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AION2)'가 11월 19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첫 공개일로부터 약 7년 만입니다.
아이온은 개인적으로 추억이 가득한 IP입니다. 전작의 출시 초창기부터 마도성을 플레이했던 저는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남들이 즐겁고 쾌적한 파티 사냥을 즐길 때, 정예 크랄에게 한 땀 한 땀 메즈를 걸어가며 홀로 치열한 사투를 벌이던 성장 구간. 모두가 늘무 이야기를 할 때, 손에 책 한 권 들고 소외감을 느끼던 '불의 신전'. MMORPG에서는 처음 접해본 PvPvE 방식의 인스턴스 던전 '드레드기온'까지. 아이온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라면 하루 정도는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작을 재밌게 즐긴 유저 중 한 명입니다.
물론 17년 전에 느꼈던 그 설렘을 똑같이 느낄 순 없을 겁니다. 그때와 다르게 게임 취향도 많이 달라졌고, 노화로 인해 UI 크기를 최대로 설정해야 하는 비루한 몸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더군다나 전작은 PvP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었고, 이번 '아이온2'는 PvE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고 하니 게임이 주는 근본적인 경험 역시 전작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신작 MMORPG가 드문 지금, 사람 냄새가 가득한 새로운 대륙으로 향하는 여정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아이온'의 무대가 되는 '아트레이아' 대륙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7년을 기다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 '아이온2'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전작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그리고 PvE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가 과연 '아이온'이라는 IP의 정체성을 잘 살려냈는지 직접 플레이하며 확인해봤습니다.
📒 만렙(Lv45) 도달 직후 작성한 체험기라 엔드컨텐츠 체험이 빠진 부분 양해 바랍니다.
먼저,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아이온2'의 커스터마이징은 놀랍습니다. 본래 성격대로라면 수많은 프리셋 중에 대충 괜찮아 보이는 것을 선택해 바로 게임을 시작했겠지만, 아이온2의 커스터마이징은 저 같은 수직 원툴 유저도 홀려버리는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화면 안에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캐릭터에게 홀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튼 아이온2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저처럼 큰 관심이 없는 유저의 눈길도 사로잡을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와 자유도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캐릭터가 인게임에서 완벽히 동일하게 보인다는 것도 큰 장점중 하나입니다. 커스터마이징에 관심도가 높으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내 아무리 열심히 커마를 깎는다 한들 막상 인게임의 환경에서는 커마창에서 봤던 그 미남미녀는 볼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특히 조명 없는 실내에서는 대충 형체만 비슷한 무언가가 서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아이온2의 캐릭터는 커스터마이징과 인게임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광원이 조금 과하게 세팅되어있어 직사광선을 맞으면 얼굴이 타는 것 처럼 밝아지는 건 있지만, 역광이나 실내에서도 피부가 잿빛으로 변하거나 하는 현상 없이 언제나 생기가 넘치는 캐릭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전작이 PvP 중심이었다면, 이번 아이온2는 PvE 중심의 게임으로 돌아왔습니다. 육성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시나리오 보스 몬스터, 4인으로 입장 가능한 파티형 인스턴스 던전 모두 이 게임이 PvE 쪽에 힘을 싣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전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전투만큼은 전작과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마치 액션 RPG 패키지 게임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시나리오 던전과 파티 던전 모두 일반 몬스터 구간보다는 보스 몬스터에서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육성 단계의 극초반인 10 레벨쯤 체험할 수 있는 메인 시나리오 '계곡에 남은 희망'부터 35 레벨 이후 입장 가능한 파티형 인스턴스 던전 '불의 신전'까지, 모두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를 중점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반 몬스터 및 네임드 구간은 비교적 빠르게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반 몬스터를 타게팅하면 해당 몬스터의 추적 범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전투를 발생시키지 않고 보다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하죠. 이론상으로는 일반 몬스터를 하나도 처치하지 않고 네임드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만 빠르게 잡는 식의 진행도 가능합니다.






아이온2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킬 시스템입니다. 스킬, 스티그마, 데바니온 이 세 가지 육성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성장의 자유도를 충분히 열어둔 모습입니다.
마도성 기준으로 스킬은 약 20개 정도가 제공되고, 액티브 스킬은 전부 전투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 창은 8개뿐이지만, 일부 스킬들은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어 스킬 창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주지 않죠. 눌러야 하는 버튼이 한없이 많았던 전작에 비하면 뭔가 허전해 보일 정도로 간소화가 이뤄진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마도성의 필러기인 '불꽃 화살'을 정신력 회복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고, 생명력 회복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둘 다 필요 없다면 조금이라도 대미지를 올리기 위해 일정 확률로 다단 히트로 적용되는 특화 옵션도 고려해 볼 수 있죠. 모든 액티브 스킬이 이런 '선택지'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조합해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킬 포인트 초기화도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요.

스티그마 역시 스킬과 마찬가지로 부가 옵션이 존재합니다. 여러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부여한 포인트에 따라 스킬의 성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스티그마에 우선적으로 포인트를 분배하느냐가 캐릭터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마지막으로 데바니온은 일명 '노드'와 유사한 시스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약간의 능력치를 제공하지만,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스킬의 레벨을 올려주거나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켜 주는 핵심 노드가 존재하죠. 여기서 제공되는 스킬 포인트를 이용해 해당 스킬의 '특화'를 개방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인 길을 찾는 것을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17년 만에 출시된 차기작이니 만큼 '아이온2'는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앞서 설명한 커스터마이징부터 시작해 자유도 높은 육성 시스템, 그리고 액션 RPG에 한 층 가까워진 박진감 넘치는 전투까지. 게임의 기본 골자가 되는 시스템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다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기에는 눈에 거슬리는 단점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UI입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아이온2'의 UI는 PC 유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점들은 대부분 '모바일 편의성'에 초첨을 맞춘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드래그 앤 드롭의 부재입니다.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분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말 그대로입니다.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끌어다 다른 칸으로 옮기는 것부터, 스킬을 끌어다 스킬창에 올려놓는 것 등 PC 게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이 빠져있습니다. 이 것을 '기능'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처음일 정도로 당혹스러운 경험입니다.


그 밖에도 UI 크기라던지, 파티원 정보 열람이 불가하다던지, 또는 히트박스 판정이 불합리하다던지, 락 온 기능이 없다던지 하는 등의 여러 단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중 일부는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여럿 존재하죠. 특히 UI와 관련된 것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플레이 경험만 놓고 봤을 때 '아이온2'는 분명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아이온이라는 IP에 대한 추억 보정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도 재미있는 MMORPG인 것은 맞습니다. 만약 순수하게 재미가 없었다면 15 레벨 정도까지 키우고 대충 체험기를 작성했을 테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달려서 만렙을 찍고 장비를 맞추는 중입니다.
이번 체험기는 만렙까지의 육성 과정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전작이 그랬듯이 '아이온2' 역시 만렙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투기장과 어비스 같은 PvP 콘텐츠는 물론이고, 초월, 악몽, 토벌전, 각성전과 같은 PvE 콘텐츠까지. 이걸 다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수많은 엔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PvE 콘텐츠에도 순위 시스템이 적용되어 PvP를 즐기지 않는 유저들도 경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는 예쁘고, 세계는 아름다우며, 할 일도 충분히 많습니다. 수집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죠. 신작 MMORPG가 귀한 시대에 이 정도 완성도와 콘텐츠 볼륨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불편한 부분들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편안하게 아트레이아를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