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 서울 공연에서 ‘별’ 지명하다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POB)의 새로운 ‘별’이 탄생했다.
POB 낭만 발레 ‘지젤’은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낮 공연을 마친 커튼콜 무대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호세 마르티네즈 POB 예술감독이 예고 없이 새로운 에투알(별·수석 무용수)을 발표한 것이다. 영광의 주인공은 이날 알브레히트를 연기한 기욤 디옵(24). 올해 쉬제(솔리스트)로 승급한 그로서는 프르미에 당쇠르(제1 무용수)를 건너뛰고 최고의 자리로 직행한 순간이었다.
POB 는 350여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最古)이자 최정상 발레단이다. 현재 소속 무용수 154명은 카드리유(군무진), 코리페(군무 리더), 쉬제, 프르미에 당쇠르, 에투알 등 5등급으로 구분된다. 해마다 승급 시험을 치를 정도로 이 등급은 엄격하다. 그런데 에투알은 승급 시험 없이 발레단 예술감독의 추천을 받아 파리오페라극장장이 지명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에투알은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을 포함해 16명뿐이었다.
디옵은 당초 이번 내한공연에 참여할 예정이던 에투알 위고 마르샹이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대타로 투입된 무용수다. 입단 후 첫 알브레히트 체험이었다. 그는 이날 지젤을 맡은 POB 간판 스타 도로테 질베르와 함께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줬다. 점프는 높고 체공 시간이 길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1300명은 커튼콜에서 긴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날 공연이 준 감흥을 표현했다. 그런데 맙소사, 새로운 에투알이 지명되는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했다. ‘횡재’와도 같았다. POB가 해외 공연 중 에투알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대에 오른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은 “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들의 삶에는 매우 희귀하고 집단적인 순간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순간은 공연 직후 무대에서 그날의 관객들과 공유됩니다. 그것은 바로 꿈의 실현, 에투알 지명입니다. 오늘, 저는 국립 파리오페라극장장 알렉산더 니프의 동의를 얻어 기욤 디옵을 에투알로 임명합니다!”
기욤 디옵은 파리오페라발레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POB에 입단했다. 2021년 세르클 카르포상을 수상할 정도로 준비된 스타였다. 그는 이날 서울에서 자신이 17번째이자 새로운 에투알로 호명되자 얼굴을 감싸쥐며 감격했다. 눈물을 흘리며 도로테 질베르를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눴다. 동료 무용수들도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디옵은 객석을 향해 그리고 무대 뒤 동료들을 향해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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