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로조, 매출 절반이 채권…M&A 무산 배경에 ‘미수채권 리스크’ 논란

인터로조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무산되며 미수채권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사진 = 홈페이지 갈무리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의 대주주 지분 매각이 불발된 가운데 회사의 과도한 매출채권 규모가 딜브레이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부실 채권임에도 이를 손실로 설정하지 않은 탓에 실사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대주주 측은 매각 대금을 대규모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쓸 예정이었으나, 거래 무산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터로조는 최대주주 노시철 회장과 특수관계자 3인이 지난달 제3자와 체결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계약이 이달 9일 철회됐다고 최근 공시했다. 합산 지분 15.88%(196만주)를 총 686억원에 처분하는 거래였다. 거래가는 주당 3만5000원으로, 공시 전날 종가(1만8560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달 12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도마 오른 미수채권 리스크

회사는 무산 이유를 “거래 상대방의 철회 요청”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수채권 리스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인터로조가 그간 회수 불능 채권을 자산으로 남겨둬 외형상 건전성을 포장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아 손실 인식을 뒤로 미뤄왔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자산은 과대, 손실은 과소 계상하는 구조가 이번 거래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인터로조의 매출채권 연령분석 내역을 보면 만기가 1년이 지난 채권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0.9%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26.2%에 불과했다. 만기 2년이 초과돼서야 충당률을 100%로 설정했다. 이는 콘택트렌즈라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과하게 낙관적인 계상이다. 코스맥스(화장품)나 콜마비앤에이치(건강기능식품) 등 여타 ODM·OEM 업체들은 만기 1년만 지나도 전액을, 6개월~1년 초과분은 70% 이상 충당금으로 처리한다. 동종 업계인 스타비젼도 이와 비슷하다.

대손충당금이란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반영해 두는 장치다. 통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충당금이 보수적으로 설정돼 있으면 감점 요소가 줄어든다. 비용을 많이 잡아둘수록 향후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 인식 충격이 적기 때문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당장 자산·이익이 줄어 불리해 보이지만, 오히려 인수자는 ‘숨겨진 부실이 없다’는 신뢰를 얻어 거래가 무산될 우려는 적다.

문제는 매출채권의 누적이다. 인터로조의 경우 현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매출채권이 전체 매출액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연간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62.8%(2021) △67.4%(2022) △71.5%(2023) △64.2%(2024)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채권(675억원)이 매출액(545억원)을 웃돌았다.

/ 사진 = 인터로조 제공

신뢰 잃은 투자자, 코너 몰린 오너

이번 거래는 투자자가 2대주주로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경영권이 이전되지 않고 노시철 회장이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해, 지분 인수 후에도 미수채권을 떠안을 부담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발을 빼기로 한 것은 장기 관점에서 신뢰도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시철 회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전 보유 지분 26.85% 중 26.04%를 담보로 신한투자증권에서 빌린 314억원의 상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만기는 이달 13일이었다. 특수관계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애초 지분 매각 대금으로 갚을 계획이었으나 거래가 철회되면서 만기 연장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담보권이 발동돼 주식이 처분되거나 증권사가 지배력에 개입할 여지도 있다.

노 회장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자녀 승계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매각을 재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수채권이 매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장기 외상 거래의 리스크 관리와 투명성 제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렌즈 업계 특성상 도매상, 가맹점과의 거래에서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장기간 장부에 쌓아두면 투자자 신뢰를 해친다”며 “인터로조 사례는 오너기업 매각 협상에서 채권 관리가 얼마나 치명적 변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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