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계의 거목 고(故) 안성기 배우의 21세기 대표작들을 돌아보는 특별 기획전 21세기 안성기가 개최되어 많은 영화 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전 상영작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며 다시금 재조명받는 작품은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입니다.
제작비 단 5억 원이라는 초저예산 독립영화 제작 방식으로 출발했으나, 개봉 이후 전국을 뒤흔드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259억 원이라는 기적 같은 극장 매출을 올린 한국 영화사상 유례없는 흥행 대기록의 주인공입니다.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독립예술영화관 픽처하우스에서 故 안성기 배우의 최근 대표작들을 조명하는 기획전 21세기 안성기가 열려 영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이꽃>, <아들의 이름으로>, <화장>, <카시오페아>, 그리고 <부러진 화살>까지 그가 21세기에 남긴 묵직한 명작 5편이 관객들을 맞이합니다.
주말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주요 회차가 빠르게 매진되는 등 거장을 향한 대중의 뜨거운 추모와 그리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오랜 시간 공들인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다룬 대작 <아리랑>의 제작이 무산되는 시련을 겪은 후 이 작품에 착수했습니다.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와 민낯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파격적인 소재 탓에 주요 투자배급사들로부터 외면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정 감독은 대형 상업영화 시스템을 포기하고, 순수 제작비 2억 원 수준의 초저예산 독립영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투자가 난항을 겪자 정지영 감독은 안성기 배우를 직접 찾아가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정치·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과 제작비 부족으로 당장 출연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대신 흥행 성과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개런티를 나누자는 조건, 즉 사실상의 노개런티 러닝개런티를 제안했습니다.
과거 <남부군>과 <하얀 전쟁>으로 깊은 신뢰를 쌓았던 안성기 배우는 단 하루 만에 제안을 수락하며 20년 만의 거장과 거장의 재회를 성사시켰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안성기의 전격 합류는 영화 제작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주연 배우의 든든한 존재감에 힘입어 김지호, 박원상, 문성근, 이경영, 나영희 등 내로라하는 명품 실력파 배우들이 잇따라 뜻을 함께하며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이 완성되었습니다.
배우진과 제작진의 열정으로 초기 2억 원이었던 제작비는 5억 원으로 늘어났고, 마침내 대중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 높은 틀을 갖추고 스크린에 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2012년 1월 18일 베일을 벗은 <부러진 화살>은 개봉 직후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초저예산이라는 한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극장에서만 무려 346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총 259억 원에 달하는 경이로운 극장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제작비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이 유례없는 성공 덕분에 노개런티로 참여했던 안성기 배우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생애 최고 수준의 출연료를 지분으로 정산받는 뜻깊은 결실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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