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 탄력 붙은 尹…39년 멈춰있던 필리핀 바탄원전 잡았다
건설재개 타당성 조사 MOU
한수원 측에 맡기기로 합의
바탄원전 40여 년전 공사중단
韓고리2호기와 동일한 모델
추가 원전수주에도 호재될듯
한수원은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필리핀 원전 사업에도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선 원전 협력을 포함해 총 7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날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수원과 필리핀 에너지부가 맺은 MOU는 한수원이 바탄 원전 건설 재개를 위해 경제성 및 안전성을 분석·평가한다는 내용이다.
바탄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건설을 주도했으나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여파로 지금까지 미완공 상태로 남아있다. 한수원은 이번 타당성 조사를 통해 바탄 원전의 향후 입찰 단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복안이다.
바탄 원전은 한국의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가압 경수로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마닐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 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어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정권은 또 ‘에너지계획 2050’을 발표하며 민도로섬과 팔라완주 등에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총 3기의 원전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타당성 조사가 이후 원전 수주에서도 유용한 경험이 될 것으로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올해 체코 신규원전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사실 등을 언급하며 “필리핀과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원전과 관련해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한국과 필리핀 양국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해 한국기업의 기술과 필리핀의 풍부한 광물자원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로 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으로 니켈 생산 세계 2위, 코발트 생산 세계 6위 등에 올라 있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촉매, 합금 제조 등 산업 전방위에 걸친 핵심 원자재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각종 필리핀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투자도 본격화 된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필리핀 재무부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및 PGN 교량 건설사업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협력 MOU를 체결했다.
기재부는 ODA 중 유상원조를 전담하는 정책기금인 EDCF를 통해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사업에 9억500만달러, PGN교량 사업에 10억달러 등 총 19억500만달러(2조5656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987년 설립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의 대형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수주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양국 정상은 서울시가 시범 실시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등 고용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필리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허가제(EPS)와 계절근로자 제도의 안정화도 향후 과제로 언급됐다.
한국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13년 만으로 올해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방문을 마무리하고 싱가포르로 이동해 9일까지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이후 11일까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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