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의 맞수는 카카오'뱅크일까...통장부터 사업자 대출까지 경쟁
간편결제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보험, 증권업에 집중하는 반면 네이버페이는 카카오뱅크가 주력하는 수신상품과 사업자대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맞수는 카카오페이가 아니라 '카카오뱅크'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30일 국내 최초로 은행을 포함한 전업권의 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N Pay) 사업자 대출비교'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 사업자 비교대출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그 시점이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를 출시하는 때와 같아서 주목된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 인증서와 연동돼 대출 비교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소득·매출 등의 정보가 활용되며, 사업자가 별도로 수기 입력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이용 가능한 대출 상품들의 금리·한도가 약 2분만에 제공된다. 이후 금융사의 대출 심사 과정에서도 네이버 인증서가 활용, 사업자는 오프라인 지점에 방문하거나 추가로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금융사의 비대면 채널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해 확인한 대출 금리·한도와 거의 유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제1금융권은 우리은행·전북은행·토스뱅크·케이뱅크, 제2금융권은 KB국민카드·롯데캐피탈·웰컴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OK저축은행이 입점해 있다. 현대캐피탈도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입점할 예정이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앞으로도 금융사들과 지속 협력해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용 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는 없지만, 사실상 카카오뱅크와 사업자 대출이라는 같은 카테고리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사업자대출 실행 시 수익을 제휴 금융사와 나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특히 제휴사 중 토스뱅크가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와 토스가 연합해 카카오뱅크와 대적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7일 사업자대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장의 매출 정보가 1~2개월 발생한 극초기 단계에서부터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평가모형(CSS)을 설계했다고 했다. 대출 가망고객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도상환해약금을 100% 면제하는 파격책도 꺼내들었다. 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토스뱅크와 같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사업자대출 고객을 겨냥해 상당한 혜택을 담았다. 네이버페이 사업자 대출비교를 통해 실행한 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대출안심케어'를 1년간 무상 제공한다. 대출안심케어는 사업자가 고도 후유장해를 입거나 상해사망 시 남아 있는 대출 잔액을 최대 1억원까지 대신 변제해주는 서비스다. 토스뱅크의 사업자대출이 네이버로 하여금 크게 신장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뱅크의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은행과 손잡고 내놓은 통장과 체크카드가 대표적이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은 선불충전금과 은행 예금을 하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시 입출금 통장 상품이다. 사용자는 본 통장에 자금을 예치한 후 네이버페이 결제 시 사용하는 것만으로 연 최대 3%의 금리와 최대 3%의 포인트 적립, 예금자 보호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앞서 9월 금융위원회는 본 상품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체크카드를 함께 발급받는 경우 혜택은 더 커진다.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 시 결제 금액의 최대 1.2%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며, 네이버페이 현장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현장결제 시 제공된 '포인트 뽑기' 혜택에 최대 1.2%의 포인트 적립이 추가된다.
시중은행의 금융·결제 인프라에 플랫폼 회사의 간편성이라는 장점만을 결합한 신상품으로 볼 수 있다. 간결한 UI·UX로 소구해온 카카오뱅크에는 위협요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로만 지급결제 사업을 하고 있다. 현금성 포인트까지 더해진 네이버페이 제휴 통장과 카드는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 고객을 빼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거래법이 허용하는 포인트(선불충전금)를 활용해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운신의 폭을 자유롭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와 같이 직접 은행 지분을 소유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뿐 아니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을 적용받아 저촉받는 사업범위가 넓어진다. 이는 카카오페이 머니를 활용한 사업이 뚜렷하게 없는 이유로 여겨진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유관 협회 및 기관과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한 데 따라 정치권이 이런 움직임에 응할 경우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진출 여부를 놓고 자사에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가능한 사업 범위에서 카카오 금융의 점유율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