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6일 여아 두고 잦은 외출·분유 토해도 모르쇠'…학대치사 20대 친모 구속

출생신고 안 해 진료·접종기록 없어
경찰 출석 요구 불응 체포영장 집행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여아를 집에 홀로 놔두고 잦은 외출을 하거나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는 등 방치해 영양결핍으로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남경찰청. 국제신문 DB

경남경찰청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20대 A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3월 27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자택에서 생후 76일 된 여아가 수일간 분유를 토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당시 이날 오전 9시20분께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으며, 영양결핍으로 판명되자 같은 해 6월 29일께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A 씨는 통상 아기가 생존에 필요한 분유량의 절반만 수유해 몸무게가 정상 범위의 절반인 2.5㎏에 불과했다. 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예방접종과 병원진료 기록이 없었다. 이름조차 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부모가 함께 살자고 설득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아기와 단둘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 입양 기관을 통해 한 차례 상담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양육 경험이 부족해 사망에 이를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같은 해 10월 31일께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2021년 거제에서 생후 2개월 아기가 방임으로 숨진 사건 등을 참고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배회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등을 추가로 조사했고 A 씨가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A 씨는 집에 아기를 혼자 남겨둔 채 일주일에 3~4번 4~6시간씩 외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A 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지난 14일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