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④ SK하이닉스 성장 배경에 최태원 회장 반도체 뚝심
최 회장은 반도체 불황이 심화하던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선언했다. 그룹 내부에선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과 반도체 사업의 시너지가 불투명하다며 반대했으나 최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은 한다"며 인수를 강행했다.
최 회장의 결단에도 막대한 투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점는 그룹의 부담이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2011년 초 17만원대였던 SK텔레콤의 주가는 12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SK그룹은 '최대한 낮은 가격'과 인수 이후 '추가적인 투자 부담이 없는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런 측면에서 당시 TF 실무진들은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신주 중심의 인수 형태를 주장했지만 그동안 수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채권단이 구주를 최대한 매각해 당장 자금을 회수하고자 해 의견 대립이 있었다.
회사는 채권단에게 인수 대금이 신규 투자에 유입되지 않으면 또다시 부실이 발생해 금융권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최종 딜 구조는 구주 7.5%, 신주 14.7% 매각으로 확정됐다. 이는 신주 10% 이상 발행 및 최종 인수 지분율 20%를 원했던 SK텔레콤의 인수 구조에 부합하는 수치였다.
인수 가격 책정 또한 쟁점이었다. 2011년 4월 하이닉스 주가가 3만7000원대까지 상승해 사전에 설정한 PBR 밴드를 웃도는 가격이 돼 인수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다.
SK텔레콤 내부의 시각도 보수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인수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유럽발 재정 위기가 터지면서 주식시장에 급락장이 이어졌다. 하이닉스 주가는 같은 해 8월 1만5000원대까지 하락하며 SK텔레콤 입장에서 가장 좋은 투자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최종 주당 인수 가격은 구주 2만4500원, 신주 2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처음 승인할 당시 3만원대에 육박했던 주가와 비교해 최적의 조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3월26일, SK하이닉스 출범식을 마친 최 회장은 본사 인근의 호프집을 빌려 하이닉스 직원들을 초대했다. 호프집을 일일이 들러 직원들과 직접 건배하고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며 구성원들과 '한 식구'가 된 것을 강조했다.
인수 이후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연구소였다. 그는"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과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해 SK그룹 핵심 회사로 발돋움했다. SK그룹은 2021년 3분기 공정자산 약 271조원을 기록, 현대자동차를 밀어내고 대기업집단 자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공정자산이 전년보다 17.7% 늘어난 게 주효했다. 당시 공정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개별기업이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의 핵심인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출범 바로 다음해인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선보인 후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신제품을 개발,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했으며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현존 최고 수준의 HBM인 'HBM3E'를 개발하며 AI 메모리 시장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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