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유람, 함평 로컬브랜드

함평 꿀 넣은 카스테라 드시고 흑임자라떼 한 잔 어때요
20여년 전부터 양봉업 ‘녹색벌꿀’
유기농 우리밀 카스테라 ‘명희봉밀’
베이킹파우더·식용유 빼고 벌꿀로 맛
김별·김햇빛 자매 운영 ‘대화곳간’
샌드위치·흑임자 쌀 케이크 등 인기

◇자연에서 얻은 천연의 달콤함 ‘녹색벌꿀’= “‘벌이 없으면 지구가 멸망한다’, ‘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굶어죽을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는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 활동을 통해 생산됩니다. 때문에 꿀벌이 사라진다는 건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해요.”

청정고을 함평에서 양봉을 하며 벌꿀을 생산하고 있는 ‘녹색벌꿀’ 정대범 대표는 단순히 꿀을 얻는 수단이 아닌 생태계를 지키는 소중한 존재인 꿀벌의 중요성부터 강조한다. 20여 년 전부터 고향에 내려와 양봉업을 하고 있는 정 대표는 이곳에서 아내 박경자 대표와 함께 1000통의 벌을 직접 관리하며 벌꿀을 생산하고 있다.

카페 ‘대화곳간’ 수제 샌드위치.

정 대표가 들려주는 꿀벌의 벌꿀 채취 과정은 흥미롭다. 꿀벌은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꿀을 채취하러 꽃을 찾아 집을 나선다. 꿀 채취는 일벌이 담당하는데 꽃에서 꽃꿀을 빨아들여 배 속에 저장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벌통 속 꿀집으로 운반한다. 꿀집은 꿀벌들이 벌집을 만들 때 분비하는 밀랍으로 만들어진다. 6각형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배 속에 저장한 꽃꿀을 게워내 자신의 침과 효소를 섞어 벌꿀을 만들고 꿀집의 방에 저장한다. 이 꿀은 꿀벌의 주식으로,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으로도 사용된다.

꿀 따는 시기가 되면 밀원수(벌꿀의 원천이 되는 나무)를 찾아다니며 이동양봉을 한다. 아카시아꿀을 주로 채취하는 ‘녹색벌꿀’은 4월말부터 5월말까지 2개월 동안 경상도를 시작으로 강원도까지 네 차례 정도 벌장을 이동한다. 벌통 하나에 적게는 1만5000마리에서 2만 마리의 꿀벌을 키우는데 평소에는 단층에서 생활하지만 이동양봉을 할 때에는 통을 2층으로 올려 통 하나에 4만마리의 벌을 데리고 이동한다.

이동양봉이 끝나고 본격적인 벌꿀 채집 시기가 지나면 고정양봉을 하면서 분봉하는 시기다. 하나의 벌통 안에 꿀벌의 양이 많아지면 인위적으로 새로운 여왕벌을 만들어서 5000~6000마리씩 쪼갠 무리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기존 무리 중에서도 새롭게 여왕벌을 만들어 스스로 분봉해 나가는 꿀벌 무리도 있다. 새로운 여왕벌이 꿀벌들을 데리고 나가서 인근 나무에 붙어서 군집을 이루는데 새로운 통에 받아서 다시 넣어주는 걸 자연 분봉이라고도 한다.

부지런한 일벌들이 채집해서 모아온 벌꿀을 사람들이 먹기 위해서는 채밀(꿀을 뜸) 과정을 거친다. 천연벌꿀의 기준인 탄소동위원소 -22.5이하, 수분 20% 이하의 꿀만이 천연벌꿀로 인정된다. 주 밀원인 식물의 종류에 따라 아카시아꿀, 밤꿀 등으로 나뉜다.

'녹색벌꿀’ 박경자 대표.

