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규정 어겼다…거짓 보도자료도

문체부,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 결과 발표
클린스만 전 감독 때부터 전강위 무력화
“이임생 감독 추천 권한 사실상 없어”
10월 말 최종 감사 결과 발표 예정

홍명보(왼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및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러한 내용의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 29일부터 클린스만 및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 “이임생, 홍명보 면접 보며 감독직 제안”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뉴스1

문체부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부터 축구협회의 전력강화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판단했다. 축구국가대표팀 규정상 대표팀은 전강위 추천 이후 이사회 의결로 선임된다. 축구협회와 마이클 뮐러 당시 전강위원장은 지난해 1월, 전강위 구성 전에 대표팀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후보자 20여명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첫 과정부터 전강위원들이 배제된 것이다.

아울러 문체부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개입해 부적절한 절차를 밟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정몽규 축구협회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최종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해 면접을 진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면접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1순위로 추천된 게 홍명보 감독이다.

문제는 면접 과정에도 있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7월 5일, 홍명보 감독과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참관인을 두지 않았으며 밤 시간 자택 근처에서 홍명보 감독에 대한 면접을 봤다. 또한 면접을 진행하면서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다른 외국인 최종 후보 2명에 대한 면접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추천하기 전인 6월 27일, 정해상 당시 전강위원장이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을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면서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추천했다. 문체부는 감사에서 정해상 위원장이 홍명보 감독과 면접도 진행하지 않은 채 정몽규 회장에게 추천한 사실을 밝혀냈다.

◇ 감독 선임 절차 두고 축구협회 이사회 내에서도 논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추천 후 이사회 의결까지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어났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7월 8일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축구협회 이사회는 7월 10일~12일 동안 서면결의로 홍명보 감독을 정식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다.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재적이사 26명 중 23명 참가해 21명 찬성, 1명 반대, 1명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에 따라 홍명보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 홍명보 감독은 7월 15일 대표팀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

◇ “논란 일자 축협 거짓 대응해”… 축구협회 “감사 인정 못 한다”

문체부는 축협이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허위 사실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7월 22일, 축구협회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대표팀 감독 추천 권한은 6월 30일에 진행됐던 전강위 온라인 임시회의에 참석한 위원 5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 감사 결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대표팀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전강위로부터 위임받지 않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축협은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가진 뒤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에 축구협회는 지난달 29일 문체부에 답변서를 보내고 입장을 번복했다. 축구협회는 답변서에서 “6월 30일 임시회의는 감독 결정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 정식적인 회의로 인정할 아무런 규정상 근거가 없다”며 “감독 선임에 대한 전강위 기능은 이미 제10차 전강위 회의 때 정해상 위원장에게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축구협회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근거로 정해상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대면 협상 진행 및 이사회 추천 등을 축구협회가 대신해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정해상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맡긴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감사를 통해 정해상 위원장이 축구협회에 이처럼 요청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강위원들이 정해상 위원장에게 감독 추천권을 위임할 때, 정해상 위원장이 축구협회에 감독 추천권을 재위임할 권한까지 넘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이달 말쯤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면 문체부는 행정처분(문책·시정·주의·개선요구·권고·통보) 수위를 결정한 후 축협에 감사 결과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이번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문체부에 보냈다. 축협은 클린스만 감독 이사회 선임 절차 누락 사항에 대해서만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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