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확장 나선 ASML…푸케 CEO "韓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지원"

ASML 네덜라드 본사 전경./사진 제공=ASML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일명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만큼 이번 방한 기간 국내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영진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핵심 거점 구축…韓 반도체와 협력 강화

12일 업계에 따르면 푸케 CEO는 이날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서 열린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비롯해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 등 80여명도 참여했다.

ASML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앞서 ASML은 1996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후 2016년 동탄에 코리아 본사 및 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이후 2022년 총 24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경기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뉴 캠퍼스(화성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준공한 화성캠퍼스는 심자외선(DUV)·EUV 노광장비 등 첨단 장비 부품을 제조하는 ASML의 아시아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신사옥은 지하 4층, 지상 11층 2개동 규모로 조성됐으며 내부에는 재제조(리뉴팩처링)센터를 비롯해 △트레이닝센터 △체험센터 등이 마련됐다.

12일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서 열린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책임자(CEO, 왼쪽 6번째)가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ASML

이번 화성캠퍼스 준공을 계기로 ASML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공정 협력 및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연계 생태계를 구축해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상생형 협력 모델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역시 그간 첨단 노광장비 수급과 기술 훈련 등을 위해 ASML의 네덜란드 본사나 대만으로 엔지니어를 보내왔지만 이번 캠퍼스 구축으로 국내에서도 교육·수리·검증이 가능해졌다.

강감찬 무역투자실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는 지자체와 중앙 정부,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오늘의 준공은 협력의 좋은 사례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 간 기술 협력과 투자가 더욱 긴밀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의 혁신과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며 "정부는 현금지원 확대, 입지·세제 혜택 강화, 규제 개선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한종 ASML코리아 대표는 "한국 법인 설립 30주년을 맞아 화성캠퍼스를 개관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과 함께 일궈온 성과를 바탕으로 임직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첫 방한…이재용·최태원 회동 성사되나

반도체 노광장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ASML의 CEO가 직접 한국을 찾은 만큼 이번 방한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할 지도 주목된다.

실제 만남이 성사된다면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 재구성 흐름 속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실제 전날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지며 이날 오후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하고 EUV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당시 이 회장은 피터 베닝크 전 CEO과 함께 1조원을 투입해 한국 수도권에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센터를 세우고 함께 운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지난해에는 독일 오버코헨에서 ASML의 파트너사인 자이스의 람프레히트 CEO를 푸케 CEO와 함께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 본사에서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책임자(CEO)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사진 제공=삼성전자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정부의 압박에 2019년부터 EUV 노광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형 장비에 대해서도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ASML 입장에서는 중국용 장비 수요가 제약된 상황에서 리스크를 완충을 위해 한국 반도체 고객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앞서 ASML이 삼성전자와 추진 중인 공동 R&D센터 프로젝트도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전용 EUV 연구소와 R&D용 라인이 들어서는 이 시설에서 ASML과 미래 반도체 개발을 함께 할 계획이다. 현재 두 회사는 막바지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하이NA EUV 관련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하이NA EUV는 기존 EUV와 비교해 빛의 파장은 같지만 렌즈가 빛을 모을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NA를 높인 게 특징이다. 한 대당 가격이 50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 마저도 연간 생산가능 물량이 적어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연내 최신 하이NA EUV를 한 대 들여온 뒤 내년 상반기 한 대 더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새로 추가되는 장비를 최선단 2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먼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하이NA EUV를 경기 이천 M16 공장에 반입했다.

푸케 CEO는 "화성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새로운 캠퍼스는 한국 고객과의 신뢰, 혁신, 지속 가능성, 성장을 향한 ASML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위치한 화성시에 자리해 있어 보다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며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근접성은 효율적인 기술 이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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