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금통위 ‘베이비스텝’ 전망… 美 긴축속도 변수 [금통위 앞두고 고심 깊은 한은]

환율 안정되고 자금시장 경색 부담
24일 기준금리 0.25%p 인상될듯
美서 다시 매파 인사들 발언 잇따라
속도조절 속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달 0.50%p 인상해 빅스텝을 밟았지만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고, 금리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발언이 엇갈리면서 금리인상 기조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은, 베이비스텝 가능성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인상 속도는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지난주 한은이 통화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0.25%p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나 "(통화정책에는) 인플레이션이 최우선이지만 통화긴축의 폭과 속도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내외 리스크가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대외보다는 대내적인 리스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대출금리 리스크 등 긴축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인상 폭이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지난 14일 한은이 올해 최종 금리를 3.2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는 "한국의 저조한 성장률은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내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이 5.0% 밑으로 떨어져 내년 말이면 한국은행 목표치인 2%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 전망에는 우선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긴축 속도가 0.50%p로 조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0%로 미국(3.75∼4.00%)과 1.0%p 차이가 난다. 이달 한은이 금리를 0.25%p 높이면 한미 금리차는 0.75%p로 좁혀진다. 내달 미국이 0.50%p 빅스텝을 밟으면 연말 한미 금리차는 1.25%가 된다. 미국이 0.75%p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고 해도 1.5%p로 과거 한미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지난 2000년의 1.5%p 수준이다.

■美 긴축속도 관심…금리인상 폭 영향

이와 함께 저성장 우려도 금리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수출둔화가 이어지고, 무역적자도 나타나면서 경기가 하방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5월 전망치인 2.8%에서 2.7%로 하향 수정했고, 내년도 1.8%로 지난 전망치 2.3%보다 0.5%p 낮췄다.

한은 역시 24일 금통위 직후 올해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망했다. 이번주 수정전망에서는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물가는 5%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속에서도 금리인상 기조는 유지된다는 관측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는 데다 미국이 최근 통화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을 다시 약화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 위해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통화긴축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데 시장에서는 벌써 내년 디스인플레이션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도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예상하면서도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당연하며, 금리를 조금씩 올려가면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긴축 강화를 줄이는 것이지 긴축 자체를 선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