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로 고기 낚는 돌고래 셸링의 신비

물고기를 빈 조개껍데기 안에 몰아넣고 통째로 들어 올려 입에 털어 넣는 돌고래 사냥법이 호주 동해안에서 처음 학술적으로 확인됐다. 어미가 기술을 구사한 몇 분 뒤, 새끼도 같은 조개껍데기로 행동을 따라 해 사냥법의 세대 전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 알렉시스 레벤굿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Marine Mammal Science에 관찰조사 보고서를 내고 남방큰돌고래의 셸링(shelling) 행동을 보고했다.

셸링은 대형 복족류의 빈 껍데기를 사냥 도구로 쓰는 행동이다. 돌고래는 작은 물고기를 조개껍데기 안으로 몰아넣고 주둥이로 이를 들어 수면까지 가져간다. 이후 조개를 기울여 물을 빼고 마지막에 빠져나오는 물고기를 입으로 받아먹는다. 물고기가 좁은 곳에 숨는 습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연구팀이 우연히 포착한 남방큰돌고래 어미의 셸링 <사진=알렉시스 레벤굿>
남방큰돌고래의 셸링 기술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알렉시스 레벤굿>

연구팀은 2025년 7월 호주 퀸즐랜드 그레이트 샌디 해양공원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를 조사하던 중 한 개체가 커다란 조개껍데기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을 목격했다. 셸링은 지금까지 호주 서부에서 주로 연구됐으며 동해안에서 과학자들이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알렉시스 레벤굿 박사는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니, 같은 지역에서 2013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행동이 촬영됐다"며 "적어도 10여 년 전부터 이 지역 돌고래 사이에 셸링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더 흥미로운 장면은 2025년 10월 포착됐다. 어미 돌고래가 조개껍데기로 물고기를 잡은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새끼가 같은 껍데기를 집어 들었다"며 "새끼 역시 조개를 수면으로 가져가 들어 올렸고, 입구에서 물고기가 빠져나오는 것이 드론에 잡혔다"고 덧붙였다.

셸링 기술의 개요도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이를 어미에서 새끼로 기술이 전달되는 수직적 사회학습 사례로 봤다. 다만 한 쌍의 행동만으로 새끼가 어미에게 기술을 배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서호주 샤크베이에서는 셸링이 어미뿐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다른 돌고래 사이에서도 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이미 나왔다. 이 지역 일부 돌고래는 주둥이에 해면동물을 끼워 먹이를 찾는 스펀징(sponging) 기술을 구사하는 등 다양한 도구 행동을 보였다.

남방큰돌고래의 셸링 기술은 어미가 새끼에 전수할 가능성도 있다. <사진=pixabay>

알렉시스 레벤굿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셸링은 호주 서해안과 동해안에서 모두 확인됐다"며 "두 지역의 돌고래가 서로 기술을 전하기 어려운 만큼 비슷한 사냥법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사는 "셸링을 하려면 적당한 빈 조개껍데기를 찾아내고, 먹이를 안으로 몰아넣은 뒤 꺼내는 방법까지 익혀야 한다"며 "조개껍데기를 일종의 통발처럼 활용하는 셸링은 돌고래의 높은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 전승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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