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M&A] "끝까지 정상 경영" MBK 진심 담긴 연대보증 [넘버스]

/사진=픽사베이, MBK파트너스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경영권을 갖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연대보증을 통해 자금줄 역할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MBK가 속으로는 일찌감치 회생 절차를 준비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상 경영을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어서다.

회생을 미리부터 염두에 뒀다는 근거로 등장한 2년 전 법률 자문도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MBK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도 여겨진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28일 홈플러스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열흘 만기로 500억원의 초단기 대출을 받았다. 이는 MBK의 연대보증이 있어 가능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실질적인 영업 활동을 위한 자금 조달이었다. 2월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주말을 거쳐 대체 공휴일로 지정됐던 3월 3일 월요일까지 연휴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카드 매출의 현금화가 원활치 않을 것을 예상해 유동성을 확보해 두기 위한 취지였다. 연휴와 월말이 맞물리면서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인 데다, 3월 5일은 돼야 카드사로부터 수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출은 급하게 이뤄진 게 아니었다. 1월부터 한투증권과 논의를 시작해 2월 말에 대출 승인이 나왔다. 해당 기간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어음 물량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500억원가량 자금상 미스 매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초부터 대비에 나섰던 것이다. 어차피 일주일 정도만 빌려 쓰고 갚을 돈이었기에 단기 대출을 추진했고, 만기를 가장 짧게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10일짜리 대출을 받게 됐다.

이보다 앞서 홈플러스가 몇 달 전 만기를 연장한 후순위 채권도 MBK의 연대보증으로 진행된 사례였다. 지난해 말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만기를 맞게 되자, 같은 해 11월 MBK가 이자 연대보증을 서고 하나증권에서 2년 반짜리 1500억원으로 만기를 연장했다. 후순위채는 담보 매력이 떨어져 연장이 어려울 수 있는데, MBK의 연대보증이 있어 수월하게 매듭이 지어졌다.

이에 대해 IB 업계에서는 MBK가 끝까지 홈플러스의 경영을 책임지려 했던 반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이 회생 절차로 들어가게 되면 채무 연대보증인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기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MBK가 보증을 섰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란 얘기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회생 절차로 들어가도 연대보증인은 면제가 안 돼 타격이 크고, 특히 이자 연대보증은 만기가 없어 몇천억으로 불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끝까지 회생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으니 연대보증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BK가 수년 전부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계획했다는 증거로 삼는 법률 자문도 실상 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가 2023년 10월에 한 로펌으로부터 회생 가능 여부에 대한 자문을 받았는데,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를 위한 사전 모색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는 홈플러스가 2024년 중순에 만기가 다가오는 채무의 리파이낸싱에 계속 실패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은행도, KB국민은행도 홈플러스의 요청을 거부한 와중 메리츠 측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비싼 금리 탓에 고민이 길어지고 있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자문을 받게 된 건 이런 현실 속 가상 시나리오 수준의 검토 차원이었다. 오히려 자문 보고서를 받아보고 이를 폐기한 건 MBK였다. 보고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었던 제너럴모터스가 굿컴퍼니, 배드컴퍼니로 회사를 쪼갠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대상 부실 자산을 모은 배드 컴퍼니를 청산하고, 굿컴퍼니만 회생시키자는 플랜을 제시했다.

이는 MBK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으로 여겨졌다. 반대로 기업회생 대신 빠른 리파이낸싱에 나서게 된 근거가 됐다. 이에 메리츠의 금리 조건을 받아들여 지난해 5월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등 3사와 3년 만기 조건으로 1조3000억원의 재융자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 이후 2023년까지도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경색 국면이었다"며 "당시 MBK가 회생 대신 리파이낸싱을 택하고 보증까지 걸고 후순위채 차환에 나선 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이어가고자 했던 의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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