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사가 설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TC 본더 장비도 저희가 전량 수주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김정영 한미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분기 잠정실적 리뷰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설명회에서 올해 2분기에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863억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5.8%, 55.7% 증가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김 부사장은 "2분기 매출의 50%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TC 본더가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했다"며 "향후 3~5년간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해외 고객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지난해 국내 특정 고객사에서 발생한 수치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객사 요청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 100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BM은 D램 반도체를 8단·12단 등으로 쌓아 만드는 데 이 때 열과 전기적 연결을 모두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이도 공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TC본더는 와이어 본딩 방식과는 달리 다이와 인터포저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정밀하게 정렬 압착 시킨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017년부터 HBM용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현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론, 대만 ASE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며 매출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김 부사장은 "모든 장비 가격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약 30~40% 높아 향후 마진 확대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TC 본더 생산량은 월 35대 수준인데 내년 45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HBM인 HBM4용 TC 본더 시장 선점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고객사와 오랜 기간 양산 경험을 쌓아온 만큼 시장 지형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HBM4용 TC 본더 양산을 위한 장비 테스트를 하는 곳은 한미반도체와 해외 업체(ASMPT)뿐이고 이 외 국내 다른 회사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김 부사장이 언급한 국내 다른 회사는 한화세미텍으로 추정된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지난 3월과 5월 세 차례에 걸쳐 총 805억원 규모의 TC본더를 수주했다.
또한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차세대 장비로 불리는 플럭스리스 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김 부사장은 "2026년 HBM4E부터 플럭스리스 본딩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7년~2028년 출시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까지 기술 로드맵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고객사로부터 이미 플럭스리스 본더를 주문 받아 올해 납품을 준비 중"이라며 "해외 경쟁사들도 플럭스리스 본더를 준비하고 있지만 당사 장비는 기존 TC 본더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럭스리스 본더는 HBM 결합 공정에서 D램 칩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범프에 부착돼 칩 정렬및 산화막 제거 역할을 하는 플럭스 없이 칩 사이에 채운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를 굳히는 장비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칩 두께를 줄이는 데 용이하고 세정 이후에 잔여물이 남지 않아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향상에도 도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마이크로 범프마저 없애고 구리판을 이용해 칩과 칩을 바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여겨진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 본더는 칩과 웨이퍼 구리 배선을 직접 붙이는 기술로, 기존 TC 본더와 달리 범프를 쓰지 않는다. 덕분에 HBM 패키지 두께를 더 줄이고 방열 특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4415평, 지상 2층 규모의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로,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한미반도체는 총 2만7083평 규모의 생산 라인을 완비하게 된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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