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목한 한국의 골프 퍼팅 연습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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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중소기업으로 가는 몇 가지 성장 경로가 있다. 그중 하나가 유통 업체의 제조업체로의 변신이다. 물건을 유통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평소 갖고 있던 관심과 아이디어로 물건을 직접 개발해 퀀텀점프하는 것이다.
골프용품 업체 렉시오골프는 1991년 골프 퍼터 수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장갑과 골프 퍼팅 연습기를 자체 제조하고 있다. 장갑은 월 2000개 이상 팔리고, 퍼팅 연습기는 16년간 누적 5만 개 정도 판매했다. 렉시오골프 김천수 대표(66)를 만나 유통기업의 변신 비결을 들었다.
◇골프 시장 ‘블루오션’을 찾다
렉시오골프 퍼팅 연습기 ‘렉시오 퍼즐펏’은 집이나 회사에서 간단히 매트를 펼쳐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실제 잔디와 저항력이 같은 벨벳 카펫 소재를 썼고, 공이 튀지 않도록 하는 벨보아 원단을 혼합했다.
기능성 골프 장갑 ‘렉시오 쓰리밴드 장갑’은 강력한 그립력으로 비거리를 향상시켜주는 장갑이다. 슬라이스 방지 효과도 있다. 렉시오는 현재 퍼팅 연습기와 장갑에 대해 온라인몰 '메타샵'(www.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1984년 광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을 살려 텐트 제작 회사에서 수출 업무를 하다 4년 뒤 골프 용품 수입 회사로 이직했다.
골프 용품 국내 영업을 3년간 하다 보니 골프 시장과 흐름이 눈에 보였다. “한때 상류층 스포츠로 인식됐던 골프가 점점 대중에 스며들고 있었어요. 골프 시장의 성장성이 보였죠. 이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기 전에 사업을 차려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시작했나요.
“일본 골프 용품 업체의 협력 매니저와 연이 닿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991 일본 브랜드의 골프 용품을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골프 문화를 도입하고, 골프 브랜드도 만든 국가거든요. 한국인 체형에도 적합해 국내 골프 마니아들에게 호응이 좋았죠.”
-어떤 골프 용품을 판매했나요.
“가장 먼저 퍼터를 수입했습니다. 퍼터는 골프백에 딱 하나만 넣어요. 롱퍼터 숏퍼터가 따로 있지 않죠. 아이언 같은 다른 클럽은 헤드(공을 치는 부분 전체) 각도에 따라 몇 가지 씩 골프백에 넣지만, 퍼터는 딱 하나고 다른 클럽으로 대체될 수 없죠. 그만큼 골퍼들의 선택도 심플합니다. 단품이라 수입하기도 편해서 여러 가지로 수익성이 좋았어요.”
◇퍼팅 연습기 개발 노트
1. 진짜 골프 연습을 위한 매트 기획 (2004년 문제점 발견)
퍼터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퍼팅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의 퍼팅 연습 매트를 깔고 매일 연습을 했는데, 불편함을 느꼈다. 단점을 보완하면 골프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 같았다. 그렇게 퍼팅 연습 매트 제작에 들어갔다.
-어떤 점이 문제였나요.
“시중에 파는 매트는 총 길이가 3m가 넘어요. 제가 서있는 곳 반대편까지 공을 보내려면 세게 쳐야 하죠. 근데 골프는 팔 전체에 힘을 빼고 치는 게 정석이에요. 힘을 주면 공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요. 그런데 기존 매트는 너무 길어요.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퍼팅 연습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 필드에서 퍼팅은 1~2m 안에서 승부가 납니다. 3m 이상 거리를 두고 연습하는 건 실전과 괴리가 있어요.
경사도 문제였어요. 보통 매트 한쪽은 경사져 있어요. 공을 굴린 다음 다시 주우러 가기 힘드니까 공이 다시 굴러 오게끔 한 원리죠. 그런데 퍼팅은 골프채에 공을 정확히 맞추는 ‘정타’ 연습이 생명이에요. 정타를 온전히 연습할 수 있는 퍼팅 매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2. 단순한 개선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 (2005년 아이디어 구체화)
-어떻게 보완했나요.
“평평한 그린 매트와 공 튕김을 방지하는 프레임 2가지로 구성된 연습 키트를 개발했어요. 가만히 서서 퍼터에 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했죠. 우선 매트의 총 길이를 1.7m로 줄였어요. 짧은 만큼 언덕을 만들 필요도 없어요. 공이 튕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트 바깥에 1.2cm 정도 두께의 프레임을 둘렀어요. 공이 들어가는 홀 입구는 공 지름보다 살짝 긴 정도로 설계했어요. 정타를 쳐야만 공이 들어갈 수 있도록요. 홀 안에 넣기 위해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정타율이 높아질 테니까요.”
