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바라보는 KGM , 렉스턴 스포츠 칸 2.2 디젤 쿨멘 4WD 시승기

KGM의 렉스턴 스포츠, 대한민국의 유일한 픽업트럭을 담당해 왔다. 물론 세계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브랜드 중 현대와 쉐보레도 픽업트럭을 양산중이다. 오직 한국인을 대상으로 개발하여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렉스턴 스포츠'밖에 없었던 것이다. 곧 출시를 앞둔 기아 타스만도 한국이 아닌 호주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단, 그만큼 시장 규모가 좁게 느껴지는 시장이긴 하다. 애초에 국내에서 화물 적재를 위한 소형 상용차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1톤 캡오버 트럭의 가격과 실용성을 넘어설 수 없다. 즉, 비포장도로를 자주 다니면서 많은 양의 짐을 적재하는 등 '다목적'에만 픽업트럭의 가치가 돋보일 것이다.

그런 픽업트럭의 니즈는 주로 캠핑이나 낚시 등 레포츠 활동, 혹은 농업 관련 사업에 많이 생긴다. 함께 서술하고 싶었던 내용은 KGM의 브랜드 '인식'과 과련된 것이다. 쌍용차는 국내 최장수 완성차 브랜드이고, 20세기 말에 공개되었던 코란도나 무쏘,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이센스 취득을 바탕으로 개발된 체어맨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판을 쌓은 바 있다. 쌍용차가 KG 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할 당시에도, 그 이름이 품고 있던 수많은 가치에 아쉬움을 품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위 두 가지 내용이 암시하는 바는 MZ 세대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KGM의 이미지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캠핑이나 낚시 같은 액티비티들이 모든 세대에 걸쳐 즐길 수 있는 활동은 맞다. 단지 그런 여가를 위한 자동차로 'KGM'을 떠올린다면, 분명 기성세대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우선 KGM의 마케팅 전략부터가 그런 브랜드의 향수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면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흐릿하게 기억하던 '쌍용차'라는 이름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긍정적 효과로 보는 KG 그룹의 인수를 통한 재무상태및 인식 개선은 딱히 일반인들의 시선에서는 흥미 없는 내용일 것이다.

실제 대학생을 비롯한 MZ세대에 쌍용차의 인지도가 높진 않을 것이다. 일반화는 무리지만, 말 그대로 인식이 나쁘다기 보다 관심이 없는 것이다. 반면 기성세대는 과거 쌍용차가 보여왔던 기동성과 내구성, 그리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지닌 소비자들도 있다. KGM측에서도 그런 문제를 인지하고 토레스의 플랫폼에 기반한 '액티언'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단기간의 인식 전환은 어렵다. 특히 오랜 역사를 쌓아온 '렉스턴'같은 이름을 MZ세대는 모른다. 렉스턴 스포츠는 도로에서 흔히 접하는 차량이기도 한데, 주변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그릴에 넓게 쓰여있는 '칸'이라는 글씨를 차명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의 취지는 사변적으로 느낀 렉스턴 스포츠 칸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MZ세대의 시선에서, 렉스턴 스포츠는 그 브랜드의 이미지와 다르게 '젊은 소비자'를 위한 자동차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정확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자동차였다. 본론에 앞서, "어린 나이에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의제"는 상반된 의견으로 갈린다. 자동차는 소모품이자 저축을 포기하는 일, 그 반대의 입장에서는 이동의 자유로서 얻는 수많은 경험들은 더 어린 나이에 이룰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과거 렉스턴 스포츠는 요즘 출시되는 차량에 비해서 다소 노후화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진행된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는 그런 렉스턴에 대한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정말 웅장하고 강인한 디자인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저렴해 보이던 할로겐 타입 헤드 램프를 버리고 'ㄷ'자 형태의 그래픽을 품은 LED 헤드 램프가 적용된다. 복잡하던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은 간결한 직선으로 다듬어지면서 훨씬 세련된 형태를 보인다. 두껍게 자리 잡고 있는 언더커버는 렉스턴 스포츠 쿨멘의 강인함을 확실시 해준다.

디자인만 웅장한 게 아니다. 실제로도 덩치가 워낙 크고, 특히 스포츠 칸 모델은 전장이 5.4M를 넘어가는 수준이다. 렉스턴은 철제 프레임 상단에 부품과 차체를 배치하는 '바디온 프레임 구조'라서 차고까지 높아지게 된다. 후륜구동 특유의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길게 뻗은 리어 오버행, 역동적이면서도 위압감 있는 실루엣을 보인다. 휠 하우스를 두르고 있는 플라스틱 가니시나 도어스텝, 롤바는 마치 갑옷 같은 느낌을 주고, 검은색으로 마감한 휠도 차량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테일램프에도 LED를 적용하고 게이트에는 '칸' 글씨가 쓰인 가니시를 부착할 수 있다.

