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의 결정체, 드론 킬러 "비호복합 자주대공포"

하늘에서 날아오는 위협에 맞서는 최전선의 수호자가 있습니다. 바로 비호복합 자주대공포입니다.

30mm 기관포로 무장한 자주대공포 '비호'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인 '신궁'을 결합해 탄생한 이 무기는 육군의 저고도 방공작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야전에서 장병들을 하늘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드론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드론 킬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무기체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호에서 비호복합으로, 진화의 역사


비호복합의 뿌리인 K-30 비호 자주대공포는 1983년부터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와 개발을 주도하고 한화디펜스(구 두산DST)가 개발에 참여해 총 6년 동안 연구인원 600여 명, 개발비 289억 원을 소요해 1996년 말 초도 생산을 시작했죠.

당시 북한이 우리 군이 운용하던 500MD 헬기와 유사한 500D 헬기를 밀수하고, An-2를 통한 특수부대의 대규모 공중침투 위협이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우리 육군은 K1 전차와 K200 장갑차를 개발해 대규모 기계화 부대를 보유하게 됐는데, 이 기계화 부대를 하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자주대공포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비호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거리가 3km로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었죠.

이 때문에 적기가 원거리에서 접근할 때 대응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두산DST, 삼성탈레스, LIG넥스원 등이 참여해 기존 비호에 휴대용 대공유도탄 신궁을 결합한 복합대공화기 개발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두 개의 무기가 만나 탄생한 완벽한 조합


비호복합은 말 그대로 두 가지 무기체계의 강점을 결합한 혁신적인 무기입니다.

30mm 기관포 2문과 신궁 지대공미사일 4발(좌우 각 2발씩)을 동시에 탑재해 다양한 거리에서 접근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포신이 두 개가 아니라 독립된 30mm 기관포를 각 1문씩 포탑 양편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포는 스위스 욀리콘사의 KCB 30mm 기관포를 SNT다이내믹스(구 통일중공업)에서 국산화한 KKCB포로, 30mm로 바뀌면서 발사속도는 각 포당 600발, 총 1200발/분(1초당 20발)로 높아졌습니다.

각 포당 500발(예비 탄약도 100발 수납)이 수납돼 이론상 최대 50초의 지속사격이 가능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탄약은 해군의 고속정이나 초계함에서도 사용되는 체계로 탄약 호환성을 고려해 선정됐죠.

실제로 사격훈련 시 해군이 연습탄으로 쓰기 위해 비축했다가 함정 노후화 등으로 여유가 생긴 탄약을 제공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거리별 대응 전략입니다.

적기가 나타나면 먼저 사거리 5-6km 내에서는 신궁 유도무기로 교전한 후, 이를 회피해 들어오는 적기는 30mm 대공포로 사격하는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거리 3km 이상에서는 유도무기가, 사거리 2km 이내에서는 대공포가 훨씬 명중률이 높습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웨폰


비호복합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포와 미사일을 합쳤다는 게 아니라, 최첨단 전자장비로 무장했다는 점입니다.

레이더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EOTS(전자광학식 조준경)와 연동되는 컴퓨터화된 사통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레이더는 적기 탐색을 위한 것으로 최대 17km 거리부터 적기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비호복합으로 개량되면서 탐지거리는 21km까지 늘어났죠.

레이더가 적기를 탐지하면 관련 정보는 EOTS에 전달되며, 표적이 7km 거리로 접근하면 EOTS에 의해 표적에 대한 자동 추적이 시작됩니다.

정말 놀라운 건 표적이 유효사거리인 3km 이내로 접근하면 사통장치가 포를 자동으로 가동해 컴퓨터가 계산하는 최적의 위치로 계속 움직여준다는 겁니다.

사수는 사격만 하면 되죠. 한마디로 거의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이뤄지는 셈입니다.

또한 EOTS는 고각탐색을 통해 얻은 영상정보를 이용해 표적에 대한 자동추적을 수행하고, 표적 속도와 진행 방향에 따라 사수에게 포와 유도탄을 선택하도록 추천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유도탄 선택에 따른 사격 절차를 자동화해 신속한 교전이 가능합니다.

드론 시대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


현대전의 새로운 위협인 드론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교전능력을 갖췄습니다.

본격적인 대(對) 드론 체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700~800m 거리에 접근한 소형 드론을 요격이 가능합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론 위협이 급증하면서 비호복합이 '드론 킬러'로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주요 무기로 사용되는 등 드론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죠.

