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김광현은 36억. ‘세 번째 겨울’ 앞에 선 양현종의 가치는 무엇으로 매겨지는가?

[민상현의 풀카운트] ERA 5.06이 그린 그림자: 3번째 FA 양현종의 가치, 김광현의 36억과 같은 무게일까?

사진제공= KIA 타이거즈

겨울이 깊어질수록, 베테랑 투수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19년 동안 마운드 위를 걸어온 양현종의 겨울도 그렇다.

마치 달빛에 비친 오래된 흉터처럼, 숫자와 기록 사이에 숨겨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계절.

그가 맞이한 세 번째 FA는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계산이 필요하다.

1. 150이닝의 찬란한 훈장, 그리고 5.06의 차가운 현실

양현종은 올 시즌 기어이 153이닝을 채우며 KBO리그 통산 최초로 11시즌 연속 150이닝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닝이터로서의 헌신과 내구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 번째 FA를 앞둔 시즌 최종 성적표는 '에이징 커브'라는 냉정한 단어를 피해 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양현종의 2025시즌 평균자책점은 5.06이었다. 지난 시즌 대비 1점 가까이 치솟은 수치로, 규정이닝을 채운 22명의 선발 투수 가운데 최하위다. 다승 역시 7승에 그쳤다.

11시즌 연속 150이닝은 불굴의 정신과 자기 관리의 상징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연봉과 계약 규모는 '근속수당'이 아닌 '미래 기여도'에 따라 결정된다.

양현종이 FA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안정적인 보장 금액을 확보하려면, 5점대 평균자책점이 아니라 최소 3점대 후반의 경쟁력 있는 투구 내용을 증명했어야 했다.

2025 KBO 야매카툰 중

2. C등급 FA, KIA의 목줄을 쥔 '가장 싼' 베테랑

양현종의 FA 등급은 C등급이다. 통산 200승에 도전하는 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에게 C등급이라는 타이틀은 어색하지만, 이는 그를 영입하는 팀에 보상선수 출혈이 없다는 의미다.

직전 연봉 5억 원의 150%인 7억 5천만 원의 이적료만 지불하면 된다.

이 C등급이 이번 협상의 가장 큰 변수이자 양날의 검이다.

KIA 구단 입장에선 팀의 상징성을 지닌 선수를 헐값에 타 구단에 뺏기는 수모를 겪을 수 없다.

또한, 현재의 KIA 선발진에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켜 150이닝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양현종이라는 전력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양현종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타 구단 이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경우, 이는 '노출된 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입 경쟁 없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 차원의 계약을 원하는 KIA 구단의 기본 협상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3. 라이벌 김광현과의 명확한 '보장 금액' 차이

비교 대상은 늘 존재한다. 오랜 좌완 라이벌인 김광현은 올 6월 SSG와 **2년 총액 36억 원(연봉 30억, 옵션 6억)**에 연장 계약했다. 핵심은 보장 규모가 80% 이상이라는 점이다.

양현종의 직전 FA 계약(4년 103억 원)에서 옵션 비중은 무려 48억 원이었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옵션이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앞두고 안정적인 계약을 원할 양현종 입장에서, 이번에는 보장 금액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광현은 재계약 직전 시즌에 3.20의 ERA를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양현종의 5.06 ERA는 이 요구의 정당성에 찬물을 끼얹는다. KIA 구단이 김광현의 보장 계약 형태를 따르려 한다면, 규모는 36억 원보다 훨씬 낮아질 공산이 크다.

KIA 구단은 이미 내부 FA 최대어였던 박찬호를 두산에 내준 뒤, 양현종과 최형우 두 베테랑에 대해 '우선순위 없이 접점을 찾는 쪽과 먼저 계약하겠다'는 실리 위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협상의 주도권을 베테랑들에게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구단의 선언이며, 양현종에게 'FA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이다.

결국 양현종의 이번 3차 FA 계약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타결될 것이다.

KIA 마운드의 상징성과 헌신, 그리고 5.06이라는 에이징 커브의 그림자. 양현종은 이 두 가치를 두고 가장 복잡하고 불편한 '마지막 셈법'을 풀어야 하는 겨울을 맞았다.

결국 협상의 본질은 한 줄로 정리된다.

“양현종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KIA가 버틸 수 있는 현실이 어디에서 만나느냐.”


그 지점이KIA의 내년 전력뿐 아니라향후 3~4년의 구단 운영 방향도 함께 결정하게 될 것이다.

19년 차의 어깨 위에또 한 번 겨울이 내려앉는다.그리고 그 겨울을 건너야 할 사람은다름 아닌 양현종 자신이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