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장률을 만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로 우리 주변에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 주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고, 나와 내 가족,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12화를 모두 공개되었을 때 언제 다 보지 생각했었지만 내 문제와 조금씩 닮아 있는 캐릭터와 사연을 마주하며 한화마다 아껴 보게 되었다.
극 중 부족함 없이 자란 금수저 황여환을 연기한 배우 장률과 11월 16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살에 군대 입대해 전역후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며, [마이네임]의 조직원 도강재, [몸값]의 아버지를 살려야 하는 극한 효자 고극렬 등 센 역할을 맡아 선입견을 깨기 쉽지 않았다. 힐링 드라마에서도 선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 뒤에 큰 한방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스릴이 계속되었다.

힘들다는 악역으로 존재감을 다진 만큼 의사 황여환은 선한 역할과 로맨스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 고마운 캐릭터였다. 극 중 민들레(이이담) 간호사와 경제적 계급 차이가 크지만 결실을 맺고, 좋은 어른으로 남아 굉장한 반전까지 더한다. “성장과 따스함이 주제인 작품을 만나고 싶었어요”라며 사랑을 응원받고 싶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어디서 그런 괴물 같은 연기력이 나오냐고 묻자 “연기할 때는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 충실히 하려고 해요.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합니다”라며 모든 작품이 인간 장률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생각이 많을 때는 그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집에 칠판이 있다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잠이 오지 않을 만큼 길어지면 “딱 여기까지!”라며 하던 생각을 적어 둔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그 이후부터 고민하면 되고, 잡생각이면 칠판을 지워버리면 그만인 거다.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칠 때 잠시 시간을 벌어보는 좋은 방법 같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신적인 문제를 편견의 시선을 바라봅니다. 드라마를 하면서 이해되었던 부분, 편견이 깨지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신건강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걸 실감했고,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정신질환을 대하는 사려 깊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 같습니다. 주변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나 헤아림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사실 스스로 병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어렵거든요. 내가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한데 작품을 통해 병원 문턱이 낮아졌으면 했어요. 각자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을 돌아보고, 전문가를 찾아가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강한 인상은 악역에서 만들어진 모양이에요. 실제 만나서 이야기 나눠 보니 따뜻한 인상이라.. 또 발랄하셔서 황여환 선생님과 면담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본을 받고 아픈 사연이 너무 많아서 울었어요. 황여환은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이지만 개인의 삶은 서툴고 부족해요. 사랑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나 철없는 막내아들 느낌이요. 부족한 면이 있을 때 안아주고 싶잖아요.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제가 막내라 부모님과 통화하는 걸 보면 애교가 많다고 주변에서 막 놀려요. (웃음) 제 모습도 녹아들어 가 있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답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잖아요. 자문은 어떻게 구했고 내외적인 캐릭터 구축에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강남 성모병원 정신의학과 선생님과 일대일로 면담하기도 했는데요. 병동에서 생활하는 의사, 간호사분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생활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짧았지만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 애드리브가 필요할 때 의학적 지식을 얻었습니다. 특히 저는 의사의 면모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신뢰감을 얻어야 하니까.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연락드리곤 했죠. 시나리오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사이 빈 공간을 채워야 할 때 자주 물어봤습니다”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나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감기 걸리면 내과에 가고, 뼈 부러지면 정형외과 가는 것과 똑같아’라는 대사를 좋아해요. 넘치게 가졌다고 마음의 병이 오지 않는 건 아니까요. 마음이 아프면 가는 곳이 정신과죠. 다른 병은 꾸준히 추적하고 치료하면서 낫잖아요. 정신과에서는 환자가 병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이 중요해요.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지켜보면서 발견하고 치료하는 분야인데요. 실제 선생님들이 현장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를 대하는 데 감명 깊었습니다”
-7화에서 영아 돌연사에 이어 아내까지 잃고 자해하는 최준기(김대건)님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거예요.
“대본 보고 펑펑 울었어요. 곧장 담당 의사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죠. 환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받아줘야 하는데 슬퍼서 내가 울 것 같다고 어떡하냐고 물어보니,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됩니다’라는 말에 용기 얻었고 이성을 찾아 연기할 수 있었죠”

-역할이지만 의사로서 이입하는 순간도 많고 빠져나오는 데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인물에 빠져나오기 어렵지는 않지만 인간 장률이 이 작품을 슬퍼하고 있어서 힘들었죠. 역할에 충실했나, 내 모습이 담기지는 않았나, 부족한 면은 없나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냥 34살의 장률이 연기한 황여환의 모습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웃음)”
-황여환은 환자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장면보다는 민들레 간호사와 로맨스로 시청자의 숨통을 트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연애 고민으로 혼자 진지한데 귀엽고, 또 컨퍼런스 장면에서는 카리스마도 있었어요.
“맞아요. 제 역할은 두 가지를 지향해요. 첫째는 정신건강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강연 장면에서 발휘되어요. 의사들끼리 보내는 순간을 잘 전달하면서 신뢰감을 얻도록 했고요.
둘째는 인물의 관계를 이어주는 존재예요. 다은, 유찬, 고윤, 들레를 서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이죠. 여환이 그들과 관계 맺는 시선을 통해서 여환의 사고방식, 삶, 주변인에 대한 시선을 알려주게 되어요. 누구와 만나냐에 따라 관계가 생기고 쌓이면서 태도가 입체적으로 변해요. 드라마가 무겁고 마음 아픈 소재이다 보니 로맨스로 조금이나마 환기할 수 있으면 했는데요. 서툴지만 용기 내려는 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보려 애썼답니다”

