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편대 완전체’ 도로공사, IBK 셧아웃…8연승·선두 질주 굳혔다

한국도로공사가 정말 ‘정상 속도’를 넘어 ‘고속 순항’ 단계에 들어섰다. 화성 실내체육관 원정에서도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8연승을 질주했다. 스코어만 보면 일방적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더 인상적인 건 경기 운영의 안정감과 구조적인 힘이다. 단순히 외국인 에이스 한 명의 폭발로 버티는 팀이 아니라, 아포짓–아웃사이드 히터–아시아 쿼터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와 단단한 수비 시스템이 동시에 돌아가는 팀으로 완전히 체질 개선을 끝냈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의 승리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삼각편대 완성도’, ‘수비 조직력’, ‘경기력 관리 능력’이다. 그 안에 김종민 감독이 추구해 온 배구의 방향성과,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를 주도하는 선두 팀의 힘이 그대로 담겨 있다.

먼저 공격 삼각편대를 보자.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여전히 팀의 1옵션 아포짓 스파이커다. 1세트 22-22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강력한 백어택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왜 그가 ‘클러치 옵션’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세트 막판 동점 상황에서 속공이나 퀵오픈이 아닌, 고난도 백어택을 자신 있게 선택해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이날 17득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득점이 나오는 타이밍과 장면이었다. 세트 전환점마다 모마의 공격이 흐름을 끊었고, IBK기업은행은 한 번도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지 못했다.

두 번째 축은 아시아 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타나차 쑥솟이다. 2세트는 사실상 ‘타나차의 세트’였다. 이 세트에서만 8득점에 공격 성공률 77.78%. 단순히 높은 성공률이 아니라, 랠리 후 재정비가 필요한 순간, 상대 블로커와 수비가 모마 쪽에 쏠렸을 때 반대편에서 과감하게 때려 넣는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24-18에서 상대 외국인 아포짓 빅토리아의 공격을 정면에서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세트를 끝낸 장면은 타나차가 단순한 공격형 레프트가 아니라, 블로킹과 수비에서 모두 기여하는 ‘풀옵션 레프트’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강소휘가 합류하면서 삼각편대는 완성형에 가깝게 다가섰다. 3세트 초반 도로공사가 점수 차를 벌릴 때 앞장선 건 강소휘였다. 사이드 아웃 상황에서의 오픈 공격, 브로킹 사이를 가르는 직선 공격, 코트 깊숙한 지점을 찌르는 각도 있는 공격까지 기본기에 기반한 ‘교과서형 레프트’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강소휘는 16득점을 올렸고, 모마–타나차와 함께 팀 전체 58득점 중 47점을 합작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세 선수의 역할 분담이 아주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1세트는 모마, 2세트는 타나차, 3세트는 강소휘가 각각 공격의 비중을 조금씩 더 가져가면서, 한 선수에게 무리하게 공을 몰아주지 않고도 압도적인 화력을 유지했다.

공격만 좋았다면 연승은 가능해도 ‘선두 질주’까지는 어렵다. 도로공사의 진짜 강점은 수비 조직력이다. 리베로 문정원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리시브와 디그, 그리고 미들 블로커 라인의 블로킹 라인이 함께 살아나면서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1세트 초반 공격 성공률이 잘 나오지 않는 가운데서도 도로공사가 계속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번의 실수로 랠리를 그냥 내주지 않는 수비 때문이다. 상대 강타를 더블 디그로 살려낸 뒤 다시 정리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반복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체력과 멘탈 모두가 조금씩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인 미들 블로커 이지윤의 블로킹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세트 24-22, 황민경의 공격을 정확히 읽고 손 위에서 잡아내며 세트를 마무리했다. 신인 센터가 세트 포인트 상황에서 상대 베테랑 레프트를 상대로 블로킹을 성공하는 건, 개인 성장뿐만 아니라 팀 전체 색깔에도 영향을 준다. “이제 도로공사는 모마와 레프트 라인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세트 운영, 경기력 관리 역시 현재 도로공사가 선두 팀다운 이유다. 1세트를 접전 끝에 가져오자 2세트부터는 완전히 자신들의 리듬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스코어 차이 자체는 25-18, 25-18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체감 경기력은 전혀 달랐다. 도로공사는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2~3점 차 리드를 꾸준히 유지하며 기업은행의 추격 의지를 서서히 지웠다. 3세트 중반 이후에는 황연주, 손혜진, 김다은 등 벤치 멤버까지 폭넓게 기용하며 체력 안배와 경기 감각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연승을 이어가면서도 특정 선수에게 과부하를 주지 않는 팀 운영’이야말로,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에서 진짜 강팀을 가르는 기준이다.

반대로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총체적인 난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외국인 아포짓 빅토리아가 14득점, 최정민이 10득점으로 나름 고군분투했지만, 리시브 불안과 세터와 공격수 사이의 토스 연계 미스가 반복되며 공격 루트가 지나치게 단순해졌다. 김호철 감독이 “공격에 힘을 실으면 리시브가 안 되고, 리시브에 힘을 실으면 공격이 안 된다”고 토로할 만큼,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매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범실과 연결 실수가 늘어나는 것도 팀 분위기가 얼마나 가라앉아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도로공사가 수비와 사이드 공격, 경기 운영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 이날 경기는, 상위권 팀과 최하위권 팀의 격차가 숫자 이상의 내용으로 드러난 경기였다.

김종민 감독의 경기 후 발언은 흥미롭다. “공격은 크게 문제 없지만, 변수도 많고 아직 불안감이 있다”는 말 속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나는 ‘8연승에도 자만하지 않겠다는 내부 경계’, 다른 하나는 ‘상대가 온전한 전력으로 나섰을 때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겠다’는 수준 높은 기준이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올 시즌 중반 이후, 블로킹 라인의 기복과 특정 경기에서의 리시브 흔들림이 약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들에서 수비 연결과 리시브 효율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공격력만으로 버티던 팀에서 ‘양면이 갖춰진 팀’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아직 디테일에서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2021-2022 시즌 기록한 팀 최다 12연승 타이 기록도 충분히 시야에 들어온다.

결국 이날 화성 원정에서 확인된 건 단 하나다. 현재 여자부 V-리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팀은 한국도로공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마–강소휘–타나차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와 문정원을 축으로 한 수비 라인이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은 라운드에서 이 팀이 어디까지 연승을 이어갈지, 그리고 단순한 ‘정규리그 1위’가 아닌 ‘통합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올 시즌 여자부 판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