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침 뱉기·버티기…약국 평온 깨는 민원인, 어디까지 처벌될까

우종식 변호사 2026. 5. 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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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생활법률] 퇴거불응 케이스 스터디
우종식 변호사.

약국에서 환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고성을 지르거나 억지를 부릴 때, 약사 입장에서는 당장 이 환자를 약국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예전에 이러한 상황에서 대응하는 법을 칼럼으로 소개한 바있다. 그 안에 퇴거불응이 있었는데 최근 판례가 소개되면서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는 약국 내 평온을 깨는 행위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퇴거불응죄'와 실제 케이스, 그리고 현장에서의 증거 확보 방법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형 이미지.

1. 퇴거불응죄의 요건사실(형법 제319조 제2항)

약국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당연히 나가달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불필요한 다툼을 이어가는 대신,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약국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관리자인 약사의 정당한 권리이다.

형법상 퇴거불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이 필요하다. ①적법한 퇴거 요구가 있어야 하고 ②그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행위(불응)가 있어야 한다. 약국은 영업시간 중 일반인의 출입이 널리 허용된 공간이다. 하지만 애초에 범죄를 목적으로 들어왔거나, 처음에는 정상적인 환자로 들어왔더라도 관리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난동을 피워 평온을 해치는 경우라면 관리자는 언제든 그 출입을 제한하거나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에 의한 실제 적용(케이스 스터디)

최근 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난동의 형태나 버틴 시간에 따라 퇴거불응죄가 성립한다.CASE 1. 이유 없이 들어와 침 뱉고 15분간 버틴 사례(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 11. 판결)

2018년 7월 20일 17시 45분경, 대구 달서구 소재 약국에 B씨가 상·하의를 걷어 올린 상태로 이유 없이 들어왔다. B씨는 약국 구석에 설치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입구 쪽 의자에 앉아 다른 손님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약사가 출입문을 열어 놓은 후 "손님들 통행에 방해되니 빨리 가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음에도, B씨는 남은 커피를 바닥에 버리고 빈 종이컵을 약국 밖으로 던졌으며 가래침을 바닥에 2회가량 뱉었다. B씨는 약사의 계속된 요구에도 약 15분간 계속 의자에 앉아 퇴거에 불응하였고, 결국 재판에 넘겨져 다른 범죄(재물손괴 등)와 병합되어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특별한 목적 없이 들어와 약국의 평온을 깨는 행위에 대해 관리자의 퇴거 요구가 정당함을 인정한 사례다.CASE 2. 폐문 시간에 술 취해 11분간 버틴 사례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6. 11. 판결 / 창원지방법원 항소심 판결)

2015년 6월 25일 19시 50분경, 경남 고성군 소재 약국에 환자 C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와 약사에게 시비를 걸었다. 약사는 폐문 시간이 다 되었으니 약국 밖으로 나가달라고 명확히 요구했다.

하지만 C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버텼으며, 결국 약사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20시 01분경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1분간 약국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후 재판 과정(항소심)에서 C씨는 "몸이 아파 약을 사러 갔을 뿐 퇴거 요구에 불응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 진술조서와 112 신고사건 처리표 등의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C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영업 종료 시점에 주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관리권 행사이며, 이에 불응한 C씨에게는 퇴거불응죄가 인정되어 다른 범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와 경합하여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3. 실무상 주의할 점

가. 실무상 주의할 점: '조제거부'와의 경계선

다시 설명하지만 퇴거불응죄로 대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작정 나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옷을 벗고 있는 상황' 등 물리적으로 즉시 퇴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당장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즉시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특히 약국은 약사법상 '조제거부'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환자가 정당한 처방전을 들고 와서 조제를 요구하는데, 단지 약사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퇴거를 요구할 수는 없다. 환자의 무리한 요구나 난동이 약국의 정상적인 조제 및 매약 업무를 방해할 정도에 이르렀고, 이에 약사가 "업무에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고 명확히 고지했음에도 불응할 때 비로소 퇴거를 요구할 정당성이 생긴다.

나. 핵심 증거 확보 방법

만약 환자가 지속해서 억지를 부리며 나가지 않는다면, 약사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다음의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① 명확한 퇴거 요구와 녹음: "조제가 끝났으니 안녕히 가세요" "계속 고성 지르시면 업무방해입니다. 약국에서 나가주세요"라고 명확히 여러 차례 고지해야 한다. 이때 약사 본인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면 이를 스마트폰 등으로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녹음이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② CCTV 확보: 경찰 신고 후 체류 시간(몇 분간 나가지 않았는지), 구체적 난동 행위(물건 투척, 침 뱉기 등)를 입증하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는 약국 내 CCTV다. 환자가 버티는 모습과 약사가 손짓 등으로 나가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잘 담겨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시간대의 영상을 미리 백업해 두어야 한다.

③ 즉각적인 112 신고: 퇴거를 2~3회 요구했음에도 요지부동이라면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 자체가 훌륭한 '불응 시간'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112 신고사건 처리표 등)가 되기 때문이다.

약국은 아픈 환자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감정적인 충돌이 발생하기 쉽다. 무리한 민원인과 똑같이 화를 내며 싸우기보다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퇴거를 요구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여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