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계산 완전히 무너뜨린 삼성, 레예스 역투-드디어 터진 박병호… 삼성의 반격 시작됐다, ‘KS 3차전 승리 1승2패’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삼성이 확정된 뒤 올해 한국시리즈는 장타로 결정되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과 LG의 플레이오프에서는 국내 구장 중 가장 홈런을 치기 어려운 잠실에서 경기를 해야 했지만, 광주와 대구는 잠실보다는 규격이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KIA는 리그 최강의 타격을 보여준 팀이었고, 삼성은 팀 홈런 1위의 팀이었다.
삼성의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런 팩터를 놓고 봤을 때 인천SSG랜더스필드와 더불어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삼성은 이런 홈구장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그간 장타 위주의 타선을 구축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 신·구 조화 속에 그 목표를 이뤘다. 삼성은 시즌 홈 73경기에서 무려 120개의 홈런을 때렸다. 그리고 LG와 플레이오프에서도 그 홈런의 힘으로 1·2차전을 폭격한 끝에 결국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 방에 대한 의식을 서로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삼성이 대포의 힘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삼성은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KIA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대니 레예스의 7이닝 1실점 역투, 그리고 이성규 김영웅 김헌곤 박병호의 홈런포에 힘입어 4-2로 이겼다. 광주에서 열린 1·2차전에서 아쉽게 두 판을 모두 내주고 홈으로 돌아온 삼성은 홈런의 힘을 앞세워 원기를 회복했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향후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 선발이자, 포스트시즌 들어 역투를 이어 가고 있는 레예스가 이날도 빛났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삼성의 외국인 에이스라 보기는 다소 어려웠던 레예스는 포스트시즌 들어 3연승을 내달렸다. 10월 13일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레예스는 2승1패로 앞선 4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날도 충분한 휴식 속에 등판한 레예스는 7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냇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역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삼성은 이어 임창민이 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마무리 김재윤이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남은 아웃카운트 네 개를 처리하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은 이날 8개의 안타 중 4개가 홈런이었다. 이성규 김영웅 김헌곤 박병호가 홈런을 기록했다. 김헌곤은 홈런 포함 2안타 1볼넷, 이성규는 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했고 리드오프 김지찬도 2안타로 살아나는 감을 알렸다.
KIA는 선발 에릭 라우어가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무4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패전을 안았다. 장현식(1이닝 무실점)은 잘 던졌지만 1차전의 영웅이었던 전상현이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홈런 두 방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준영(⅓이닝), 김도현(⅔이닝), 최지민(⅔이닝), 김기훈(0이닝), 황동하(⅓이닝) 순으로 이어 던졌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 박찬호가 2안타, 김도영이 1안타 1타점, 최형우가 1안타 1타점, 나성범이 2안타, 김선빈이 2안타를 쳤지만 장타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불이 붙지 않았다. 두 팀은 4차전에 원태인(삼성)과 제임스 네일(KIA)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1차전에서 맞대결했던 두 선수는 나흘 휴식 후 리턴매치를 벌인다.
◆ 류지혁 2번 전진 배치-서건창 1루수 출전… 레예스 vs 라우어, 상대 전적의 늪 극복?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날 이기고 분위기를 돌려놔야 했던 삼성은 김지찬(중견수)-류지혁(2루수)-강민호(포수)-디아즈(1루수)-김헌곤(좌익수)-박병호(지명타자)-김영웅(3루수)-이성규(우익수)-이재현(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1·2차전과는 약간 달랐다. 2차전에서 3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이 좋았던 류지혁이 2번으로 전진 배치됐고, 라우어를 상대로 홈런이 있었던 강민호가 3번에 배치됐다. 그리고 우타자인 이성규가 선발 우익수로 출전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타순에 고민이 좀 있었다. 좌투수가 나오고, 2차전에서 안타를 많이 치기는 했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짜다 보니 고민이 있었다”면서 “내부적으로 회의를 통하고 컨디션을 보고, 선수들 개개인적으로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부분들을 염두에 둬서 라인업을 짰다. 류지혁은 내부적으로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을 해서 2번 타순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2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경기 중 빠졌던 이재현은 경기의 중요도를 고려해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에 나갔다. 박 감독은 “이재현은 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완전치는 않다. 그런 부분들도 라인업에 고민이 있었다. 지금 100%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팀 사정상 이재현이 필요하다.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본인도 나간다는 의지도 보였다. 오늘 라인업에는 출전한다”고 설명했다.
