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가포고등학교 교지 <해담솔>

마산 가포고등학교 교지 <해담솔>이 학생들 주도로 다시 시작했다. 1996년에 문을 연 가포고는 2년 뒤인 1998년부터 교지를 발행했다. 2017년까진 잡지 형태였다가 2018년 이후 가정통신문처럼 축소됐고, 2021년 아예 발행이 중단됐다. 2023년 당시 3학년으로 학생회장이던 김경훈(18) 씨는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친구·후배들과 함께 교지 부활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지금은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김 씨와 김희향 <해담솔> 편집장을 만나 다시 세상에 나온 교지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교지 새 편집장 김희향 학생, 졸업생 김경훈 씨./백솔빈 기자

◇생동감 넘치는 학창시절을 기록하다 = 김 씨가 보기에 고등학교 교지가 중요한 건 묻힐 뻔한 학교 이야기들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역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럴 때 서로를 연결하고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한 소중한 장치가 바로 교지였다.

"사실 학교는 거대한 사회적인 체계입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죠. 지난 교지를 살펴보니 학생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교직원들 이야기 등이 잘 담겨 있습니다. 그걸 이어나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실제 지난 교지들을 살펴보면 당시 학교 구성원들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1999년 <해담솔>에는 당시 권경봉·강민구·강인영 학생이 정헌 선생님 댁에 찾아가 그를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2002년엔 김형훈·이경훈 학생이 수위 아저씨 강신망 씨나 매점 아줌마 윤귀정, 가포문구를 운영하던 부부 김수철·박원이 씨와 이야기를 나눈 내용도 있다. 2007년엔 2학년 5반 김동혁 학생이 KBS 청소년 퀴즈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 참여한 후기가 실려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교지를 보면 학생들이 당시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도 알수 있다. '효순이 미선이 미군 장갑차 사고' 이후 반미 감정에 대해 분석한 글이나 광우병, 걸그룹 선정성을 주제로 한 글들이 그 예다.

가포고등학교 학생회실에 지금껏 발행된 가포고 교지 〈해담솔〉이 놓여져 있다./백솔빈 기자

김 씨는 이렇게 교지에 담긴 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동감 있게 자기 성장을 하고 있는 존재라는 걸 잘 알수 있다고 말한다.

김 편집장도 학교가 하나의 작은 사회란 말에 동의했다. 그러기에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학교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학생들 성적만 기록할 게 아니라, 교지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치열히 성장하고 있는 생동감 있는 모습들을 남겨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다시 나온 교지 = 그래서 김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학생회 산하 조직으로 '학생회지 TF 팀'을 만들었다. 총 17명이 동참했다. 그러나 예산이 문제였다. 교장 선생님 도움으로 예산을 겨우 마련했다. 그마저도 부족하면 친구들에게 취지를 설명해 한 푼, 두 푼 모았다. TF팀 중 한 명인 하윤 학생은 알바해서 번 돈 130만 원을 선뜻 기부했다. 졸업한 선배들이 있는 소통누리망 밴드에 소식을 알려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교지 부활에 마음을 보탰다.

취재부터 편집까지 학생들이 직접 했던 터라, 겨울방학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김 씨는 수능을 앞두고 있었지만 밤 늦게까지 교지 제작에 매달렸다. 김 편집장도 학원을 빼가며 교지를 만들었다. 물론 TF팀 모두가 열성을 다한 건 아니었고, 절반 정도는 참여율이 낮아 갈등이 생긴 적도 있다.

2023년에 결성된 '학생회지 TF팀'. 이들은 발행이 중단된 가포고등학교 교지 〈해담솔〉을 다시 부활시켰다./김경훈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0일 드디어 교지 <해담솔>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다시 나온 교지엔 이전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겼다. 졸업 후 변호사가 된 윤영준 선배 이야기, 지난 31년간 가포고 시설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21년 학교 지킴이로 돌아온 김양규 선생님 이야기, 가포고를 나와 다시 모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최지혜 선생님 이야기, 최 선생님이 가포고에 다녔을 당시 수학을 가르쳤던 설정순 선생님 이야기 등이다. 또, '지금의 교권 논의에 자그마한 돌 던지기',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까?' 등 기획 기사로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다뤘다. 여기에 학생들이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도 들어갔다.

'학생회지 TF팀'은 이제 정식 학교 동아리가 돼 교지를 이어나가게 됐다. 김 편집장은 학생들 이야기를 더욱 많이 담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 이 교지를 보물상자처럼 다시 열어 봤으면 좋겠어요. 이 시절을 추억하면서요."

교지 이름 '해담솔'은 '햇살 담은 소나무'란 뜻이다. 1998년도 교지 편집부가 주최한 교지 이름 경연 대회에서 입상한 이름이다. 교목인 소나무에 교지를 만들어 나가고싶은 학생들 염원을 담은 뜻이다. 그 염원은 새롭게 시작된 교지 <해담솔>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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