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어 20만이면 미국 간다? 인플루언서가 뚫은 美 비자 [지구촌 TMI]

박지영 2026. 1. 12. 15: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명 가수·배우가 이용하던 O-1B 비자
인플루언서도 발급받아 미국 진출 중
높은 수익·팔로어 수·플랫폼 추천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미국은 이민, 비자 이슈로 시끄럽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현지 주재 외국인들은 합법적 비자를 소지하고 있어도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직 비자(H-1B) 발급이 제한되는 등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막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미국 비자를 취득해 미국 업체들과 협업하는 길을 점점 넓히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 걸까요?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인플루언서들이 미국 O-1B 비자를 취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O-1B 비자는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거나 영화, 텔레비전 산업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개인에게 발급하는 비(非)이민 비자입니다.

그간 O-1B 비자는 해외 유명 배우나 가수들이 이용하던 제도였습니다. 호주 출신 배우 휴 잭맨이 활동 초기 O-1B 비자로 미국에 들어가 연기를 했고, 캐나다 출신 가수인 저스틴 비버도 미국 영주권을 획득하기 전 이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공연·방송 출연 등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비자 발급 조건도 엄격한 편입니다. 일단 오스카나 그래미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예술 시상식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면 특별한 증빙 없이도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유명 공연·영화의 주연 △다수의 주요 언론 보도 △상업적 성공 △전문가 추천서 △높은 보수 △예술 단체 고위급 직책 중 3가지에 대한 증빙서류를 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상업적 성공, 전문가 추천서, 높은 보수를 증명해 O-1B 비자를 받습니다. 상업적 성공은 팔로어 수로 증명하고, 자신이 벌어들인 콘텐츠 수익을 공개하면 높은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추천서는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플랫폼에서 받습니다.

일례로 '팬픽스(Fanfix)'라는 콘텐츠 창작 플랫폼에서 주로 활동하는 캐나다 인플루언서 줄리아 아인은 팬픽스의 후원을 바탕으로 O-1B 비자를 취득했습니다. 아인은 가디언에 "신청서에는 '이 앱에서는 팔로어가 20만 명, 저 앱은 30만 명, 한 달 조회수는 1,000만 회' 같은 내용을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미국 진출을 원하는 이유는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 비자로 미국에 머물던 프랑스 출신 루카 모르네는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수많은 브랜드, 에이전시와 일하는 것을 알게 됐고, 나는 학생 신분이라 협업을 할 수 없다는 게 늘 짜증났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모르네는 졸업 직후 O-1B 비자를 신청·취득했습니다.

슈퍼스타들이나 이용하던 O-1B 비자 취득이 인플루언서에게까지 확대된 상황에 대해 미국 내 반응은 엇갈립니다. 이민 변호사 프로티마 다리야나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결코 승인돼서는 안 될 사람들이 O-1B 비자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들은) 기계적 기준만 충족했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아메리칸 드림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민 전문 변호사 마이클 와일즈는 "인플루언서들은 그 누구보다 콘텐츠와 구매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며 "이민 제도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