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CEO 교체' 압박과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딜레마
TSMC에 뒤처진 생산력, 반도체 칩스법 효과도 '기대 이하'

[이포커스] 미국의 상징적 반도체 기업 인텔이 경영, 기술, 그리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현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외부의 정치적 압박과 내부의 기술적, 전략적 한계가 동시에 작용하며 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인텔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3가지로 짚어본다.
정치 리스크와 리더십 공백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비롯된 리더십 교체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현 인텔 CEO인 립부탄(Lip-Bu Tan)의 과거 중국 투자 이력을 문제 삼으며 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주주 신뢰도와 기업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행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미국 내 생산(Made in America)'이라는 확고한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강력히 주장했던 전임 CEO 앤디 그로브를 높이 평가하며 현 리더십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제는 인텔이 이러한 정치적 공세와 부정적 여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루머 대응을 위해 전용 블로그 포스트를 게시하는 등 적극적인 PR 활동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텔의 소극적인 대응은 시장과 의회가 부정적인 서사를 형성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술력 및 생산의 한계
인텔은 '미국의 대표 칩메이커'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핵심인 반도체 생산 역량에서 경쟁사에 현저히 뒤처져 있다. 특히 미국 반도체 칩스법(CHIPS Act)의 최대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팻 겔싱어 전임 CEO가 추진했던 '5N4Y(4년간 5개 노드 개발)' 전략은 기술 연구개발(R&D)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게 했으나 정작 대량 생산 및 수율 확보 단계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그 결과 18A, 인텔 3와 같은 차세대 공정은 시장에서 폭넓게 채택되지 못했다. 애리조나, 오리건 등 핵심 생산 시설은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가동 둔화를 겪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미국에 진출한 TSMC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인텔의 기술적 지연을 더욱 부각시킨다.

사업 전략의 딜레마
인텔은 현재 자사 파운드리 사업(IFS)과 소비자용 제품(CPU) 사업 간의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최신 공정인 18A를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와 같은 주력 CPU에 적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18A 공정의 낮은 수율은 CPU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는 결국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소비자 제품의 경쟁력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과거 인텔 제품 담당 CEO가 향후 모든 다이(die) 생산을 TSMC에 맡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내부적 한계를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텔이 겪는 어려움은 단일 사안이 아닌, 정치, 기술, 경영 전략이 서로 맞물려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며 "리더십에 대한 정치적 불신은 기술력 지연으로 인해 증폭되고 이는 다시 사업 전략의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중고를 해결하는 것은 인텔의 차기 리더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이포커스 김성윤 기자 syk@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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