비호복합은 이러한 위협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대응할 수 있는 안티 드론(anti-drone)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뛰어난 기동성과 생존성


비호복합의 차체는 K200 장갑차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K200의 차체를 바퀴 하나만큼 늘린 개량 차체입니다.

엔진은 520마력이며 최대 65km/h의 속도를 발휘합니다. K200이나 K1 등의 다른 전투장갑차들과 함께 기동전 수행이 가능하죠.

특히 방공 C2A체계연동을 위해 지상항법장치와 더불어 GPS가 장착돼 네트워크 기반의 통합방공작전임무수행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피아식별 및 실시간으로 탐색과 추적을 할 수 있어요. 주행 중 표적탐지는 물론 적의 전파공격에 대비한 첨단 전자전 대응능력도 갖췄습니다.

연막탄발사기(K-18)도 포탑 측면 좌·우에 각각 1개(5발)씩 총 10발을 장착해 적으로부터 연막으로 은폐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비호복합은 기동부대의 특성에 적합한 방공무기로 표적 격추 후 신속한 진지변환이 가능한 전천후 장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높은 국산화율과 기술 자립


비호복합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높은 국산화율입니다.

주요 구성품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우리 기술로 개발됐죠.

30mm 기관포는 비록 스위스 욀리콘사의 KCB를 기반으로 했지만, SNT다이내믹스(구 통일중공업)에서 자체적으로 국산화 개발한 KKCB 자동식 포체계를 사용합니다.

차체는 K200을 기반으로 한 국산 설계이고, 520마력의 D-2480L형 디젤엔진과 S&T중공업에서 면허생산하는 HMPT-500EK 무단자동변속기가 장착됐습니다.

특히 EOTS(전자광학식 조준경)는 레이시온사에서 개발했지만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궁 미사일은 물론 100% 국산 기술이고, 레이더 시스템도 LIG넥스원이 국산 기술로 개발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LIG넥스원이 유도탄 포드 및 유도탄 레이더 제어콘솔을 신규 개발하고, 레이더 창정비 및 성능 개선을 수행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비호복합이 단순히 외국 기술을 조립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죠.

세계가 주목하는 K-방산의 성과


복합대공화기는 이론적으로 개발이 만만치 않은 무기체계입니다.

기관포 사격으로 발생하는 격렬한 진동 속에서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해 명중시키는 것은 고도의 기술수준을 갖춰야 합니다.

또 미사일 발사로 인한 배기가스와 진동을 이겨내고 기관포를 정확히 사격할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기관포와 미사일 사격통제체계의 혼선도 막아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기술적 문제들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결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6개월 만에 완료했고, 비호복합(K30)은 별개의 무기체계를 복합화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무기체계가 됐습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포와 유도탄을 복합화한 무기체계는 러시아의 퉁구스카가 1990년대 최초로 등장했죠.

30mm 기관포 2문과 SA-18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8기를 통합해 8~10km 내의 적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게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대량 생산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현재는 이를 개량한 '판츠시르-S1'이 쓰이고 있어요.

미국도 '라인베커 체계'를 개발했지만, 이는 브래들리 장갑차에 토우 대전차미사일 대신 스팅어 대공미사일 4발을 갖춘 정도에 그쳤습니다.

본격적인 복합대공화기로 전력화가 이루어진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비호복합은 개발 및 운용 시험평가 동안 주·야간에 수행된 9발의 유도탄 사격을 모두 명중시키는 우수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비호복합의 기술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증거죠.

미래를 향한 끝없는 도전


비호복합을 운용하는 일선 부대 장병들의 만족도와 호응도도 높습니다.

K30을 운용하는 한 하사는 "비호복합은 비호의 짧은 사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단거리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장착한 장비로써 연속 교전이 가능해 공중 위협에 효과적"이라며 "열상장치 등을 이용해 적기의 주간과 야간 공격에도 기동부대 및 국가 중요시설을 보호할 수 있고 적 장갑차량에 대한 조준사격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비호복합은 레이더를 회전식 AESA레이더로 개량하고 사격통제장치, 조준기까지 함께 교체하기 위한 개발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더 나아가 비호복합은 휴대용 신궁의 플랫폼 다양화 사업의 첫 시작이기도 합니다.

비호복합의 성공을 발판으로 함정 탑재형, 헬기 탑재형, 무인자동화 시스템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인도 육군의 복합 대공방어체계 사업에서 러시아의 판츠시르-S1을 물리치고 예비 조달자로 선정되기도 했죠.

비록 최종적으로는 무산됐지만, 대부분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는 인도에서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현재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비호복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드론 위협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대전에서 비호복합 같은 복합대공화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손으로 만들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비호복합이 K-방산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