-찐친 바이브를 선사했던 연우진, 동네 제자이자 간호사 박보영, 사랑하는 들레 쌤 이이담 배우와의 호흡도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날 서 있을 때도 많은데요. 그와중에도 우진형은 부드럽게 존재하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낯가림이 있어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찐친 바이브를 내야 하니까 현장 도착해서 세트장 주변만 맴돌다가 우진형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애교 섞어서 물어봤죠. 우진형은 ‘좀 걸을까?’하더니 아무 말 없이 어깨동무로 스킨십을 해주었어요. 와.. 그게 백 마디 말보다 와닿았고 이렇게 연기해야겠다 싶었어요. 한 번의 터치로 모든 고민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어요. 우진 형과는 모든 걸 다할 수 있겠더라고요.
박보영 배우는 현장에서 기둥처럼 정다은으로 존재하는 분이에요. 초반에 만나서 작품에 적응하는데 수월했어요. 제가 솔직하게 어렵다고 털어놓으니 그냥 ‘믿으세요’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때 믿음이 확 생겼죠. 주변을 알뜰살뜰 챙기는 배우라서 귀감이 많이 되었고, 앞으로 저도 많은 활동을 할 텐데 그때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이이담 배우는 너무 아름다워요. 실제 성격은 들레와 다르게 밝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죠. 주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사람 있잖아요. 어려운 상황을 겪은 들레에게도 이런 웃음이 있었겠다, 그 웃음을 유지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드라마 흐름 상 러브라인이 자칫 튈 수 있었는데요. 전반적으로 심각한 내용이 많은데 걱정되지는 않으셨나 싶어요.
“그 걱정보다는 들레를 사랑하는 마음에 좀 더 이입하려고 했어요. 작품의 전체적인 감정선은 ‘성장’이거든요. 들레의 자아실현 안에서 여환도 성장해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던 사람이 그걸 깨닫고 꿈을 향해 달려가잖아요. 여환도 그 안에서 다양한 환자를 대하고 어떤 사랑을 해야 할지 성장하죠. 사랑을 쟁취하기보다는 연인을 응원하는 마음이 표현되길 바랐어요.
저도 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거든요. 들레의 방어기제와 의사로서의 시선, 여환의 시선이 충돌할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모두 경계에 있는 경계인이라는 대사처럼 처음에는 완급조절을 못해서 막 들이대지만 결국 멀리서 지켜봐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작품 통틀어 첫로맨스, 첫키스라고 들었어요. 각오 많이 하셨겠는데요. (웃음)
“키스신이 있는데 많이 연습해 볼 수 없어서 부담되었죠. 현장에 가서 그냥 감독님을 붙잡고 연습했어요. (웃음) 사실 긴장하고 있다고 주변 스태프에게 털어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요. 스태프들이 서로 도와주자는 마음이 통했는지, 그때부터 들레(이이담)에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여환이 들레 자취방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직진 고백하는 장면이 회자되었어요. 사실.. 어디서 그 얼음을 어디서 구해서 뒤집어쓴 건지 고민했었습니다. (웃음) 두 사람의 케미도 너무 좋았고요.
“음.. (웃음) 사실은 얼음을 구하려고 밑에 내려가서 허둥지둥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는 설정인데요. 현장에서는 제자리 뛰기 하면서 그 텐션을 끌어올렸어요. 얼음을 더 많이 넣어 찰나의 통증이 발현되었으면 했고요. 평범하지 않은 고백이고 여환이 들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인 거죠. 너무 사랑하는데 교집합이 없다고 하니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던 거죠”
-여환의 계속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저 만나면 똥 밟는 거예요’라고까지 말하면서 모질게 밀어냅니다. 그 이유가 들레 엄마를 만나면서 밝혀져요. [더 글로리]의 동은 엄마만큼 무섭더라고요. 모질게 엄마를 버리라고 조언해 주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순간이죠. 들레처럼 예쁘고 일도 잘하고 평판도 좋은 사람이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 건지 의사로서 찾아가기 시작해요. 계속되는 방어기제의 근원이 엄마로부터 였고, 이후 엄마가 여환에게 돈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단호하게 엄마를 버리라고 조언해 주는 거죠. 조금만 도와주면 날개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 안타까웠을 거예요. 그래서 아마 크루즈 탑승하는 것도 격려해 주지 않았나 싶어요. 들레에게 천륜을 끊어낼 수 있는 노력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통쾌하게 처리하는 거죠”

-연기하다 보면 흔히 캐릭터에 빠져 일상을 침해받기도 합니다. 특히 악역을 자주 맡은 만큼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궁금해지네요.
“선과 악은 동전 뒤집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끔 저를 몰아붙여야 하는 작품을 마치면 꽤 힘들어요.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악역은 에너지에 집중하고, 황여환 같은 인물은 고유한 향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작품이 제게 영향을 줬어요. 여환이 들레와 사랑을 지키는 방법과 사고방식의 변화가 저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죠. 그런 태도가 쌓여 인물의 자연스러운 향기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하셨는데요. 앞으로 기억에 남을 욕심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요?
“다 잘하고 싶어요. 어떤 장르든 캐릭터든 열려 있습니다. 촬영 중인 작품이 로맨스 사극[춘화연애담]인데요. 부잣집의 진보적인 선비를 맡았어요. 여기서도 멜로 연기를 더 보여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편, 11월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내과 3년 차 다은(박보영)이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하면서 가슴 아픈 사연, 마음 힘든 사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실제 간호사 출신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공개 2주 차에 접어들며 글로벌 넷플릭스 Top 10 들며 역주행했다. 그 보답으로 지난 11월 15일 오전 광화문에서 커피차 이벤트로 응원 릴레이를 이어갔다.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글: 장혜령 사진: 매니지먼트mmm,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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