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 '노경문화' 전파 LG전자, 이사회 'HR 전문가' 영입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가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인적자원관리(HR)' 전문가인 강성춘 서울대 교수를 선임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기술 인재에 대한 영입과 유출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충원해 인사 제도와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선임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회사의 중장기 전략인 '2030 미래 비전'에 맞춰 사업본부를 대대적으로 재편한 이후 나온 결정으로 더욱 이목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내달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리는 정기 주총의 안건을 확정했다. 이번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정관 변경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LG전자의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에는 지주사인 ㈜LG의 권봉석 부회장(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이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된 권봉석 부회장과, 조주완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1987년 LG전자(당시 금성사) 사업기획실에 입사 후 △해외생산법인장 △상품기획그룹장 △사업부장(모니터, 미디어) △사업본부장(HE, MC) 등을 거쳐  △LG전자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역임했으며, 이후 그룹 지주사인 (주)LG로 자리를 옮겨 2021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LG전자의 이사회 의장직도 맡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 1987년 LG전자 업무부로 입사 후 △해외판매법인장(미국, 호주, 캐나다) △사업부장(RAC) △북미지역대표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권 부회장에 이어 LG전자의 CEO직을 맡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 안건이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권 부회장과 조 사장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사내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강성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사진 제공=서울대 홈페이지 캡처

사외이사는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비롯한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류충렬 KAIST 금융전문대학원 회계학 부교수 등이 맡고 있다. 이 중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류충렬 사외이사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진에 강성춘 서울대 교수가 새로 합류한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강 교수는 미국 코넬대 인적자원관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지난 20여년간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분야를 연구해 온 경영전략·인사제도 전문가다. 중앙노동위원회 등을 거쳐 현재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 위원과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HR분야 전문가인 강 교수의 선임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재 영입과 유출에 따른 선제적 조치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 협력 촉진 방안'에 따르면 국내 과학기술 인력 부족 인원은 지난 2019년 800명에서 오는 2028년에는 4만70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AI 인재 유출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또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AI 인덱스 2024'가 집계한 2023년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도 한국은 -0.30명을 기록했다. 이는 10만명을 기준으로 AI 인재 0.3명이 순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LG전자 측은 "강  교수는 서울대 MBA 과정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선진기업 사례를 연구해 사업전략과 인사제도의 연계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줄 수 있고 기업 과제인 고령화, 정년연장, 조직 운영을 위한 평가·보상 등 전반적인 인사제도 및 조직문화 제안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운영에 객관성이 담보된 합리적인 판단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지속 가능한 조직 문화와 인사 제도는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굉장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외부에서 전문가를 사외 이사로 영입하는 만큼 향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 LG전자는 선진 노사문화 만들기에 앞장서 왔다. 앞서 지난 1993년에는 기존의 수직적 개념의 '노사관계' 대신 수평적 개념의 '노경관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경영진들은 현장중심의 열린 경영,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 등 투명경영에 나서고 있으며 1990년부터 35년간 무분규 임금 교섭 타결을 이뤘다.

이밖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을 '열린 주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들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과 비전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소통을 강화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공고히 하려는 차원이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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