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잇과 포유류 설표(눈표범, Snow Leopard) 4마리가 설산을 걸어가는 보기 드문 광경이 포착됐다. 눈표범은 멸종위기등급 취약 카테고리에 포함된 데다가 경계심이 강해 여러 개체를 한 영상에 담기 어렵다.
파키스탄 카라코람 국립공원은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어디론가 향하는 눈표범 4마리를 잡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45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어미와 새끼들로 보이는 눈표범 가족이 선명하게 담겼다.
이번 발견의 계기는 눈표범 발자국이다. 카라코람 국립공원 직원인 사카왓 알리 씨는 지난 2월 공원 내 설산을 관찰하다 의문의 발자국을 여럿 발견했다. 대략 15일간 주의 깊게 설산을 탐색한 그는 마침내 암컷 눈표범과 새끼 3마리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사카왓 알리 씨는 "멀리 지나가는 눈표범들은 너무 신기했다. 딴 세상 생물들처럼 현실감이 없었다"며 "눈표범 가족과 거리는 대략 200m였는데 다행히 비교적 또렷하게 영상을 찍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눈표범은 단독행동이 많아 4마리나 목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아무리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도 4마리가 뭉쳐 다니는 일은 대단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카라코람 국립공원은 이번 성과가 눈표범의 서식 환경이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반겼다. 눈표범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된 먹이인 노루나 사슴, 꿩, 아이벡스, 아르갈리 등의 개체수가 안정돼야 한다. 즉, 이번 발견은 눈표범뿐만 아니라 그 생태계 전체가 양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원 관계자는 "눈표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리스트에서 멸종위기(VU)로 분류되고 있다"며 "서식지 내 사냥감 감소와 밀렵, 해수로서 구제 등으로 개체가 줄어왔다. 도로나 철도 건설, 채굴, 감염증도 눈표범에게는 위험 요소"라고 전했다.
이어 "파키스탄을 포함한 12개 서식국은 지난 20년간 개체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며 "지역 주민의 약 80%가 눈표범의 추적, 감시, 보고 활동에 협력해 왔다. 시민과학의 힘도 눈표범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표범은 중앙아시아의 해발 2500~5500m의 고산지대에 서식한다. 몸길이는 90~130㎝, 꼬리 길이는 80~100㎝ 정도이며 몸무게는 25~55㎏이다.
추운 환경에서 버티기 위해 길고 빽빽한 털을 가진 눈표범은 사냥이나 이동 시 대략 6m까지 솟아오르는 뛰어난 점프력을 가졌다. 깎아지른 암벽 경사면도 빠르게 이동하며 사냥감에 몰래 다가와 일격에 처치하는 유능한 사냥꾼이다.
눈표범의 주요 서식국은 파키스탄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인도, 네팔, 부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 몽골 ,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들 12개국은 글로벌 눈표범 포럼(Global Snow Leopard Forum)을 설립하고 개체 보호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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