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AI 악용’ 5·18 왜곡·폄훼 갈수록 진화
작년 5천182건 적발…전년比 3배 ↑
북한 개입설 넘어 유공자 개인 타깃
李, 폐쇄 언급한 일베 등 혐오물 多
국내 최대 포털에도 사실상 ‘방치’
가짜 신문기사 등 AI 생성물로 진화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파문이 전국적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악용한 가짜 기사와 합성 이미지까지 등장하며 수법도 더욱 교묘해졌다. 일부 극우 성향 커뮤니티를 넘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댓글 공간에서도 왜곡이 이어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1년새 3배 폭증…방식도 변화
27일 5·18기념재단이 공개한 '5·18 왜곡·폄훼 AI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유튜브 등에서 5·18 왜곡·폄훼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총 5천182건에 달한다. 전년(1천728건) 대비 무려 3배나 폭증했다.
유형(키워드)별로는 '5·18 폭동' 관련 내용이 1천643건(31.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공자 명단 관련 1천31건(19.90%), 북한 개입설 569건(10.98%), 무기고 탈취 533건(10.29%), 가짜 유공자 349건(6.73%) 순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건 유공자 관련 공격 증가세다. '가짜 유공자' 게시물은 전년보다 481.67%, '유공자 명단' 관련 게시물은 372.94% 급증했다. 과거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 주장처럼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을 넘어, 5·18 민주화운동의 정당성과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주요 포털 댓글창까지 번져
보고서에선 국내 주요 웹사이트별 왜곡·폄훼 게시물 현황도 분류했다.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가 전체의 51.66%(2천677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네이버 뉴스 댓글 1천28건(19.84%), 일간베스트 737건(14.22%), 유튜브 217건(4.19%), 다음카페 216건(4.17%) 순이었다.
특히 네이버 뉴스 댓글이 분류된 플랫폼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댓글 공간에서조차 5·18 왜곡과 폄훼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응 체계다. 게시물과 댓글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상당수는 플랫폼 자체 시스템보다 이용자 신고와 수동 삭제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5·18기념재단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진행한 별도 모니터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주요 언론사 뉴스 댓글 중 신고 대상은 7천934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82%(6천536건)는 신고를 통해 삭제됐다. 작성자 본인 삭제까지 포함하면 사람이 개입해 지운 댓글 비율은 91.39%에 달했다. 반면 플랫폼 자동 필터링으로 조치된 비율은 8.61%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SNS에 "일간베스트처럼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는 공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특정 온라인 플랫폼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응을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현의 자유와 플랫폼 규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남아 있지만, 왜곡 게시물이 별다른 제재 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구조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정보여야 플랫폼 폐쇄가 가능하다는 방송통신 관련 기준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제도 적용 여부는 별개 문제로 남아 있다.
◇ AI로 '가짜 기사' 만든다
최근에는 AI 생성물을 활용한 왜곡도 늘었다.
과거에는 단순 게시글과 댓글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기사처럼 보이는 이미지와 영상까지 제작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가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행사 논란 과정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와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합성 이미지에는 전 전 대통령 모습을 한 인물이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음료를 내려치는 장면과 함께 '오늘의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한잔 TANK DAY'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가짜 신문 기사도 등장했다.
해당 이미지는 실제 신문 지면처럼 제작됐고,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 무기고 탈취'라는 제목을 달고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모두 허위다. 북한 지령설과 간첩 개입설은 이미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작 이미지에 적힌 날짜인 1980년 5월 20일 역시 광주일보 전신인 전남매일신문과 전남일보 기자들이 신군부 언론 통제에 반발해 제작을 거부했던 날이었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일보는 이날 광주일보 제호를 사칭해 허위 AI 합성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이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훼손하고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공동체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