선발로는 레예스가 나갔다. 레예스는 올해 26경기에서 144이닝을 소화하며 11승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지만, KIA를 상대로는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다. 13이닝 동안 홈런도 네 방을 맞는 등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또한 1.116으로 크게 높았다. 최근 상승세가 KIA전 약세를 엎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이에 맞서 3연승을 노리는 KIA는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서건창(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KIA는 시리즈 들어 선발 1루수만 바뀌고 있다. 1차전에서는 서건창, 2차전에서는 이우성이 선발로 나갔고, 이날 3차전에 다시 서건창이 선발 출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에 대해 “레예스가 에이스고, 점수를 많이 빼기가 어려운 투수다. 플레이오프 때도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중요한 상황에서 작전도 펼쳐야 할 것 같다. 앞에 타자들은 장타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고, 김선빈이 컨디션이 좋기에 많이 살아나가게 되면 작전도 생각도 해봤다”면서 “지금 1루수는 어떤 선수를 선발로 나가고, 2~3타석 정도 치고 나가면 수비가 나은 선수들이나 바로바로 그에 맞게 교체할 생각이다. 초반에 찬스가 걸렸을 때 더 많은 폭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건창을 선발로 냈다”고 설명했다.
레예스 공략법에 대해서는 “플레이오프에서는 LG 선수들이 레예스를 못 괴롭힌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레예스가 항상 같은 패턴에서 같은 타이밍에서 공을 뿌리다보니 굉장히 좋은 밸런스에서 던졌다고 본다”면서 “그런 부분만 흐트러진 모습만 조금 보인다고 하면 분명 실투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 시즌 때도 잘 공략했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경기를 하겠다”면서 뛰는 야구를 예고했다. 한편으로 솔로홈런은 맞을 수 있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장타를 경계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선발로는 좌완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가 나갔다. 올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라우어는 7경기에서 34⅔이닝을 던지며 2승2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크게 활약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에서는 한 경기에 나갔는데 이 경기가 라우어의 KBO리그 데뷔전이었고 삼성 장타력에 혼쭐이 났다. 라우어는 3⅓이닝 동안 박병호 강민호에게 홈런을 얻어맞는 등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이범호의 계산, 레예스 역투 속에 깨졌다… 잘 던지던 라우어는 피홈런에 눈물
이범호 감독은 레예스의 현재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일단 어떻게 해서든 출루를 한 뒤 빠른 발로 레예스를 흔들겠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레예스가 시즌 중 도루 허용도 많고, 퀵모션도 빠르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나가서 활발하게 흔들면 레예스도 주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실투가 들어올 확률도 높아지고 공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레예스가 이 계산을 완전히 깨뜨렸다. 레예스가 도루 허용에 있어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출루를 안 시키면 그만이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 등판 이후 닷새라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레예스는 팀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힘차게 던졌다. 1·2차전을 통해 살아난 KIA 타선이 레예스의 구위와 기백에 눌리면서 삼성이 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레예스는 이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크게 세 구종을 던지면서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노련하게 피해 나갔다. 구속 이상의 힘이 있는 듯 KIA 타자들이 좀처럼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레예스는 1회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소크라테스를 1루수 땅볼로, 김도영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땅볼 세 개로 1회를 가볍게 마무리했다. 가장 긴장이 됐을 법한 1회를 가볍게 넘긴 레예스는 2회부터 안정감을 더해가며 KIA 타선을 차분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레예스는 2회 선두 최형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맞는 순간 큰 타구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뻗지 못했다. 레예스의 구위가 괜찮다는 증거일지 몰랐다. 나성범에게 우익수 옆 안타를 맞았고, 김선빈의 타구는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가 돼 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레예스는 서건창을 1루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했다. 삼성이 침착하게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키면서 레예스가 흐름을 끊었다.
레예스는 3회 선두 김태군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1B-1S에서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두 번 모두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최원준은 연속 세 차례 헛스윙을 유도하며 역시 삼진 처리했다. 이번에는 공 4개 모두 체인지업을 던져 최원준의 눈을 흔들었다. 레예스는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3회까지 무실점으로 경기 초반 고비를 잘 넘겼다.
반대편 마운드에 선 에릭 라우어도 잘 던졌다. 라우어의 구위는 일품이었다. 포심패스트볼이 최고 150㎞를 넘나들며 삼성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눌렀다. 특히 경기 초반에는 포심의 제구가 기가 막히게 들어가면서 삼성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라우어는 1회 김지찬과 류지혁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기세를 올렸다. 보더라인에 완벽하게 걸치는 패스트볼에 삼성 타자들이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이어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1회를 깔끔하게 마쳤다.
2회에도 디아즈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1사 후 김헌곤에게 유격수 강습 안타를 맞았지만 박병호를 3루수 병살타로 요리하고 실점 없이 넘겼다. 전체적으로 라우어의 구위가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를 누르는 양상이었다. 전체적으로 득점하기 쉽지 않을 경기 양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양팀 선발 투수들의 구위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 솔로홈런은 괜찮다 했지만… 그게 네 방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삼성 대포쇼’
이범호 감독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홈런은 경계했다. 다만 솔로홈런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홈런이 잘 나오는 경기장이고, KIA도 라이온즈파크에서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반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 선발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솔로포가 누적되면서 삼성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삼성 공격에 짜임새가 아주 좋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홈런의 힘으로 이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대포쇼는 3회가 시작이었다. 3회 선두 김영웅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날의 히든카드 이성규가 대포로 선취점을 얻었다. 이성규는 1B-2S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잘 맞히지 못했다. 하지만 파울팁 삼진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한 번의 기회를 더 벌었다. 여기서 5구째 패스트볼이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오는 실투가 됐고, 이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 홈런 타구의 속도는 시속 164.2㎞, 발사각 30.6도, 비거리는 124.7m였다. 다만 라우어도 첫 솔로포까지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1점이었고, 삼성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라우어는 홈런을 맞은 뒤이재현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곧바로 정상을 찾았고, 김지찬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류지혁을 유격수 땅볼로 정리하고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쳤다.