단지 겉으로만 달라진 렉스턴 스포츠가 아니다. 새롭게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떠오를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에어벤트를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통합하고, 가죽 소재와 엠비언트 라이트, 터치 패널 등등 디자인 감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2.3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터치 타입 센터패시아를 채택하면서 사용성도 개선되는데, 인포 UI는 시인성과 심미성 모두 준수하다. 하지만 앰비언트 라이트의 짧은 길이와 비효율적인 센터콘솔 디자인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 상품성을 극도로 저해하진 않는다.

시트도 내구성이 좋게 느껴지며 생각보다 편했다. 뒷좌석도 적재공간을 조금 더 넓혔어도 괜찮지 않나 싶을 정도로, 레그룸이 준수하다. 물론 트렁크의 작은 차이가 2열에서는 큰 차이가 될 것이다. 암 레스트나 시트 열선, 에어벤트 등 기본적인 편의 장비도 다 갖추고 있다. 단점이라면 시트 각도가 높게 세워져 있다는 점, 솔직히 공간 크기를 떠나 포지션이 편안하진 않다. 그렇다고 불편하진 않다는 의미다. 해치게이트는 약간의 무게감을 지녔고, 트렁크 적재함에는 수납함 같은 액세서리를 추가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을 탑재하다 보니 시동은 거칠게 걸린다. 그래도 걸리고 나면 소음이나 진동이 크게 불쾌하진 않다. 어차피 픽업트럭을 편안함을 위해 타지는 않으니 어느 정도 불편할 것이라 예상했고, 그런 예감에 비하면 준수한 안락함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크리핑이 꽤 강하게 걸린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거대한 덩치와 다른 경쾌한 움직임은 의외였다. 대신 최대 적재하중 500KG이 더 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반 토크를 강하게 세팅해두는 건 당연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

2.2L 엔진은 202마력의 최고 출력과 45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변속기는 6단 자동,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초반 토크가 강하게 세팅된 타입이다. 그래서 짐을 적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차중량이 2.2T에 준하지만 출력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상보다는 변속감도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영역이라고 보는 시속 100km까지는 가속감이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면 유리 면적이 넓고,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웬만하면 가속을 지향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생각보다 방음 수준은 좋았지만 물리적인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다.

무게감을 지닌 스티어링 감각은 마음에 든다. 리어 오버행을 늘려서인지, 체급에 비해 생각보다 회전 반경도 짧았다. 대신 하체가 느슨하게 조율되어 있어서 스티어링을 예리하게 조작하긴 어렵다. 순간적으로 강한 횡가속도가 가해지면 그 타격에 크게 반응하는 편이다. 보통 세단을 타다가 바디온 프레임 SUV를 타면 쏠림 현상이 더 크게 체감 간다. 단, 이 역시도 적재하중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승 기간에는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는데, 후륜 접지력이 잘 확보되지 않아서 토크를 조금이라도 강하게 주면 바로 슬립으로 피드백을 주곤 했다.

그래도 픽업트럭을 탈 때 비가 내려 좋았다. 주행 안정감 자체는 좋은 편이 아니더라도, 결국 빗길에서의 사고는 과속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렉스턴은 보닛이 돌출된 트럭이고, 애초에 강력한 프레임이 차체를 받쳐주고 있으니 웬만한 사고에서는 든든하게 보호해 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창문 면적이 넓고 필러도 세워져있는 편이라 시야 확보가 편했다. 흙길 같은 비포장 토로를 통과할 때 렉스턴은 각종 가니시가 차체를 보호해 주고 있고, 또 바퀴가 빠지더라도 파트타임 4WD를 활용하여 쉽게 탈출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이 생기는 자동차였다. 어디든 떠날 수 있을 것 같고, 웬만한 장비나 짐은 전부 적재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다면 차를 세우고 감상할 수 있고, 보통 승용차로는 불안할 것 같은 길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차를 차답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적재함은 때때로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디젤엔진이니 10.2km/l의 연비 정도면 동급 가솔린 SUV에 비해서는 확실히 부담이 적은 편이다. 장거리 여행에 있어 ASCC나 LKAS 같은 주행보조 장비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이동의 자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크기의 차체도 요즘에는 후방카메라나 센서가 모두 달려있으니 운전하는데 큰 불안함이 없었고, 시야가 높으니 운전에 대한 겁을 덜어내기에도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솔직히 시트가 딱딱하니 장거리 주행에서는 허리가 살짝 아프고, 빗길에서는 오버스티어의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남기도 했지만, 그 또한 잠시일 뿐 픽업트럭의 낭만은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 모든 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전체적인 가격대도 합리적으로 포진해 있다고 느꼈다.

렉스턴 스포츠 쿨멘을 오랜기간 시승했다. 독특한 낭만을 품은 자동차였다.앞서 "어린 나이에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의제"에 대해서, 렉스턴 스포츠 칸은 더 많은 경험을 이루게 해주는 합리적인 '수단'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직 도심형 SUV나 고급화 자동차를 알아보는 소비자에게, 렉스턴 스포츠라는 차량을 권해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성격, 혹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픽업트럭이라는 자동차에 이끌린다면,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라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