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머니무브 막는다…비사업자 '컨닝공시' 규제

김희정 입력 2022. 11. 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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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규모 자산이동을 부를 수 있는 이른바 '컨닝공시'를 금지하기로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대규모 갱신되는 12월에도 이런 불공정 경쟁이 지속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적정금리를 책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업자에서 비사업자로 자금 쏠림이 가속화 돼 전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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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퇴직연금발 '머니무브' 우려↑
보험업계, 최대 30조원 채권 매각 전망
당국 "과도한 금리경쟁 자제" 행정지도

금융당국이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규모 자산이동을 부를 수 있는 이른바 '컨닝공시'를 금지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간 과도한 금리경쟁을 자제시켜 유동성 위기 및 채권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과당경쟁 방지"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 금융업권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운용·금리공시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통보했다.

퇴직연금 비사업자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매월 원리금 보장 상품의 이율을 공시하라는 행정지도가 핵심이다. 금감원이 퇴직연금 이율 공시에 대해 행정지도에 나선 건 이번인 처음이다. 과도한 금리경쟁을 자제시키기 위해 행정지도를 먼저 실시한 뒤 내년초 감독규정 개정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매달 4영업일 전 각 회사 홈페이지에 퇴직연금 이율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아닌 상품 판매 제공자(비사업자)로 분류돼 이율 공시 의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이 먼저 공시한 이율을 보고 퇴직연금 비사업자들이 이보다 높은 수준의 이율을 제시하는 컨닝공시가 반복돼 불공정 경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비사업자는 사업자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1년 만기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이율보증은 11월 기준 비사업자 1위가 7%, 사업자 1위가 5.99%를 각각 제시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특히 신규 진입하는 비사업자의 경우 기존 투자물량이 없고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확보가 가능한 기형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대규모 갱신되는 12월에도 이런 불공정 경쟁이 지속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적정금리를 책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업자에서 비사업자로 자금 쏠림이 가속화 돼 전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잇단 악재 또? 채권시장 자금경색 우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 등으로 경색된 채권시장에서 퇴직연금발(發) 머니무브(자산이동)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금리 경쟁력이 커지자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00조원이 넘는다. 생명보험 71조7873억원, 손해보험 34조9504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30%가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30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상품은 국공채로 운영되는데, 재예치가 안되면 국공채를 매도해 현금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색된 채권시장에 보험사들이 나서 국공채를 매도하면 채권시장에 대형 악재가 재차 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채권 매각이 안되면 규모가 작은 손보사 등은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비사업자는 컨닝공시를 활용해 사업자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해 사업자 물량을 흡수하고, 사업자는 유동성 대응을 위해 다음달 비사업자가 제시한 금리를 후행해 따라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국의 이번 조치는 컨닝공시를 통한 대규모 자금이동을 막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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