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막차 타려고 1억 쏟아붓는다” 모델 S·X 단종에 韓 시장 발칵

테슬라의 두 플래그십 모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델 S와 모델 X의 단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2분기를 끝으로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의 생산이 완전 중단되며, 해당 라인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으로 전환된다. 자동차 회사에서 AI·로보틱스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테슬라 모델S·X FSD

그런데 한국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단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모델 S·X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모델 S는 140대, 모델 X는 160대가 팔렸다. 모델 S의 경우 2025년 한 해 전체 판매량(82대)을 단 한 달 만에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모델 X 역시 전년도 연간 판매량(252대)의 60% 이상이 1월 한 달에 쏟아졌다. 두 모델 모두 1월 수입 전기차 판매 순위 TOP 10에 동시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슬라 FSD 한국 주행

이 역주행의 핵심 동력은 FSD(감독형 완전자율주행)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국내 일부 차종에 FSD 서비스를 시작했고, 출시 단 한 달 만에 고객들이 FSD로 100만km 이상을 주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FSD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X와 사이버트럭뿐이라는 점이다. 국내 판매 물량의 99%를 차지하는 중국산 모델 3·Y에는 FSD 적용이 안 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테슬라의 FSD 적용 시점을 빨라야 2027년 전후로 보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FSD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구매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가격도 문제가 아니었다.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이 발목을 잡던 두 모델이었지만, “FSD를 쓰려면 이 차뿐”이라는 인식 하나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테슬라는 주문 급증으로 차량 인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고객에게 따로 발송할 정도였다.

한편 테슬라는 이번 분기부터 FSD를 차량 구매 옵션이 아닌 월 구독 방식으로만 제공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선택의 기준이 된 이 이례적인 현상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소비자 구매 판단을 얼마나 강하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모델 S·X의 퇴장은 단순한 단종이 아닌,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에서 자율주행·로봇 기업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