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팝업에서 ‘상설’ 채널로… 발길 모으는 핵심 콘텐츠 [커버스토리]

김동주 2026. 2. 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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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얼굴이 된 팝업스토어
제품 홍보·소진 한시적 이벤트서
체험·체류 이끌어내는 공간 변신
오픈런·원정 방문 문화 일상화에
스탬프 랠리·시즌형 연출로 확장
롯데 부산본점·신세계 센텀시티
10~30대 고객·매출 대폭 늘어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곳이 곧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포켓몬 스탬프를 찍기 위해 도시철도를 타고 이동하고, 인기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오픈런에 나서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한때 한시적 이벤트에 불과했던 팝업스토어는 이제 백화점의 핵심 동선을 바꾸며, 소비자의 이동과 체류를 만들어내는 상설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줄 서는 이유가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포켓몬스터 팝업을 체험시켜 주려고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왔어요.” “두쫀쿠 맛을 보고 싶어서 생애 첫 오픈런에 도전했습니다.”

최근 백화점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특정 브랜드 매장을 찾기보다 ‘지금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목적지로 삼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쇼핑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 이동하고, 일정까지 바꿔가며 줄을 서는 소비가 낯설지 않다.

과거 팝업스토어는 재고 소진이나 신제품 반응을 살피는 한시적 이벤트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객과 체류, 경험 설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콘텐츠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출입구나 에스컬레이터 등 핵심 동선에 배치되며 고정 매장보다 더 눈에 띄는 공간을 차지하는 장면도 흔해졌다.

■숫자로 확인된 팝업 효과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지난해 지하 1층에 약 300평 규모의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을 조성한 이후 2030세대 방문 고객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20% 넘게 늘었다. 동남아·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도 50% 증가했다.

아웃렛으로도 팝업스토어 전략은 확산하고 있다. 롯데몰 동부산점은 대형 캐릭터 팝업과 곤충 박물관,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 가족 단위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유치했고, 지역 아웃렛 최초로 연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역시 팝업스토어를 상설 콘텐츠로 인식하고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하 2층 ‘하이퍼스테이지’를 시작으로 4층 ‘뉴스테이지’, K컬처 중심의 ‘K팝 그라운드’, 지하 1층 스포츠·영패션관 팝업존까지 다층적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센텀시티점은 캐릭터 IP와 체험형 팝업을 지하 1층에 집중 배치한 효과로 10~20대 고객 매출이 약 15% 증가했다.

■‘이벤트’가 아닌 일상 여가

팝업스토어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팝업 방문은 이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다니듯 일상적인 여가 활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톡의 실시간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을 통해 팝업 정보를 확인하며 ‘이번 주 뭐 뜨나’를 체크하는 데 익숙해졌다.

부산의 팝업 문화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로드 상권 중심의 팝업이 활발한 도시 특성상, 팝업은 일찍부터 ‘찾아가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근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전략화하면서, 팝업은 로드와 유통사를 가로지르는 핵심 집객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콘텐츠 성격 역시 변화하고 있다. 캐릭터와 IP 중심의 이벤트형 팝업에서 벗어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체험형 팝업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굿즈를 구매하는 방식에서, 브랜드의 세계관과 상품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경험 넘어, 팝업의 다음 단계는

팝업스토어의 영향력은 백화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교통공사와 롯데백화점, 포켓몬 코리아가 함께 진행한 '포켓몬 스탬프 랠리'에는 약 4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철도 6개 역을 돌며 체험하는 방식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까지 끌어들였고, 한정판 포켓몬 QR 승차권은 약 21만 장, 3억 원 상당이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관련 팝업에는 행사 기간 1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시즌형 연출을 결합한 팝업도 집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해 연말 홀로그램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연출을 선보이며 단순 장식을 넘어선 체험형 공간을 구성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을 통해 연말 시즌 한정 콘텐츠를 강화하며 쇼핑과 체험 수요를 동시에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도 등장하며 진화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AI 활용 팝업에서는 방문객의 얼굴을 스캔해 퍼스널 컬러와 얼굴형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 색상과 매장 내 제품 모델명까지 제안하는 시스템이 운영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팝업스토어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소비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상설 채널이 됐다”며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빠르게 구현하느냐가 백화점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