하지만 KIA 타선이 좀처럼 레예스를 상대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주자가 나가야 KIA가 구상했던 괴롭힘이 시작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KIA는 4회에도 소크라테스가 2루 땅볼에 그쳤고, 김도영은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최형우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4회까지도 득점하지 못했다. 라우어도 4회 강민호와 김헌곤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계속해서 위력적인 투구를 했지만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외롭게 싸웠다.
KIA는 0-1로 뒤진 5회 추격 기회를 놓쳤다. KIA는 선두 나성범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모처럼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어 이번 시리즈에서 컨디션이 좋은 김선빈이 희생번트를 대 일단 동점을 만들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어 서건창이 볼넷을 고르면서 1사 1,2루의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해결사가 없었다. 김태군이 전 타석에 이어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최원준의 타석 때 호수비가 나왔다. 최원준의 잘 맞은 타구를 좌익수 김헌곤이 재빨리 뛰어나와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낸 것이다. 머뭇거렸다면 적시타고, 뒤로 빠졌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김헌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5회를 종료하는 호수비로 이어졌다.
그러자 삼성의 대포가 또 터졌다. 삼성은 1-0으로 앞선 5회 1사 후 김영웅이 라우어의 2구째 포심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번에도 솔로포였지만, 첫 솔로포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라우어는 5회를 추가 실점 없이 넘겼지만 삼성이 2-0으로 앞선 채 경기 반환점을 돌았다.
◆ 잠 자던 박병호, 드디어 터졌다… PS의 홈런 전설로 우뚝 서다
KIA는 0-2로 뒤진 6회 반격했다. 선두 박찬호가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소크라테스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김도영이 삼진을 당했지만 여기서 행운이 따랐다. 김도영의 삼진 때 1루 주자 박찬호가 2루로 뛰었다. 타이밍상은 아웃이었다. 공이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태그 과정에서 글러브가 헬멧과 부딪히며 류지혁이 공을 끝까지 쥐고 있지 못했다. 도루 실패가 기록됐으나 실책으로 박찬호가 살았다. 여기서 최형우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2루 주자 박찬호가 홈을 밟았다. KIA가 실책에 힘입어 1점을 추격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6회 선두 김지찬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KIA는 라우어를 강판시키고 불펜 동원을 결정했다. 첫 주자로 장현식이 나섰다. 삼성은 무사 1루에서 추가점을 올리기 위해 류지혁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2루에서 강민호가 유격수 땅볼에 머물렀고,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디아즈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여기서 삼성은 7회에도 레예스가 올라왔다. 투구 수 100개에 근접한 상황이기에 교체 타이밍이기도 했는데 레예스의 상승세를 믿은 것이다. 레예스는 이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마지막까지 힘을 짜낸 레예스는 김선빈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으로, 그리고 김태군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7이닝 비자책 1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삼성의 기가 확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7회 솔로홈런 두 방으로 승기를 잡았다. KIA는 1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상현을 올려 끝까지 싸워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은 공격 이닝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대포로 이를 이겨냈다. 삼성은 7회 김헌곤이 전상현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김헌곤의 대포가 또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전상현이 정상을 찾기도 전에 박병호가 다시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쳤다. 스윙 두 번에 2점이 올라갔다.
이 홈런은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통산 14번째 홈런으로 이승엽의 기록(14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병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개, 준플레이오프에서 9개, 플레이오프 2개,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김헌곤 박병호의 연속타자 홈런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9번째 있는 일이었다.
이 연속타자 홈런으로 삼성이 4-1로 앞서 나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KIA는 이후 불펜 투수들을 연달아 투입하며 위기를 정리하고 추가 실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격점이 없었다. KIA는 8회 1사 후 박찬호가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기는 했으나 김도영 타석 때 폭투로 박찬호가 2루에 갔고 김도영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최형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8회 추가점은 실패했다. 삼성은 8회 2사 후 마무리 김재윤을 기용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삼성도 8회 추가점 기회를 놓친 가운데 KIA는 9회 1사 후 김선빈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마지막 기회였다. 여기서 KIA는 대타 한준수를 썼지만 김재윤이 한준수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장타를 노리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KIA는 2사 1루에서 이우성을 마지막 대타로 활용해 볼넷을 골랐고, 최원준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박찬호의 잘 맞은 타구가 파울 라인을 벗어나며 땅을 쳤고, 운은 더 따르지 않았다. 박찬호가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삼성이 4-2로 승리하고 올해 한국시리즈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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