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보조금 미‧중‧일 수십조원인데 우린 0원… 산업정책 대전환해야

양재찬 편집인 2024. 10. 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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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세계, 첨단 전략산업 패권전쟁 중
주요국 막대한 보조금 반도체 투입
이와 반대로 한국 보조금은 ‘0원’
美, 반도체ㆍ이차전지 보조금 제시
한국 기업 앞다퉈 美에 공장 지어
대기업 한국 엑소더스 초래해
첨단 전략산업 정책 재점검해야
세계 각국이 첨단 전략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법적ㆍ제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세계는 지금 첨단 전략산업 패권전쟁 중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 등에 국가가 나서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다. 동시에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간 기술 이전과 교역도 규제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정부는 보이지 않고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한국의 보조금은 '0원'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총 527억 달러를 지급하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202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 달러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은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생산ㆍ조립한 경우 보조금을 지급(인플레이션감축법ㆍIRA)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지난해 8억 달러 넘게 지원했다. 일본도 도요타 등 완성차ㆍ부품 업체에 3500억엔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사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한국 배터리 기업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로 급락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디스플레이 산업도 정부보조금 등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빼앗긴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 주도권마저 흔들리는 판이다.

미국이 반도체ㆍ이차전지 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당근으로 제시하자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규모는 215억 달러(약 28조7000억원)로 세계 1위였다. 이차전지의 미국 직접투자액이 2020년 4억4900만 달러에서 2023년 37억9900만 달러로 8.5배 증가했다. 메모리반도체는 같은 기간 3000만 달러에서 23억4000만 달러로 78배 급증했다.

이는 첨단산업을 필두로 대기업의 한국 엑소더스를 초래했다.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결손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대미 직접투자 국가 중 일자리 창출 비중은 한국이 17%로 1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자회사를 두고 공장을 짓는 만큼 송금받는 배당금이 늘어 외국에 납부하는 세금도 많아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법인의 외국 납부세액은 7조6464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19년(3조2758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4조4000억원 늘었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외국 납부세액은 3조547억원으로 전체 외국 납부세액의 40%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외국 납부세액은 국내에서 낸 법인세의 42.7% 수준이었다. 10대 기업이 부담하는 외국 납부세액의 국내 법인세 대비 비중은 2021년 14.7%, 2022년 32.6%, 2023년 42.7%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반도체ㆍ이차전지ㆍ디스플레이 등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자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첨단 전략산업이다. 또한 승자독식 양상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다. 지금처럼 경쟁국들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배경으로 투자를 확대하면 따라잡히는 것은 순간이다.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던 미국 인텔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 첨단 전략산업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위험해진다. 이 때문인지 주요국들이 첨단 전략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는 산업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금처럼 한국이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지원을 주저하면 반도체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ㆍ공화당 후보 모두 대중對中 견제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ㆍ유럽ㆍ일본 등도 자국 산업 보호와 지원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ㆍ이차전지ㆍ디스플레이 등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첨단 전략산업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유턴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고용시장ㆍ산업입지 등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자. 지난해 해외로 나간 기업이 2816곳인 반면 해외에서 돌아온 기업은 22곳에 불과했다.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정책을 재점검하고 법적ㆍ제도적 지원체계를 서두를 때다. 글로벌 패권 전쟁터를 기업들이 알아서 뛰도록 방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과감한 직접 지원책을 모색할 때다. 반도체 설계와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자.

국회는 반도체지원특별법과 전력망확충특별법 등을 조속히 심의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여야가 따로여선 곤란하다. 첨단산업 지원은 국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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