승엽 감독의 정규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4월 1일, 2023 KBO리그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연장 끝내기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 경기, 많은 사람들이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을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그 경기의 승리투수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최지강 선수였습니다.

2014년 동성중학교 재학중에 챔피언스 필드에 볼보이로 갔다가 이승엽 당시 선수를 만나서 스윙에 대한 지도를 받았던 소년이 성장해서 이승엽 감독의 첫승이자 자신의 프로 첫승을 동시에 따낸 겁니다.

"신기했죠. 감독님께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이런 말씀드리면 감독님께 저를 잘 봐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요."

'안 닮았나요? 헤어 스타일만 좀 다른데...' 최지강 선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지금과 같다고 했습니다. 사진 SBS스포츠 안진호 PD

매우 겸손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굳이 안그래도 괜찮았을 겁니다. 이미 이승엽 감독은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최지강 선수를 올시즌 불펜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점 찍어두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히 2014년 사진 속의 중학생 최지강 선수는 타자였거든요. 이승엽 감독처럼 좌타자요. 지금은 투수 최지강입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고3때 지명을 받지 못해서 정말 실망스러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너무 힘들었죠. 그러다가 대학(강릉영동대)에 갔고, 대학에서 투수로 전향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내야수였는데 나름 어깨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정식 경기 아닐 때, 가끔 마운드 올라가서 던져보면 그때도 시속 142,3km 정도는 나왔습니다."

강릉영동대에서 담금질을 했던 기간 동안, 최지강의 구속은 140후반대까지 올랐고, 그 덕분에 대학리그의 최고 투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투수를 해보니까 투수가 제 적성에 잘맞았습니다. 내야수(고교때 최지강의 주포지션은 3루수였다.)를 할 때는 상황에 따라서 생각할 게 많았거든요. 물론 투수도 생각할 것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포수의 리드가 있으니까 훨씬 경기에 집중하기에 쉬웠어요. 투수 수비의 경우는 그래도 제가 내야수를 했으니까 자신이 있었고요."

투수에서 타자로...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는 최지강. 사진 SBS스포츠 안진호 PD

2014년, 당시 이승엽 감독과 만남에 대해 최지강 선수는 이렇게 회상을 했습니다.

"볼보이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중학생이었던 제가 봤을 때, 프로 선배님들 경기는 정말 수준이 높았거든요. 볼보이 하면서도 '아. 프로 선수들은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선수시절 이승엽 감독님을 봤는데, 저한테 말을 거시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솔직히 그때 너무 떨려서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스윙의 기본을 이야기했던 것은 기억이 나고요."

당시 만남에서 지금까지 최지강은 이승엽 감독에 대해 한결 같이 느낀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감독님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품격이 있었어요. 포스가 다르달까? 그런데 저희 팀 감독이 되셨잖아요. 감독님이 말씀하실 때 제가 느꼈을 때는 그 2014년 저를 대하면서 보여주셨던 그 품격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예요. 아마 이건 저만 알고 있는 거겠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두산이 치른 9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서, 벌써 1승 1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최지강은 본격적인 1군 첫시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 겨울 열심히 준비했는데, 기회가 빨리 찾아와서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팬 여러분이 경기장을 찾아주시거나, TV나 인터넷에서 두산 베어스 경기를 보실 때, 제가 마운드 위에 있으면 여러분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편안해지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2014년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짓는 최지강(좌)과 필자.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야구캐스터 정우영도 최지강 선수가 고맙습니다. 야구캐스터라는 직업은 지루한 반복이 평생이어지는 직업입니다. 매일매일이 반복인데, 매년이 또 반복입니다. 그리고 캐스팅이라는 업무 자체가 일정수준에 오르면 더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그렇게 매일매일, 매달매달, 매년매년 새로운 목표를 부여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국제대회, 시청률, 번역, 책 집필 등등. 그런 목표도 하나씩 달성해가면서, 점차 뭔가 새로운 목표조차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관계를 발견하게 된 겁니다. 제 페이스북에서 9년 전 썼던 글의 주인공들이 이렇게 묘한 인연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덕분에 저도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관계와 인연을 더 많이 찾아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앞으로 방송도 오래 열심히 하고, 또 글도 SNS와 칼럼을 통해서 계속 열심히 써야겠죠?

최선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아! 참! 최지강 선수! 인터뷰를 할 때, 본인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이승엽 감독이 모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승엽 감독도 알고 있었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진짜 신기하네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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