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인가 싶은 병원 간판들

이 사진을 보라. 웃음과 재미를 주는 센스있는 병원 간판들. 넘쳐나는 병원 속에서 환자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노력이다.

근데 요새 길거리서 자주 보이는 요 간판. 파란 배경에 흰색과 노란색 글자가 적혀있고 LED를 둘러 밤만 되면 환하게 빛나는 간판은 십중팔구 병원이다.

다르게 보이려던 병원 간판들이 오히려 다 똑같아진 건데.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마침 유튜브 댓글로 "요즘 병원 간판은 왜 다 비슷비슷한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요새 병원 간판들 뜯어보면 대부분 다 이렇다. 파란색 배경과 흰색-노란색 글자, 그리고 번쩍번쩍 LED 테두리. 어쩌다 이런 간판들이 전국 병원마다 걸리게 된 걸까?

[간판업체 관계자]

유행한 지가 5년 정도 됐어요. 병원 전문적으로 인테리어 하는 회사가 큰 데가 (몇 군데) 있는데요. 병원 간판을 한 달에도 수십 개씩 달아요. 병원만 전문적으로 인테리어 하는 곳들이 이제 간판집에 하청을 주는데 대형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게 유행이 된 거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병원을 비롯한 상점 간판은 주로 인테리어 업체가 디자인을 하고 간판 업체에 시공을 맡기는 형태다. 이런 간판 디자인은 병원에서 직접 주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테리어 업체가 맡아 제작한다.

이때 몇몇 간판 업체들이 병원 간판 의뢰가 들어오면, 파란색 배경에 흰색과 노란색 글씨, LED 테두리를 두른 간판을 달기 시작했고, 병원들이 서로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하면서 이 디자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간판업체 관계자]

병원 하시는 분, 원장님들끼리 네트워크가 워낙 잘 돼 있더라고요. 너는 얼마에 했니, 너는 어디서 했니. 그런 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돼 있어요. (업체) 소개 소개 소개로 가기 때문에...

비슷한 병원 간판이 워낙 많다 보니 아예 간판 모양이나 색깔이 법으로 정해진 거냐고 물어보신 왱구님도 많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병원보다 인테리어 업체의 편의가 더 컸다. 이미 만들어둔 디자인 틀을 그대로 적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

근데 왜 하필 이런 색깔을 쓰게 된 걸까? 인테리어 업체 등에 직접 물어봤다.

우선 파란색 간판. 푸른색 계열은 사람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 그리고 청결함을 준다.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기위해 파란색이 주로 쓰이게 됐다는 것.

간판 업체 얘기로는 병원에서 가장 선호하는 색상 1위는 파란색이고, 갈색과 녹색이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정형외과와 치과가 파란색을 더 선호한다는 평가.

피부과는 다양한 색깔을 쓴다는데, 미용·뷰티 이미지와 연결되다 보니 분홍색, 베이지색 등 부드럽고 밝은 색상을 선호하는 편.

흰색과 노란색 글자.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신향선 CCI색채연구소 소장]

이제 반대색, 보색 이렇게 하는데. 사실은 (파란색의) 보색은 주황색인데, 일반적으로 명도 대비가 가장 큰 게 어두운 파랑과 노랑이다 보니까 그런 시안 작업을 할 때는 가독성을 높이려고 노랑을 더 많이 쓰거든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이런 글자 모양의 간판은 LED 조명을 사용하는데, 제작에 쓰이는 LED는 기본적으로 흰색이라 별도의 색 작업이 필요 없다.

반면 색이 들어간 간판은 흰색 LED 위에 색 시트지를 붙여 만들어야 하는데, 이 시트지가 시간이 지나면 변색되는 문제가 있다. 그중에서도 노란색 시트지는 변색이 거의 티 나지 않아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간판을 둘러싼 이 LED 간판 테두리는 업계 용어로 ‘라인바’. 당연히 밤에도 간판이 잘 보이라고 하는 건데, 의외의 이유도 있다.

바로 병원의 규모를 드러내기 위한 것.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간판의 크기를 보고, 병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한 상태에서 방문하기 때문.

[간판업체 관계자]

라인바가 이제 영역 표시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우리 병원이 이렇게 크다. 여기서 여기까지 우리 병원. 영역 표시하는 거죠.

보통 건물을 통째로 쓰지 않는 개인 병원은, 직접 들어가기 전엔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건물 외벽을 따라 크게 라인바를 두르면 병원의 ‘영역’이 한눈에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생긴다.

최근에는 병원뿐 아니라 학원들도 라인바를 크게 둘러 규모를 자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간판 업체의 설명.

아무튼 이렇게 비슷비슷한 병원 간판이 늘어나면서, 요즘엔 “도시 풍경이 너무 획일적이다”거나 “밤에 눈이 부신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물론 간판이란 게 결국 환자들에게 잘 보여야 하고, 믿음이 가야 하는 게 1순위지만, 이왕이면 도시 풍경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고, 병원마다 개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