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초반에는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더니, 개봉 두 달을 넘겨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23년 여름 극장가에서 '기적의 역주행'이라 불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이야기다.
물과 불이 사랑에 빠진다면
영화의 무대는 불, 물, 흙, 공기 네 원소가 함께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다. 불의 원소 앰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딸이고, 물의 원소 웨이드는 감정이 넘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쏟는 청년이다. 닿기만 해도 서로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두 원소의 만남은,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됐다.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
'엘리멘탈'이 한국 관객에게 유독 깊게 다가온 이유는 앰버 가족의 서사 때문이다. 낯선 도시로 건너와 편견을 견디며 가게를 일군 부모, 그 헌신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딸.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녹여낸 이 서사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울림을 만들었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비주얼
일렁이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앰버의 머리칼, 투명하게 출렁이는 웨이드의 몸, 원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까지. 픽사는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비주얼로 스크린을 채웠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장면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입소문이 만든 기적의 역주행
'엘리멘탈'은 개봉 10주 차까지 흥행을 이어가며 7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023년 개봉 외화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글로벌 수익도 6,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화려한 개봉 성적 대신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보기 드문 흥행 곡선이었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서로를 바꾸고, 마침내 함께 빛나는 이야기. 가족과 함께 봐도, 혼자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을 찾는다면 이 작품만 한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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