그렇게 만든 퍼팅 연습 매트는 국내 스크린골프 업체가 운영하는 용품점과 유명 백화점 등의 채널 입점에 성공했다. 골퍼들 사이에서 ‘획기적이다’란 평가를 들으며 누적 12만개 이상 팔렸다.
3. 관성 버리고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2018년, 2021년 기능 업그레이드)
10년 동안 수렴한 소비자 피드백을 토대로 2018년 2세대 제품을 출시했다. 공이 튕긴다는 후기를 반영해 매트를 둘러싼 프레임 높이를 2cm로 높인 것이다. 출시한 해인 12월 해당 제품의 디자인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이달에 스윙의 가동 범위와 디자인 등을 개선한 3세대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개선을 어떻게 했나요.
“프레임을 퍼즐처럼 분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퍼즐 펏’이라고도 부르죠. 매트 가장자리에 있는 마지막(엔딩) 퍼즐을 떼면 매트 끝 쪽에 서서 퍼팅할 수 있어 가동 범위가 커져요. 프레임 때문에 막혀서 매트 중간에서만 퍼팅이 가능했던 불편함을 없앤 거죠. 미관을 고려해 프레임 색도 초록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꿨어요.
기본 구성에 ‘1m 쇠자’도 추가했습니다. 한국의 유명 골프 선수인 신지애나 최경주 선수가 연습할 때 쇠자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쇠자는 폭이 좁고 미끄럽잖아요. 이 위에 공을 올려서 공이 쇠자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일직선으로 퍼팅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그렇게 연습을 반복하면 퍼팅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요.
“주로 실내에서 쓰는 물건이라 소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요즘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블랙 프레임은 흔히 요가 매트 재질로 알려진 EVA 폼으로 제작했어요. 충격을 잘 흡수해서 공이 부딪쳐도 소음이 거의 없고 흠집도 잘 안 나요. 마음 편하게 사용해도 괜찮아요.
그린 매트와 블랙 프레임의 소재도 직접 골랐습니다. 그린 매트는 잔디의 저항력과 비슷한 벨벳 카펫을 쓰면서도 공이 튀는 것을 막도록 부드러운 기모로 돼 있는 벨보아 원단을 썼어요. 매트 하단은 고무 재질이어서 미끄러움을 방지해줘요.”
4. 의욕 많은 골퍼들의 고민에서 착안, 비거리 증대 장갑 개발
골퍼들의 고충에서 영감을 얻는다. 최근 기능성 골프 장갑 ‘렉시오 쓰리밴드 장갑’을 출시했다. 강력한 그립력으로 비거리를 향상시켜주는 장갑이다. 슬라이스 방지 효과도 있다.
- 장갑과 비거리의 관계가 바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골퍼라면 백스윙 시 그립이 겉도는 일을 한 번은 경험했을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강한 임팩트를 만들 수 없습니다. 쥐는 힘 ‘그립력’이 중요한 이유죠. 그립력이 좋아야 어깨에 힘주지 않고 멋진 샷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쥐는 힘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고민하는 골퍼들이 많더라고요. 이를 보고 그립력을 보정하는 장갑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 어떤 원리인가요.
“손등, 손바닥, 손가락 세 부위에 조임 밴드가 적용돼, 힘을 빼고도 자연스럽게 그립을 움켜쥘 수 있습니다. 조임 밴드에서 발생한 강력한 그립력이 그립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비거리를 늘려주는 원리죠.”
- 진짜 효과가 있나요.
“비거리 향상 수준을 테스트한 결과, 일반 장갑 착용 시 평균 213야드였던 비거리가 렉시오 장갑을 착용하면 224야드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한 우물만 파면 길이 보인다
2021년 11월 3세대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처음 선보였다. 일본의 펀딩 플랫폼과 골프 업체에서도 입점 요청이 들어왔다. 렉시오는 현재 퍼팅 연습기와 장갑에 대해 온라인몰 '메타샵'(www.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요.
“일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본 제품 수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역으로 한국 제품을 일본에 팔아보는 거죠. 일본의 골프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커요. 그만큼 좋은 제품들도 많지만, 제품 경쟁력이 자신이 있습니다. 일본 판매를 위해 현재 특허를 등록 중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골프 용품이라는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어느새 30년이 흘렀어요. 집요하게 하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개발 시작부터 특허 과정까지 시간도 많이 들고 상당히 고단해요. 의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좌절할 거예요.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항상 갖고 있길 바랍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