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이 부실채권(NPL) 상·매각을 최소화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잠시 동안 건전성 비율의 악화를 감수하는 한편, 무리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보다 회수가능성과 자산건전성 유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은행권 NPL 매각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의 NPL 전문 투자회사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적으로 매각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몰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NPL 상·매각 규모는 1조7496억원으로 작년 2분기(1조3009억원)와 1분기(1조3301억원) 대비 각각 34.5%, 31.5% 급증했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높아졌고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하자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은행권 NPL 상·매각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10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분기 기준 하나은행은 4대은행 중 유일하게 작년 2분기, 1분기 대비 상매각 규모를 줄였다.
하나은행은 2분기 NPL 상·매각을 2781억원 규모로 진행했다. 작년 2분기 대비 5.7% 늘고 1분기보다 42.3% 감소한 수치다. 다른 은행들이 건전성 비율 방어를 위해 NPL 상·매각을 늘렸지만 하나은행은 현재 매각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부담을 안고 가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이 NPL을 상·매각하는 이유는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즉각적으로 개선되고, 관리비용이 낮아지면서 새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을 정리하면서 자본비율도 개선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또 은행은 NPL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손실을 보더라도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려는 유인이 크다.
다만 최근 NPL 전문투자회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물량이 나오고 있어 신규 투자 확대보다는 이미 매입한 자산의 회수 및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은행의 NPL 매각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대규모로 NPL을 매각하는 것보다 회수에 무게를 두고 단기적인 건전성 부담을 안고 가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NPL 상·매각 규모가 감소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5%로 1분기(0.29%) 대비 0.06%p 상승했다. 1분기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보이다가 국민은행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NPL 상·매각 규모를 늘린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40%에서 0.35%로 떨어졌고 신한은행은 0.02%p 오른 0.33%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0.32%로 1분기와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1분기 가장 낮은 연체율을 유지했지만 2분기 0.03%p 상승한 0.3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0.04%p, 신한은행은 0.02%p 하락한 0.31%, 0.32%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0.03%p 오른 0.40%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상시적 신용위험 점검 체계를 가동하며 부실예상 차주를 관리·지원하는 등 위험관리에 나서고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단계별로 취약차주를 선별해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NPL 매각 규모를 조정한 것은 시장요인뿐 아니라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부실자산 처리 과정에서 손실 최소화 등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성 제고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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