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카 주검 싣고…얼음바다서 67일 표류하던 러 남성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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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오호츠크해에서 엔진이 꺼진 소형 고무보트에 의지해 두 달 동안 표류한 40대 러시아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15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러시아 극동검찰이 전날 캄차카반도 앞바다에서 소형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미하일 피추긴(46)을 어선에서 구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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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오호츠크해에서 엔진이 꺼진 소형 고무보트에 의지해 두 달 동안 표류한 40대 러시아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15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러시아 극동검찰이 전날 캄차카반도 앞바다에서 소형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미하일 피추긴(46)을 어선에서 구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피추킨이 그의 형 세르게이(49)와 조카 일리야(15) 등과 지난 8월 초 고래를 보기 위해 오호츠크해 북서쪽 연안을 출발해 샨타르섬으로 향하는 보트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지 67일 만이다.
이들은 중간 기착지인 사할린섬을 출발한 뒤인 8월9일 연락이 두절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구조대는 구조 작업에 착수했으나 이들의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생존자는 피추긴 뿐으로 형과 조카는 숨진 상태였다.
피추긴이 어떻게 망망대해에서 형과 조카가 목숨을 잃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오호츠크해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추운 바다로, 강풍으로도 악명이 높다. 피추긴 일행이 타고 있던 보트가 발견된 지점은 최초 출발지에서 1000㎞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친정부 텔레그램 채널 ‘바자’를 인용해 피추긴 일행이 여행에 대비해 20리터의 물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들이 빗물을 모으고 건면과 콩을 먹었다고 전했다. 또 피추긴이 구조 당시 어부에게 그의 조카는 9월 초에 숨졌고, 그 뒤 형과 3주 동안 보트 위에서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 일행은 보트에 너무 오래 앉아서 욕창이 생겼으며, 피추긴의 형은 몸을 씻으려다가 얼음물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추긴은 형과 조카의 주검이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보트에 단단히 묶었다고 한다.
피추긴의 과체중이 생존의 비결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비시(BBC)는 피추긴의 아내가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에 달하는 남편의 몸무게가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추긴의 발견 당시 몸무게는 50㎏으로 조난 전과 견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검찰이 공개한 구조 당시 영상에는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수척한 피추긴이 “여기로 오라”, “더 이상 남은 힘이 없다”며 처절하게 외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러시아 당국은 피추긴의 안전 수칙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현지에서는 피추긴이 형사 고발돼 최대 7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피추긴은 구조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저체온증과 탈수 증상 말고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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