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블랙리스트 작성자 구속은 北과 같은 인권유린”...피해자 고통은 외면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4. 9. 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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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의 명단인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사직의가 구속된 가운데, 의사단체가 인권을 유린당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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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온라인상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얼굴을 가린 채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의 명단인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사직의가 구속된 가운데, 의사단체가 인권을 유린당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의료계는 구속 전공의를 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고 성명을 내는 등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 집회를 열었다.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전공의를 구속한 것을 겨냥해 의사 표현을 말살하는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블랙리스트 유포를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 항의했고, 전라북도의사회도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구속된 전공의를 두둔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업로드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나 그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며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정부가 의사들 사이를 다 결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는 온라인 괴롭힘에 불과하고, 개인정보 유포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수의 블랙리스트의 피해자가 신상 공개로 대인기피증을 겪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를 돕자는 여론이 지배적인 부분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희경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배포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전공의들의 사직이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게 한다”고 적었다.

이어 “당신들의 행동이 정부의 폭압과는 다르다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라며 “의사 집단을 범죄자 집단으로 여겨지게 할 뿐이며 다른 이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닫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A씨의 행동은 그 취지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이를 이유로 들어 구속한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외에도 “의사 커뮤니티는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 “블랙리스트에 동조하며 제보하는 경우가 다수”,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은 숨는다”, “동료 정보는 까고 본인 얼굴은 숨기더라”, “부끄러워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에 응급실 의사 이름까지 있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 등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블랙리스트를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조롱과 모욕이자 개인의 자유의사를 박탈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블랙리스트를 유포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근무 중인 의사를 공개적으로 비방한 43건의 게시물 및 댓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기관은 3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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