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 신세계 사장 승진… ‘정유경 남편’에서 실세로”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 /사진 제공=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신세계아이앤씨 전략사업본부장으로 부사장 직위를 단 지 17년 만이다. 이에 지난해 정 회장 체제가 출범한 후 첫 정기인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실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문 대표는 26일 단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함께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 사장단은 문 대표와 박 대표, 한채양 이마트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등 4인이다.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에서 각각 2명씩 균형을 맞춘 구도다.

1972년생으로 만 53세인 문 대표는 사장단 가운데 막내다. 승진 동기인 박 대표(1959년생)와는 13세 차이이며 1964년생인 임 대표, 1965년생인 한 대표와도 각각 8세, 7세의 나이 차를 보인다.

사장 승진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신세계그룹에서 문 대표의 발탁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시선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교차한다. 특히 백화점 부문에서는 정유경 당시 총괄사장을 제외하면 2022년에 퇴임한 차정호 전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유일한 사장급 임원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정 회장의 남편으로서 문 대표의 권력이 명실상부하게 입증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도 맡았다. 그가 5년째 이끌어온 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와 사업적 시너지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스타트업 발굴과 상품 커머스를 같은 사이클에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준 것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알짜 계열사라는 것은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홈쇼핑을 주력으로 한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최근 3년간 외형 성장을 거듭하며 꾸준히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3283억원, 영업이익은 34.1% 늘어난 177억원에 달했다.

다만 승진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 대표가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파크 개점 등 유의미한 결과물을 낸 것과 달리 문 대표는 역량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2020년 설립된 시그나이트는 투자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종전에 대표이사를 겸임한 신세계톰보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향후 실적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정 회장의 승진으로 공백이 생긴 사장단에 말 그대로 최측근인 문 대표가 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이와 별개로 경영능력 입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백화점 부문 온라인 계열사로서 비중이 커진 신세계라이브쇼핑을 어떻게 성장시킬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학사를 취득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2005년부터 신세계그룹에 몸담으며 정보기술(IT)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를 시작으로 이마트 해외사업과 신사업 총괄을 거쳐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정 회장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정 회장의 남편으로서 그룹 내 비중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경영능력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이번 인사는 사실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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