◇우리밀과 함평벌꿀의 만남 ‘명희봉밀’ 카스테라= 함평에는 벌꿀을 이용한 카스테라가 인기 디저트로 등장했다. 나산면에서 벌꿀로 만드는 디저트를 생산하는 ‘명희봉밀’이 주인공이다. 귀향후 함평에서 양봉을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함평으로 내려온 조윤정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버지가 생산하는 벌꿀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디자인을 전공했던 조 대표는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유학시절 먹었던 빵이 너무 맛있어서 잊히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당시 일본은 다양한 빵이 많았으며 케이크도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다시 한 번 일본 여행을 계획하며 디저트 관련 책을 구입해 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제과 제빵 학원을 다니면서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해 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을 오가며 전문적으로 수업을 배우기도 했으며 유명한 제과점을 다니며 철저한 준비를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벌꿀로 만든 디저트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국내에서는 수년전 대만식 대왕 카스테라가 인기를 끌 때가 있었는데, 대량의 식용유와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에 반해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버터나 식용유 등 유지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빵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베이킹 파우더도 쓰지 않는다.

명희봉밀’ 조윤정 대표와 쌀 카스테라.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온전히 손기술로 만드는 디저트에요. 완성하기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어찌보면 제가 ‘멋모르고 덤빈‘ 꼴이었죠. 제 맛을 찾는데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모양을 찾는데도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재료의 비율은 맞춰서 맛은 있는데 모양에 일관성이 없었던 거죠. 빵 속에 기공이 많이 생기기도 했구요.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날씨에 따라 더울 때나 추울 때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롭게 배웠습니다.”

명희봉밀의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설탕 대신 함평에서 생산되는 벌꿀을 이용하고 밀가루도 유기농을 사용한다. 유지류가 포함되지 않고 계란 노른자가 많이 들어가고 중탕으로 조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떡처럼 찌듯이 빵을 굽는다는 것이다. 나무 틀 안에 유산지를 깔고 중탕한 반죽을 부은 다음 오븐 안에 넣었다 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손으로 저어가며 공기를 빼준다.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하면서 600번 저어주기 때문에 쫀득한 식감이 살아난다. 굽는 과정이 끝나면 위에 솥을 덮고 약불에서 오래두면서 찌는 방식으로 마무리짓는다.

쌀과 계란 흰자를 활용한 쌀카스테라도 인기가 좋다.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남달라 부모님에게 선물하고 싶어 구입해가는 고객들이 많다. 체험장에서는 구운 과자나 빵, 피자까지 전반적인 베이킹을 체험할 수 있어 인근 초등학교와 단체 등에서 체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흑임자밤라떼, 모니카.

◇눈 내리는 풍경 아름다운 카페 ‘대화곳간’= 아치형 원목 창틀에 낭만이 한가득이다. 달콤한 밤라떼 한 잔이면 매서운 겨울바람도 금세 따뜻해질 것만 같은 분위기의 이곳은 이제 갓 오픈 1년이 된 신상 카페다. 지난해 이맘때 문을 열고 눈이 내리는 겨울을 맞았는데 가로등 불빛아래 눈내리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단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도 감성 충만이다.

‘대화곳간’은 함평읍 엑스포공원 건너편 대화마을에 자리한 자그마한 카페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카페 ‘대화 곳간’은 김별·김햇빛 자매가 함께 운영한다. 4년간 항해사로 일하던 별씨가 모아둔 자금으로 부모님 도움없이 마련한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언니인 별씨가 운영과 매장 관리를 맡고 대학에서 조리학을 공부한 동생 햇빛씨가 음료와 디저트를 담당한다.

주 타깃층은 함평에서 생활하는 젊은층과 직장인들이다. 음료 뿐만 아니라 식사 대용식인 샌드위치도 만들어 판매하는데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애플 쉬림프 샌드위치, 한돈 샌드위치, 햄치즈 샌드위치, 치킨 당근 샌드위치까지 건강과 맛을 모두 잡은 신선한 디저트다. 가까운 곳에 관공서가 있다보니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잡기 힘든 경우도 많다. 식사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기도 하지만 단체 주문량도 상당할 정도로 인기 있다.

음료는 흑임자라떼, 밤라떼를 추천한다.

곡물라떼 찾는 어르신들이 찾아와 따뜻하게 마시기도 하고 젊은 고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로 즐겨 마신다.

음료와 함께 할 수 있는 디저트로 흑임자 쌀 케이크와 모나카도 만들어 판매한다. 기본 모나카인 땅콩과 팥 외에 앙버터와 쑥인절미 모나카까지 네 가지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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