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신고했다가 맞고소"…'전과자' 내몰린 사연 봤더니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4. 10.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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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적발되자 고용노동청에 "근로계약서 미교부" 신고
지난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신고 1만6297건 '역대 최고'
5384건 기소로 이어져…3건 중 1건은 형사처벌 위기
근로자 잦은 이탈에 작성 미루거나 '항목 누락'도 처벌
작성 하고도 '교부'했다는 증거 없어 처벌 받는 경우도
구직사이트나 고용부서 '전자문서' 받아 관리하는 게 편리
"근로자 요구 없더라도 작성 교부하는 습관 들여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개월 일한 편의점 알바생이 매장 물건을 수십번 훔쳤다가 걸렸습니다. 금액으로는 50~100만원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사과 보다는) 급여부터 달라고 하더군요. 경찰서에 신고를 했는데 2주 후 고용노동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왜 안 썼냐고. 근로계약서를 써서 복사해서 원본은 제가 갖고 있고 복사본은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하는데, (알바생이) 못 받았다고 한 거죠. (절도로 고소 당하자)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장면이 담긴) CCTV는 3개월까지 저장돼 증거가 안 됩니다. 저는 근로계약서를 썼다, 그 친구는 (그 계약서는) 자기가 쓴 게 아니다 라고 주장하면서 곧 삼자대면을 할 예정입니다.”

19일 직업 관련 유튜버 '직업의 모든 것'에 출연한 한 편의점주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형사 사건이라 잘못이라고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실제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미교부를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지난해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사업주 가장 쉽게 '전과자' 되는 법...'근로계약서 미작성'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관련한 '위반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위반을 이유로 신고가 접수된 건수가 1만6297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9년 1만5452건, 2020년 1만5290건, 2021년 1만4217건으로 하락하던 신고 건수는 2022년부터 다시 1만4745건으로 늘기 시작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으로 8019건의 신고가 이뤄져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기소되는 건수도 적지 않다. 지난해 5384건에서 기소가 이뤄졌으니, 대략 신고 건수 3건 중 1건은 기소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알바)생 218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도 알바생도 4명 중 1명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17조 4항은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 방법·지급 방법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며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미루거나 거부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관련된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업주의 부주의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루 이틀만 일하고 그만두는 등 워낙 근로자들의 이탈이 잦다 보니 근로계약서 작성을 미루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습 직원이라는 이유로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두 엄연한 법 위반 사유다.

작성 내용이 생각보다 복잡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억울한 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처벌받는 경우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지급 방법,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 시간, 계약기간, 휴게시간, 휴일 및 휴가, 종사 업무 등의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일부 항목을 누락하면 위반 항목 숫자 별로 30~50만원 사이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항목이 헷갈린다 싶으면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서 서식을 다운받거나 구인·구직 포털이 제공하는 양식을 가져다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

일부 근로자들의 이런 복잡함을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으로 신고하며 합의금 지급을 유도하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고 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계약서 교부의무, '전자문서'가 편리

기껏 어렵게 근로계약서 작성했다고 해도 교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서의 '사본'을 반드시 교부해야 한다. 다만 앞서 편의점주의 사례처럼 근로자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이를 입증할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자칫 불리해질 수 있다.

근로계약서 교부는 이메일, 카카오톡 등 전자적 방식으로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이 전자 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에 따른 전자문서를 통해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기나 한글 프로그램으로 일단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근로자의 서명을 받아 사진으로 찍거나, PDF 파일 형식으로 변환해서 저장·교부하는 방법도 있다. 고용부는 작성된 전자근로계약서는 일방이 임의로 수정할 수 없도록 가급적 '읽기 전용 문서'로 저장하는 것을 권장한다.

아예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서 근로계약서를 저장하고 전자서명법에 의한 전자 서명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알바천국 등 구인·구직 전문 포털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활용이 어렵지 않다. 한번 사용한 서식을 재활용하면 돼 사용이 간단하다. 다만 근로자가 근로계약서를 전자적 방법으로 받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교부해야 한다.

 ○"귀찮다" 미루지 말고…근로자 요구 전에 바로바로 작성해야

구직자 입장에선 취업 이후 자신의 근로계약 관계가 보장된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이 회사 임금이 어떻게 구성이 되고 어떤 방법으로 계산이 되는지, 근로 시간과 휴게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휴가나 휴일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궁금하다. 하지만 구직자가 꼬치꼬치 사업주에게 이를 캐묻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체불 등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증명할 증거자료가 없다면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는 임금체불 등 근로조건 관련 사건을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하고 근로자의 궁금함을 풀어주도록 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엄격한 법률을 이용해 근로자가 사업주의 실수를 악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면서, 일괄적인 형사 처벌은 다소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작성해서 교부하고 문자메시지나 메일로 다시 한번 증빙을 남겨두는 등 사전 대비를 습관화 해놓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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