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소설 아냐”…‘프란시스코 움브랄상 수상’ 엘레나 메델 작가가 한국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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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어떤 상을 바라고 쓴 건 아니에요. 시도 소설도 모두 오늘날 살아있는 제게 가장 치열한 이야기를 썼을 뿐이죠."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스페인 시인이자 소설가 엘레나 메델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지난 7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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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어떤 상을 바라고 쓴 건 아니에요. 시도 소설도 모두 오늘날 살아있는 제게 가장 치열한 이야기를 썼을 뿐이죠."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스페인 시인이자 소설가 엘레나 메델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지난 7일 만났다. 그는 한국에 소개된 ‘소유에 관한 아주 짧은 관심’(마르코폴로)으로 프란시스코 움브랄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가가 됐다.
‘소유에 관한 아주 짧은 관심’은 두 개의 시간축으로 전개된다. 1969년 스페인 남부 도시 코르도바에서 살고 있는 10대 소녀 마리아와 2018년 수도 마드리드를 살아가는 소녀 알리시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50년의 시간 차이를 건너며 작가는 산업화, 독재와 민주화 등 굵직한 스페인 역사를 사실적 묘사로 담아낸다. 그렇기에 메델 작가는 "스페인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등장하면 단순히 페미니즘 주제의 ‘여성 소설’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책은 궁핍한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여성 주인공들의 서사를 생략하거나 삭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충격적인 것은 50년 동안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가난한 서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돈이 삶의 매우 큰 부분들을 좌우한다는 책의 주제의식은 ‘소유’에 대한 ‘짧은 관심’이라는 한국어판 제목과 겹쳐지며 역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메델 작가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일종의 논픽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을 다니던 어머니와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글을 좋아하는 소녀가 품을 수 있는 유일한 꿈은 선생님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꿈조차도 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가 자신의 삶을 풀어내면서 내게 돈이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는 부분에서는 저뿐 아니라 부족하게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해봤던 고민이라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국내에는 소설로 알려졌지만 메델 작가를 처음 전업 작가의 삶으로 인도한 것은 시였다. 13세에 스페인 국민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집을 읽은 뒤 시를 쓰기 시작했고 16세에는 첫 시집을 출간했다. "시는 더욱 내밀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말한 메델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작 시집 ‘채털톤’이 한국에 소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메델 작가는 스페인에서 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의 영문판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느낀 슬픔과 상실감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특별합니다. 그걸 김혜순만큼 잘하는 시인은 없다고 생각돼요." 인터뷰를 마치며 메델 작가는 김 시인의 책을 스페인어판으로 출간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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